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사계절 푸른 제주도의 난대림에서
세계적 희귀종인 후박나무 수십 그루가
통째로 껍질이 벗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누군가 약재로 쓰려고
불법으로 껍질을 벗겨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100년 된 아름드리 나무까지
말라죽게 됐습니다.
조인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야트막한 오름 아래 펼쳐진
제주의 들판.
농경지 사이로 울창한 숲이
흩어져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뽀얀 속살을 드러낸
나무들이 눈에 띕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나무 껍질이 통째로 벗겨져 있습니다.
녹색 이끼로 덮혀있는 자연상태의 나무와
껍질이 사라진 살색 부분이 뚜렷이 구분됩니다.
칼 자국들도 기둥 곳곳에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 SYNC ▶
"칼을 이렇게 줄을 대 가지고 쫙 벗긴 다음에 일렬로 하나씩 벗긴 것 같아요. 쭉 이렇게"
껍질이 벗겨진 나무는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자라는 후박나무.
세계적인 희귀종이어서
우리나라에서는 자생지 4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있습니다.
높이는 10에서 15미터쯤 되보이고
둘레를 줄자로 직접 재보니
3미터 가까이 됩니다.
나이가 70년에서 100년 이상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 st-up ▶
"이렇게 마치 나무를 발가벗겨놓듯이 껍질을 벗겨놓았는데요. 지금까지 이 근처에서 껍질이 벗겨진채 발견된 나무가 마흔 세그루나 됩니다."
제주도 후박나무 껍질은
위장병이나 천식에 좋다고 해
한약재로 쓰여왔는데
인터넷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누군가 약재로 팔려고 껍질을
벗겨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 INT ▶ 강영식 /'제주 자연의 벗' 공동대표
"후박나무 박피를 이렇게 심각하게 한 것은 저도 처음 보고 아마 지금은 당장 안 죽더래도 결국은 형성층(나무가 자라는 조직)이 파괴되고 체관이 없어지는 바람에 영양 공급을 못해서 이 나무는 결국 죽습니다."
산림자원 조성관리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없이 산림에서 나무를 손상하거나
말라죽게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
환경단체가 빠른 조치를 요구한 가운데
서귀포시와 제주자치경찰은
누가 왜 후박나무 껍질을 벗겨갔는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MBC뉴스 조인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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