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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충북)문화 잇다, '야금의 여정'따라가니..펼쳐진

◀ANC▶ '야금'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불로 쇠를 다루는 행위'를 일컫는데요.

선인들이 갈고 닦아낸 야금 기술은 한때 자연의 숭배와 왕의 권위를 위해 쓰였고, 종교에서 궁극의 꽃을 피운 뒤 현대예술의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야금에 깃든 예술성을 조명하는 특별전시가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데요.

개관 이래 처음으로 국보와 보물 7점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mbc 충북 이채연 기자입니다. ◀END▶ ◀VCR▶ 짙은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고려시대 국보 '향완'의 유려한 기형.

표면을 얇게 파낸 뒤 은을 입힌 선들을 따라가니, 용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물가 위로 연꽃과 수초가 피어납니다.

국보 향합과 함께 리움미술관 소장 작으로 세밀한 은입사 기법이 돋보이는 야금 예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INT▶김동완/국립청주박물관 학예연구사 \"당시 은입사 기술 자체도 굉장히 고급스러운 기술이지만 용이나 봉황, 꽃, 구름 같은 다양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는데요. 당시 신앙과 기술의 정수가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광석 채굴부터 제련, 가공 등 불로 쇠를 다루는 '야금'의 정수는 시대 곳곳에 녹아있습니다.

금 알갱이를 촘촘히 이어 붙인 누금 세공기법으로 유명한 금귀걸이와, 봉황, 사슴뿔 장식에 옥을 매단 금관.

살아생전 누렸던 영화를 죽음 뒤에도 누리고자 했던 왕의 권위와 권력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녹슨 빛깔로 금빛 장신구와 대비를 이루는 철제 갑옷과 칼은 당시 무사들의 치열했던 삶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금속의 다양한 재질이 돋보이게 끔 연출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조명을 아래에서 위로 비추니 고된 수행을 통해 경지에 도달한 철불에선 부처의 오묘한 미소가 드러나고,

하늘에 있는 생명체들을 깨운다는 구름 모양의 불구 '운판'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합니다.

빗물이 스며드는 걸 막기 위해 처마 끝에 끼우는 '용두 토수'엔 과거 못 자국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S/U)\"흥선대원군이 과거 경복궁 중건 때 썼던 토수로, 철제 구조물을 활용해 마치 지붕 끝에 매달아져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불교문화에서 꽃 피운 이런 야금은 점차 인간의 일상으로 스며들어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1.5cm 크기의 황동 인물상 2만 3천여 개로 집단 문화 속 익명화된 개인의 모습을 드러낸 서도호의 작품부터,

수천 개의 금속 방울들이 소리로, 떨림으로 시각적 변화를 주는 설치미술가 양혜규의 작품은 현대에서도 야금이 재해석되며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INT▶이양수/국립청주박물관장 \"통시적으로 그 시대를 대표하는 금속문화재를 전시해서 금속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지정문화재가 전시되는 경우도 상당히 드문,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립김해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 삼성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는 8월 말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MBC NEWS 이채연입니다.

영상: 김현준 CG: 변경미
조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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