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C▶
반세기 만에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간첩조작 사건을 세 차례에 걸쳐
되돌아보는 이슈추적, 오늘은
누가 왜 이 사건들을 조작했는지 짚어봅니다.
정통성이 없었던
군사정권은 정치적 위기 때마다
숱한 간첩사건들을 만들어냈고
4.3의 멍에를 쓰고 있던 제주는
수상한 섬이 되고 말았습니다.
조인호 기자입니다.
◀END▶
◀VCR▶
일본에 돈을 벌러 밀항했다
조총련의 지령을 받고 북한의 간첩이 됐다는
누명을 쓰고 7년 동안 옥살이를 한 강광보 씨.
그런데 강씨가
군 보안부대에 체포된 것은
귀국한 지 7년이나 지난 1986년이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을 무너뜨린
1987년 6월 항쟁을 1년 앞두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절정으로 치닫던 시기였습니다.
강광보 / 1986년 간첩조작 피해자
◀INT▶
'왜 당신들 (보안부대) 나를 잡아놓고 간첩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무엇이냐?' 아 그러니까 구둣발로 들어오더라고. 야 이자식아 여기를 (7년 전 귀국 당시 조사했던) 중앙정보부나 경찰서하고 똑같이 생각하느냐 여기는 현역 군인이야 하면서 그 때부터 무자비하게 고문이 또 들어오더라고
박정희 정권 시절
조총련이 보낸 간첩으로 몰려
1년 반 동안 옥고를 치른 김용담 씨
그 역시 일본에서 돌아온 지
4년이나 지난 뒤인 1971년에야
군 방첩부대에 체포됐습니다.
박정희가
강력한 야당 후보 김대중의 도전을 받았던
대선이 열렸던 바로 그 해였고
1972년 10월 유신으로
종신 집권체제를 구축하기 1년 전이었습니다.
김용담 / 1971년 간첩조작 피해자 ◀INT▶
"처음에 제주도 돌아오셨을 때 67년도에 그때는 어땠습니까?...그때는 조사받고 그냥 내보내줘서 나왔지...갑자기 4년 뒤에 조사했잖아요. 이상하고 억울하다고 생각 드시지 않았습니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있나"
군사정권은 독재체제가 흔들리면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민주화 요구를 억눌렀고
공안기관들은 그때마다
고문과 조작으로 간첩사건을 터뜨렸습니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 ◀SYN▶
북한에서 내려오라 이거야. 내려와야 우리 군인들 전과 올리고 훈장 타고 진급되고 이런 기회들 생기지 않느냐 그놈들이 안 내려오면 좀 답답하죠 어떤 면에서 군인들은 경찰이나
그리고, 4.3의 광풍을 피해
섬을 떠난 가족들을 찾아 일본으로 밀항했던
제주도민들이 표적이 됐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누명을 쓰고
백발의 노인이 된 피해자들은
아직도 내가 왜 간첩이 됐어야 했냐고
묻고 있습니다.
김평강 / 1981년 간첩조작 피해자
◀INT▶
어머니가 조총련 사람들 집에 살았어. 왜 거기 갔냐? 나는 어머니한테 갔다고 했지. 이게 무슨 잔 소리냐 하면서 막 때리고 그러는거야.
간첩이라고 만들어놓으니까 어쩔 수 없이 간첩이 되는구나 했지
그러나, 그들을 간첩으로 만들고
권력을 누렸던 장본인들은
한 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재심이라는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mbc 뉴스 조인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