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획①>군대환 100년, 이주의 시작

<소타이틀>

재일동포 43만 명 가운데
30%가 모여 살고 있는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

이쿠노구 코리아타운은
한류 인기 속에 관광객들로 연일 북적입니다.

이곳 동포 80% 가량의 출신지는 제주입니다.

이곳에 제주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한 것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1923년, 제주와 오사카를 연결하는
직항 뱃길이 열리면서부터입니다.

(s/u)"제주MBC는 올해
제주와 오사카 사이 직항로가 공식 개설된 지
100년을 맞아 왜 많은 제주사람들이
이곳 일본에 건너오게 됐고,
해방 후 남게 됐는지 그리고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자이니치의 법적 지위 등
인권 문제와 과제를 살펴보는 기획뉴스를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첫 순서로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시작된
제주인들의 이주 역사와 의미를 살펴봅니다."

// 화면전환 //

일제강점기, 제주와 오사카를 오고가며
많은 제주사람들을 실어나른 군대환.

일본어로 기미가요마루호인 이 배는
1923년 제주와 오사카 항로에 공식 취항했다고
조선총독부 자료에 기록돼 있습니다.

첫 번째 군대환은
취항 2년 만인 1925년 9월, 태풍에 좌초됐고,
1926년 러시아 함선을 개조한
제2군대환으로 대체됐습니다.

그런데 제주와 오사카 항로에는
군대환 만이 운항했던 것은 아닙니다.

(CG+사진자료)제주의 향토자본가들이 세운
'제우사(濟友社)'가 작은 선박을 운항했고,
1928년에는 제주의 기업동맹이 순길환을,
1930년에는 제주사람들이 만든 동아통항조합이
교룡환과 복목환을 잇따라 출항시켰습니다.
(CG+사진자료)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일본의 선박회사에 대항해
제주도민들의 자주운항운동이 펼쳐진 겁니다.

당시 기미가요마루호의 요금은 12엔 50전,
공무원 월급 30엔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였습니다.

1928년 오사카에 거주하는 제주사람들은
비싼 요금을 내려달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운항 경쟁과 일제 탄압이 심해지면서
자주운항운동은 좌절됩니다.

결국 1935년 이후에는
일본 아마가사키기선 회사의
기미가요마루호 만이 남아
해방까지 제주와 오사카 노선을
운항하게 됩니다.

◀INT▶
고정자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장
아마가사키기선 쪽이 손님을 뺏기니까 자기들도
비용을 낮추게 하고 그리고 압력을 가해가지고
무산하게 하고 그렇게 한 시기가 있었어요. 그 시기가 짧아서 그렇게 조명될 만한 자료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건데..

일본 효고현 아마가사키시.

시내 중심에 4년 전 복원 개방된
흰색 성이 우뚝 솟아있고,
주변에는 새롭게 공원으로 조성됐습니다.

(s/u)"오사카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아마가사키시에는 이처럼 당시 방직공장 등
근현대 건물들이 일부 남아있는데요,

1900년대 초, 배를 타고 건너온 제주 사람들은
이런 공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식민지에서 건너온 제주 사람들은
일본인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며
힘든 생활을 해야했습니다.

아마가사키시 역사박물관에는
당시 상공업이 급격히 발전하며
방직공장과 기선회사들이 활발히 설립되던
시기와 태평양전쟁 말, 미군의 공습으로
도시가 파괴될 때까지의 기록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제주와 오사카 공식 항로가 개설되고
11년 뒤인 1934년, 재일조선인은 53만여 명.

이 가운데 제주 출신은 5만 명으로
당시 20만 명인 제주도 인구를 감안하면
4분의 1 정도가 일본에 건너간 셈입니다.

이 때문에 제주는 농업 인력이 부족해지고
조상묘가 방치됐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

최근에는 이런 제주 사람들의 이주를 놓고
새로운 해석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단지 가혹해진
일제의 수탈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식민지시대 암울한 상황을 뚫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나선
제주인의 기질이 원동력이 됐다는 겁니다.

◀INT▶
박찬식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장
"(제주도민들의)바깥으로 나가려고 하는
개척정신이 오히려 일제 강점이라는 상황 속에
서도 일본의 공업지대로 나아가서 돈을 벌고자
하는 진취적인 그런 모습으로 표출된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s/u)"해방이 되자 일본에 거주하던
많은 제주인들은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일부는 생계 등을 이유로
이곳 일본에 남게 되는데요,

이들은 단지 '일본에 있다'란 뜻의
자이니치로 불리며 차별과 멸시의 대상이 되고,
조국마저 두 개로 갈라져 외면당하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일본 속 제주인 집락지역의 실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오사카에서 MBC뉴스 홍수현입니다."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홍수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