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제주 4.3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과 내란죄로
유죄를 받은 90대 생존수형인이
70여 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아흔이 넘어서야
한 평생 억울한 누명을 벗은
강순주 할아버지를
홍수현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재심 선고가 이뤄지는 날,
아들과 법원으로 향하는 강순주 할아버지.
올해 아흔 둘, 지팡이 없이는
제대로 걷기조차 힘든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4.3 당시 기억은 아직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1947년 제주 4.3이 발발하면서
불이 난 마을을 피했다가
경찰에 끌려간 강 할아버지.
당시 10대이던 소년에게
참을 수 없는 고문이 가해졌고,
죄가 없다는 외침에 풀려났지만
수 차례 재검속을 당해야 했습니다.
◀ INT ▶강순주/제주4.3 생존수형인
"(고문 때문에)멍이 생겨가지고 피고름이 몸 바깥으로 터졌으니까 살았지, 안으로 터졌으면 죽었습니다."
결국 강 할아버지에게는
식량을 훔쳐 폭도에게 제공하는 등
폭동에 동조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과 내란죄가 적용돼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습니다.
억울함을 벗으려
한국전쟁에 군 입대를 자원해 참전했던
강순주 할아버지.
검찰은 70여 년이 지나서야
강 할아버지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 SYNC ▶왕선주 검사/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검사
"피고인 강순주가 제주4.3 사건과 관련하여 공소사실과 같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 범행을 하였다는 증거가 없음으로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강 할아버지는
아흔을 넘어서야 정식으로 서게 된 법정에서
또박또박 마지막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 SYNC ▶강순주/제주4.3생존수형인
"너무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고 나는 아무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왜 세상이 이럴까. 국가를 많이 원망도 했습니다."
경청한 재판부는
강 할아버지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여생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 SYNC ▶방선옥/제주지방법원 4.3사건 전담재판부 부장판사
"피고인들에 대한 각 공소사실은 각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함으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백발이 되어서야 누명을 벗은 강 할아버지.
생애 마지막 도리를 다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 INT ▶강순주/제주4.3 생존수형인
"저 세상에 갈 때는 나는 깨끗한 몸으로 가고 싶다. 나는 이것이 가족들에게도 예의고 내가 할 도리가 아닌가‥"
MBC뉴스 홍수현입니다.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