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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획>여전히 막힌 다랑쉬굴

권혁태 기자 입력 2022-03-31 00:00:00 수정 2022-03-31 00:00:00 조회수 0

◀ANC▶

이렇게 발굴 30년이 되도록

유족들의 가슴에 한으로 맺힌

다랑쉬굴은 여전히 입구가

막힌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굴 안에는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유골과 유물이 남아있지만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요,



미완으로 남은 다랑쉬굴 발굴의 의의과 과제를

권혁태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VCR▶

◀END▶



캄캄한 동굴 아래,

손전등 불빛을 비추자 하얀 유골이 나타납니다.



1991년 12월, 4.3 연구소 조사단에 의해

다랑쉬굴이 처음 확인된 당시 영상입니다.



◀INT▶(김동만 교수/당시 최초 발견자)

\"참담했죠. 4.3 당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현장이었으니까...\"



숨진 사람들의 신원과 사망 원인 등에 대한

기초조사가 이뤄진 뒤

이듬해 4월 1일 다랑쉬굴은 세상에 공개됩니다.



제주MBC가 방송사 가운데 유일하게 현장을 전달했고

일간지 3곳이 진상을 지면에 담았습니다.



다랑쉬굴 발굴은 당시 군사정권과 이른바 삼당합당 등으로

공안정국이 형성되며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던 4.3 진상규명을

재점화시켰습니다.



◀INT▶(김종민 당시 제민일보 취재기자)

\"91년 관덕정 추모제만 하더라도 원천봉쇄됐고

최류탄이 난무했는데 다랑쉬 굴이 발견되면서

4.3 진상규명의 새로운 불씨가...\"



하지만 세상에 드러난지 45일 만에

다랑쉬굴은 다시 봉쇄됐습니다.



당시 다랑쉬굴 입구는 콘크리트로 막혔고

유골들은 쫓기듯 황급히 화장된 뒤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당시 다랑쉬굴이 성역화될까 우려한 공안당국이 뒤에서

움직였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INT▶(남승택신부/당시 4.3연구소)

\"고산 성당에 유해를 모시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화장을 한다고..정보기관에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었죠.\"



변변한 발굴조사 한번 없이 막혔던 다랑쉬굴은

지난 2012년 제주고고학 연구소와

제주MBC가 처음으로 발굴조사를 벌이면서

정확한 현황이 드러났습니다.



아직도 굴 속에는 당시 희생자의 치아와 유골이 남겨져있고

그릇과 솥, 시계와 안경 등 모두 102점의 유물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책임 있는 기관의 수습책과 조사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INT▶(박경훈 4.3기념관 전시자문위원)

\"산재한 유골 수습과 유물에 대한 조사를 거쳐서 종합적인 보고서라도 하나 나와야 합니다. 그 이후에 등록문화재 등재를

위한 사유지 매입 등의 조치가 있어야하고.\"



발견 이후 유해 수습과 봉쇄 과정에서 당시 정부기관이

개입한 의혹에 대해서도 시급히 진상규명이

이뤄져야할 부분입니다.



◀INT▶(김동만 교수)

\"유해과 화장되고 바다에 뿌려지는 과정에서 외압의 실체를 밝히고 다랑쉬굴에 대한 왜곡된 사실들을 바로잡는 일들이 빠르게 이뤄져야합니다.



30년이 지났지만 다랑쉬굴로 가는 길을 알리는

이정표조차 부서지고 버려져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s/u) 4.3 진상규명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왔던 다랑쉬굴은 발견된지 30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막혀있습니다.



사실상 방치된 역사의 현장을 어떻게 보존하고 가꾸어 나갈지, 사회적 합의와 대안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할 때입니다.



MBC뉴스 권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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