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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당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도
지금까지 피해자로 등록되지 않은 생존수형인,
박화춘 할머니가 확인돼
검찰 직권재심 수행단이
단독으로 직권재심을 청구했는데요,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식들에게까지 피해 사실을 숨기며
한 맺힌 삶을 살아온 박화춘 할머니를
김찬년 기자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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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48년 군경의 강경진압작전을 피해
밭에서 숨어 지냈던 박화춘 할머니.
집안 제사를 가던 중 군경에 체포됐고,
모진 고문을 벗어나기 위해
무장대에 보리쌀 두 되를 줬다는
허위 자백을 해야만했습니다.
◀INT▶박화춘(97)/제주4·3수형인
"거꾸로 달아매서 닦달하니까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 닦달해도 한 것이 없는데 거짓말로 (보리)쌀 두 되 안 줬는데도 줬다 하니 풀어줬다."
박 할머니는
결국 내란죄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고,
세살 난 딸과 함께 전주와 서대문형무소에서
10개월을 살다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징역살이가 부끄럽고
자식들에게 해를 끼칠까봐
희생자 신고도 하지 않고
가슴 속에 묻어뒀습니다.
◀INT▶박화춘(97)/제주4·3수형인
"미안하고 창피해. 그런데(형무소) 다녀온 게. 징역 산 것도 말 안 했고. 길도 하나뿐이니 다녔지 다른 길 있었으면 그 길로 다녔지."
박 할머니는 지난 4월
직권재심과 보상 얘기를 듣고
74년 만에 평생의 한을 아들에게 털어놨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검찰 직권재심합동수행단은
수형인명부 등재 사실을 확인하고
최근 박 할머니를 단독으로
직권재심을 청구했습니다.
◀INT▶윤창숙/박화춘 할머니 아들
"응어리를 푸는 방법은 재판받아서 무죄 받는 것 밖에 더 있습니까? 돌아가시기 전에 무죄 받기를 바라는 것뿐이죠."
제주4.3당시
군경과 무장대에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도민은 3만 명.
절반인 만 4천여 명이
희생자로 결정된 가운데,
아직도 신고를 못한 희생자는
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 할머니처럼 아직도 어딘가에서
가슴 속에 피해 사실을 숨긴 채
지내고 있을 지 모를 희생자들을 찾고
명예를 회복시켜주기 위한
추가진상조사가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김찬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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