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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문학으로 남은 기록 '순이 삼촌'

조인호 기자 입력 2025-04-02 21:04:27 수정 2025-04-02 21:04:27 조회수 0

          ◀ 앵 커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최종 심사를

앞두고 있는 제주 4·3기록물 중에는

문학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소설 '순이 삼촌'이 포함됐습니다.

 참담했던 민간인 학살을

생생하게 그려낸 '순이 삼촌'은

4·3을 한동안 잊고 있었던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져준 기록이었습니다.

      조인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토요일 오후 제주의 한 도서관에서

독자들과 만난 여든 네살의 노신사.

 소설 순이 삼촌의 작가 현기영씨는

자신이 왜 한 평생 4·3을 떠날 수 없었는지

털어놓았습니다.

◀ SYNC ▶ 현기영 / 소설 '순이 삼촌' 작가

"밤에 잠 자는데 악몽을 꾸었어요. 두번이나 꾼거야. 네가 4·3에서 뭐 한 게 있다고 말이야. 4·3에서 도망치려고 하냐고. 이 새끼 매우 쳐라! 이러는 거에요."

 순이 삼촌이 발표된 것은

박정희 군사정권의 위세가 절정에 이르렀던

1978년.

 일곱살 때 4·3을 겪은 현기영씨가

고향을 떠나 서울의 학교 선생님이 된 뒤에도

4·3은 언제나 귓가에 맴도는 이야기였습니다.

◀ INT ▶ 현기영 / 소설 '순이 삼촌' 작가

"할머니들 또는 어머니들 아주머니들, 방 구석에서 두런두런두런 소리가 높으면 안 되니까 두런두런 하면서 어느 밭에서 누가 죽었고 그러면서 하던 얘기 계속 반복적으로 하시고…"

 그래서, 친구의 고향인 북촌리를

찾아갔습니다.

 학교 운동장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수십명씩 밭으로 끌고 가 총살했던 마을

 지금도 한날 한시에 제사를 지낸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글로 쓰고 싶었지만

북촌 사람들은 한결같이 손사래를 치며

입을 다물었습니다.

◀ INT ▶ 현기영 / 소설 '순이 삼촌' 작가

"북촌 그 학살사건을 규명하겠다는데 왜 말을 안 하냐. 울면서 호소했어요. 그러니까 조금씩 말씀을 하시는 거야. 그들이 울면서 얘기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나도 글을 쓰는데 울면서 글을 쓰는 거죠."

 1949년 1월 17일 국군이

북촌리 주민 400여 명을 학살한 참극을 고발한

순이삼촌은 군사정권에 억눌렸던

1970년대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반세기 만에

4.3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운동 기록으로

세계적인 가치를 주목받게 됐습니다.

◀ SYNC ▶ 현기영 / 소설 '순이삼촌' 작가

"세계 인류, 인간을 위해서 그 기록물을 등재하고 보관하는 것 아닙니까. 4.3이 세계 평화에 전쟁 반대에 기여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MBC뉴스 조인호입니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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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호
조인호 hints@jeju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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