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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제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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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금 18시 05분 방송
장르
보도·시사 프로그램
등급
All
제작
윤상범
구성
김영나
진행
윤상범

11월17일 (수) <오늘의 시선> 탈코르셋 운동 못 다한 이야기 (제주여민회 김태연이사)

2021년 11월 19일 16시 11분 11초 2년 전 | 조회수 :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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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윤 : 지난달에는 요즘 확산되고 있는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 소개해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 보죠.

김 : 네, 한 문장으로 단언하긴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소개를 했었죠. 다시 간략하게라도 언급하자면 여성에게 긴 머리나 몸매를 강조하는 옷, 화장 등 신체를 꾸미는 것을 꾸밈노동이라고 보고 여기에서 자유로워지려는 운동을 가리켜서 탈코르셋 운동이라고 합니다. 요즘 들어서 숏컷을 하면 페미니스트다, 화장을 하지 않으면 페미니스트다라고 낙인찍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탈코르셋 운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죠. 탈코르셋=페미니즘이다, 아니다라는 소모적 논쟁보다 지금의 탈코르셋 운동이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잔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윤 : 네, 그러면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해왔던 말이나 행동들을 다시금 돌아보는 질문들도 다뤄봤습니다. 오늘은 어떤 주제 준비해오셨나요?

김 : 아무래도 제 관심사를 가지고 오늘의 시선에 와서 말씀을 드리다 보니까, 방송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지인들과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요. 탈코르셋 운동을 다루고 나서는 정말 남녀노소 다양한 입장을 가진 지인들과 여러 가지 생각을 나누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방송 때 못 다 한 이야기를 다시 준비해 왔습니다.

윤 : 그렇군요. 대체 어떤 이야기를 그렇게 열띠게 나누셨어요?

김 : 지난 방송 말미에 소개해드렸던, 제주여성영화제 상영작 <머리카락> 이후에 20대부터 50대까지 모여앉아서 집담회를 했어요. 우선은 두발 규제가 심했던 지금의 40대, 50대에게는 오히려 머리를 기르는 일이 규범에 반하는 행위이기도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방송 듣고 계시면 ‘맞아, 그땐 그랬지’라고 예전을 떠올리실 분들도 계실 텐데요. 스커트의 기장이나 머리 길이까지 단속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이 코르셋이라고 하는 것도 단지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속박을 가리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고정된 것도 아니고 그때의 사회적 분위기와 맥락 안에서 공유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윤 : 세대별로 탈코르셋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셨던 거군요. 흥미로운 자리였겠어요.

김 : 지난 방송 때도 중세 시대의 코르셋과 중국의 관습인 전족 같은 예를 들었잖아요. 그리 멀지 않은 때에 한국사회에서도 이런 속박의 상징물이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변화해왔구나, 새삼스럽게 생각해봤습니다. 또 20대인 패널이 들려준 이야기는 화장품이라든지 옷이라든지 너무나 많은 소비 품목의 선택지 가운데서 무엇을 선택하지 않을 자유, 무엇도 하지 않을 자유라고 하는 것이 중요한 쟁취일 수 있다는 거였어요. 화장을 하지 않을 자유, 색조 화장품을 사지 않을 자유, 어떤 옷을 입지 않을 자유 같은 것들을 말이에요. 그리고 더불어서 말과 표현에 대한 자유도 언급이 됐어요.

윤 :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김 : 코르셋이 물리적인 것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는 했었는데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언어에도 이런 작용들이 가해지고 있다는 거예요. 왜, 몇 년 전에 한 여성 연예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말투가 남성답다고 지적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 표현을 빌리자면 ‘둥글게’ 말하지 않고, 각지고 모난 표현을 했다는 것인데요. 글로 하는 소통이라는 게 늘 오해의 소지를 갖고 있긴 하잖아요. 이모티콘을 붙인다든지, 이른바 애교 섞인 말투로 팬들을 대해야 한다는 거죠. 물론 여성 연예인이기 때문에 더욱 비난 받았던 것이기도 하고요.

윤 : 지난 방송에서 코르셋을 강조하는 사회적인 맥락을 봐야한다, 탈코르셋을 규범화하는 엄격함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은데요.

김 : 예, 맞습니다. 그런데 막상 주변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까 말은 정말 이상적인데,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고민에 부딪히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여자아이다움, 남자아이다움이라고 하는 게 절대로 고정된 것이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의 취향을 결정하도록 도와야겠다!’ 라고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현실에서는 그렇게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 중에는 거의 선택의 여지 없이 성역할이 고정되어 있거나, 남녀를 구분하는 통념이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는 것들이 많다고 해요. 유치원에서, 어린이집에서, 학교에서 그런 문화들을 습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의지만으로는 어렵다는 거죠.

윤 : 아이들 장난감을 보더라도 여아용은 분홍색, 남아용은 파란색 여전히 많잖아요.

김 : 제가 사는 집앞에 커다란 장난감 가게가 있어서 종종 놀러가거든요? 여아용 장난감은 분홍색일 뿐만 아니라 성인의 화장 과정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상품들도 정말 많기도 하고요. 직업에 관한 동화책을 선물하려고 살펴보는데 책 속에 소개된 모든 직업이 전부 ‘소방관 아저씨’, ‘경찰관 아저씨’로 표현되어있더라고요. 이런 환경에 자연스럽게 꾸준히 노출되다 보면 성별의 구분, 그러니까 여자답다 남자답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고만 말하기는 난감해지죠. 저절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원래 그런 것, 타고난 어떤 것이라고 믿게 되고요. 아무튼 지난 방송 이후에 지인들의 토로는 보호자로서 아이의 학습환경을 다 통제할 수는 없으니까, 어느 정도 타협하게 된다 이런 고민들을 털어놔주셨어요.

윤 :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남성다움, 여성다움이라는 것이 주입되면서 무의식적으로 학습하게 된다는 거죠?

김 : 네, 네, 지난 방송 이후 지인들의 반응 중에 또 흥미로웠던 것은요. 남성에게는 또 다른 코르셋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 분이 있었어요. 탈코르셋 운동이 제기하는 물음을 중에는 저는 이 남성다움, 여성다움이라는 것, 그러니까 ‘--답다’는 규정, 그러니까 정체성이라고 하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좀 뜯어서 보자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가 만들어놓은 오랜 시간 누적되어온 여성은 어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단지 여성만의 이야기일까요? 남성들에게도 남성다움이라는 것이 강요되고 있다고 봐요. 윤아나님도 어릴 적에 그런 얘기 들어본 적 있지 않으세요?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 혹은 ‘남성은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 이런 말이 사람들로 하여금 알게 모르게 고정된 정체성을 강요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윤 : 네, 그런 말 많이 하죠. 사회생활 하면서도 많이 듣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회식 자리에서도 남자가 술 한 잔도 못해서 어떻게 하느냐고 타박 아닌 타박을 듣는 경우가 있잖아요. 남자가 이 정도 들지 못해서 어떻게 하냐, 남자는 어떤 때에도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런 말들이요.

김 : 가장으로서 져야 할 책임과 무게, 회사 내에서도 요청받는 그런 말들이 남성다움, 여성다움이라는 칸막이, 그러니까 구분을 더욱 공고화하면서, 그동안 부과된 ‘--다움’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들을 기성의 메커니즘에 대한 위협적인 것이다, 혹은 공격적인 것이다 이렇게 보이게끔 하는 것 같아요. 탈코르셋 운동을 자꾸만 문제 삼으려는 움직임이 그런 거잖아요. 터놓고 말씀 드리면, 뭐 남성다움/여성다움이라는 것이 탈코르셋 운동의 양상과는 거리가 좀 멀어보여도, ‘--답다’는 규정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사회가 강요하는 남성다움/여성다움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왜 우리는 거기에 큰 의문을 던져본 적 없는지는 살펴볼 문제인 거죠.

윤 : 그러고 보니, 그런 규정이 오히려 속박이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 : 네, 그래서 지난 방송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숏컷’에 대한 일각의 반응들이 내포하는 것이 숏컷을 하면 탈코르셋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탈코르셋 운동에 참여하면 페미니스트라는 식의 삼단 논법인 것인데. 이런 반응은 사실 페미니즘이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느끼는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봐요. 논쟁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실 시야를 좀 더 확장해서 보면 탈코르셋 운동으로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답다’는 규정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자기 자신이라는 근원을 찾아가보자, 이런 이야길 하고 싶습니다.

윤 : 지난 방송 때도 탈코르셋 운동이 결국 지향하는 것은 나를 찾는 과정이다,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나요.

김 : 네, ‘나답다는 게 과연 뭘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보면 좋겠어요. 농담 섞어서 말씀드리면 세 번 넘게 울면 남성이 아닌가요? 부엌에 들어가면 남성이 아닌가요? 혹은 근육을 만들고 보디빌딩을 하는 여성은 여성이 아닌가요? 험준한 산을 오르는 여성 산악인들은 여성이 아닌가요? 나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조건들이 나를 어떤 식으로 규정하려고 하는지, 어떤 규정을 통해 옭아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골똘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려면 자신이 남들에게, 가족에게, 사회에게, 군중의 시선에게 자유로워지기 위한 스스로 결정과 행위들을 수행할 때 마주하게 되는 이 물음들을 직면하는 용기가 중요한 거죠.

윤 : 네, 당연한 것들을 낯설게 보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네요.

김 : 혼성그룹 쿨의 <해석남녀>라는 노래 기억하세요? 2000년에 나온 노래이고, 가사 좀 되짚어보자면 이런 내용인데요. 남자는 항상 이런말을 은근슬쩍 하지/내숭을 떠는 여자 정말 싫다고 /도대체 알고 하는 소린지 진짜로 내숭없는 여자는/조금만 사귀어보면 매력없단 사실을, 남자는 뭐니뭐니 해도 내세울건 능력이라지만/여자는 곧 죽어도 미모란 사실을/영웅은 미인들만 차지해 용기가 있는자는 그렇지/열번을 찍을만큼 참을성도 필요해. 이런 이야기를 한참 하고 나서 우연히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들었는데, 정말 미묘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아시겠지만 MBC의 히트 드라마로 꼽히는 2005년작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노처녀라고 불렸던 삼순이의 나이가 서른이었다는 거예요. 여자의 내숭, 남자의 능력 이런 가사가 통용되던 시기도 있고 서른이면 노처녀라는 통념이 있던 시기도 있지만, 이렇게 당연하다는 것도 사회의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거죠.

윤 : 그러고 보면 20년 사이에 사회 분위기도 많이 바뀐 것 같지만, 또 오늘 서두에 해주신 얘기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걸 실감하기도 합니다.

김 : 그래도, 이런 시각들이 확산되는 한은 멈추지 않고 변할 것이라는 희망도 가져봐요. 그러기 위해선 이런 이야기들이 더 많이 회자되고, 대화에 참여하고, 공론에서 다뤄지는 게 필요하겠죠?

윤 : 네. 남성다움/여성다움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생각해보자, 오늘은 좀 더 생각해볼 거리들을 남긴 것 같네요.

김 : 저는 이름 때문에도 놀림 많이 받았어요. 여성의 이름 같지 않다고요. 일면식이 없으면 당연히 남자인 줄 알기도 하시고요. 그래서 더욱 ‘--답다’는 말을 여러 겹에서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윤: 그랬군요. 그럼 다음 만남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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