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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화순 황우치 해안, 그 많던 모래는 어디로?

◀ANC▶ 서귀포시 안덕면 황우치 해안은 해수욕장에 버금갈 정도로 모래가 많은 아름다운 해안이었는데요.

하지만 화순항 개발로 퇴적암이 그대로 드러나고 사구 모래 유실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170억 원을 들인 모래 유실 방지 사업도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슈추적, 오승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ND▶ ◀VCR▶

산방산, 용머리 해안과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황우치해안.

그런데, 해안 사구에 100여 미터 넘게 검은 부직포가 덮여 있습니다.

큰 비에 쓸렸는지 중간에 도랑이 났습니다.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응급조치를 해 놓은 건데, 아름다운 경치를 기대하고 온 관광객들은 눈살을 찌푸립니다.

◀INT▶ 조성현·이운천(관광객) "저 뒤에 있는 것들이 너무 지저분해 보여서 그게 조금 아쉬워요, 그리고 내려올 때 조금 많이 불편했던 거 같아요."

해안의 용암 퇴적층은 벌건 속살을 드러냈고 모래 대신 크고 작은 돌들이 바닥을 덮고 있습니다.

황우치 해변은 한국전쟁 당시 수송선들이 드나들 정도로 드넓은 모래사장으로 유명했지만 이젠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INT▶ 고경진(안덕면 화순리) "전부 모래 밭이었는데, 지금은 전부 파도에 휩쓸려서 화순 쪽으로 전부 넘어갔어요."

해안 뒤편, 모래 언덕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모래가 쓸려나가면서 언덕은 급경사를 이뤘고 나무들은 뿌리가 거의 드러나 생명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뿌리까지 뽑혀 이미 말라죽은 나무들도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바다와 육상 생태계를 이어주고 재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해안 사구가 무너지고 있는 겁니다.

지난 1994년부터 화순항 외항 방파제에 이어 해경부두까지 건설되면서 모래 유실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INT▶ 강영봉(안덕면 화순리) "(예전에는) 모래 동산이 이뤄져 있어서 미끄럼도 타고 이런 적이 있었는데 공사를 하면서인지 어떤 뭐가 있었는지 모래들이 많이 유실된 건 맞습니다."

(C/G)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제주도가 사업비 170억 원을 들여 바닷속에 200미터 길이의 잠제(潛堤), 즉 수중 방파제 2기를 설치하고 모래 23만 세제곱미터를 옮겨 놓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C/G)

주변 해양 환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항만 개발을 하면서 바닷물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INT▶ 김상현 박사/제주해양수산정책포럼 사무국장 "(물)흐름장, 유동장에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환경의 변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사구의 변화, 어느 한쪽으로 물의 흐름이 치우침으로써 그에 따르는 부유물질들이 이동하게 됩니다." (S/U) "바람과 파도가 수천, 수 만년에 걸쳐 만들어 놓은 해안이 불과 30년도 안 돼 원형을 잃어버렸습니다.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자연의 경고인 셈입니다.

MBC 뉴스 오승철입니다.
오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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