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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창사기획

갈등에 상처받는 도민들

◀ANC▶
제주는 최근 국책사업과
크고 작은 개발 사업들로
찬반 의견이 엇갈리며 들끓는 용광로처럼
갈등의 섬이 돼 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제주MBC는 창사 52주년을 맞아,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짚어보는
연속 기획뉴스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국책사업으로 빚어진 갈등에
상처 받고 있는 도민들을
박주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ND▶
◀VCR▶
지난 2015년, 고향인 성산에
제2공항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온
28살 김현지 씨.

다시 돌아온 고향은
예전의 고향이 아니었습니다.

제2공항을 둘러싼 찬반 갈등에
주민 사이 대화는 이미 단절된 상태.

서로를 삼촌이라 부르며
이야기를 들어주던 과거는 사라졌고,
찬성과 반대로 나뉜 고향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언론인이 되고 싶었던 꿈을 되살려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잡지와
신문을 발행해 갈등 회복에 나섰지만,
현지 씨 본인은 물론 주민들의 상처는
좀처럼 치유되지 않고 있습니다.

◀INT▶ 김현지 / 성산청년
"국가가 이렇게 (주민들이)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데 오늘부터 너는 나가서 살아야 돼 넌 이제 여기서 살 수가 없어. 정부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추진을 하고 있는 지금 이런 과정 속에서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상처를 받고 있다."

강정 주민 김종환씨는
해군기지가 준공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반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고
삶의 터전을 침범하는데도
주민 동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해군기지를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반대 운동에 참여해
얻은 것은 전과 9범.

투쟁 기간 불면증에 시달리고,
이제는 알코올 의존증까지 겪고 있습니다.

◀INT▶ 김종환 / 강정 주민
"자주 잠자다가 깨서 강정천에서 길목 막고 다시 투쟁하고 그때부터 잠을 못 자 9년 전부터 지금까지…술을 마셔도 얼마 자지 못하고."

(CG) 전문가 진단 결과,
김씨는 극도의 불안과 우울, 적대감과 경계심에
해당하는 척도들이 높게 나왔습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고,
대통령과 해군 참모총장이 찾아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갈등으로 채워진 첫 단추는
개인에게 여전히 응어리로 남아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INT▶ 장근영 심리학 박사
"갈등이 겉으로는 해결이 됐을지 몰라도
그 사람 마음속에는 완결이 되지 않은 거죠.
그래서 갈등이 온전한 수준으로 완결이 돼야지 트라우마라든지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라든지 그런 증세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을 거예요"

각종 개발사업을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제주,

치유하지 못한 갈등은
해당 지역 주민은 물론 도민들에게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박주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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