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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 중에는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하고,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을이 불타고 이웃 어른들이 총살당하자
산으로 도망가야만 했던 열 살 소년의 이야기를
김찬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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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역에 계엄령이 내려졌던
1948년 12월, 당시 10살 소년이었던
송병기 할아버지.
마을이 불타고 총성이 울리던 그 모습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INT▶송병기/故 송도윤 아들
"뭐라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불 질러버렸어요. 말도 없이 그대로 나오라고 해서 사람들 나오면 불 질러 버리고."
총을 맞은 5촌 아저씨는 불에 탔고,
끌려 나온 마을 어른들이 수모를 당하는
모습도 선명합니다.
◀INT▶송병기/故 송도윤 아들
"군인들이 얼마나 악랄했는지 총 개머리판으로 사람을 쥐어박고 때리고 하는 것도 다 봤고, 심지어는 사람 손을 뒤로 묶어놓고 라이터 불로 수염을 다 그슬려버려요. 그걸 보고 바지가랭이에 오줌을 쌀 정도로 겁이 났습니다."
벗어나고 싶은 끔찍한 기억들은
송 할아버지의 평생을 지배했습니다.
◀INT▶송병기/故 송도윤 아들
"동생이 밤에 실려갔다가 죽으니까 아침에 그냥 묻어두고 우리 몰래 아버지가 어디가 묻어버렸어요. 그 당시 생각을 하면, 다 잊어버리려고 하는데 사람 사는 것이 아니었어요."
가족 모두 주정공장에 수용됐다 풀려났지만
아버지만큼은 다시만나지 못했습니다.
헤어진 아버지는 지난 1999년 수형인명부가
공개되면서 글자로만 만날수 있었습니다.
징역 7년과 대전형무소, 그리고 행방불명이라는 기록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아버지 송도윤은
올해 1월 직권재심에서
74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INT▶송병기/故 송도윤 아들
"죽이는 그 사진을 봤을 때는 차마 차마 하거든요 대전에서. 내 그걸 보고 참 얼마나 괴로웠을까? 죽는 당시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
열 살 소년의 몸과 마음을 평생 지배한
트라우마. 씻을 수 없는 상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MBC뉴스 김찬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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