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4.3 당시, 주민 400여 명이 희생된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마을은
오늘같은 추석 명절이면 어느 곳보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에 숙연해지는 곳인데요.
5명의 4.3희생자를 둔 가족의 추석 성묘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홍수현 기자입니다.
제주시 조천읍 거문오름 인근의 한 가족묘.
추석날 아침, 제단 앞에 친척들이 모였습니다.
잘익은 햇과일에 제주식 송편과 기름떡,
꼬치에 꽂은 전복까지
푸짐한 추석 차례상을 차리고
함께 늘어서 공손히 두 손을 모읍니다.
조상께 드릴 술잔 하나하나에
맑은 술을 가득 채우고
정성껏 제문을 읽습니다.
◀ SYNC ▶
"황씨 가문의 무궁한 복락과 영화로움이 깃들게 하시며 가정마다 평안과 행복이 이어지도록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서른 두 위 조상들 가운데
할아버지와 아버지, 민보단 활동으로 숨진
작은아버지 등
4.3 당시 희생된 이들은 5명.
후손들은 조상께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제는 편히 쉬기를 바라며 큰절을 올립니다.
특히 올해는 4.3때 행방불명된 작은할머니와
당시 국민학교에 들어가기도 전
수류탄 폭발사고로 숨져
시신 조차 수습하지 못한 삼촌이
4.3 희생자로 결정된 뒤 처음 맞는 추석입니다.
집안의 큰 어른이 된 아들은
어린 조카 손주에게 4.3때 세상을 떠난
조상들의 이야기를 잊지 않습니다.
◀ INT ▶ 황경민/제주4.3희생자 가족
"가족들 오랜만에 봐서 좋았고 4.3때 돌아가신 할아버지 얘기 들었는데 다시는 그런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70여 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4.3 당시 억울하게 숨진 집안의 5명이
모두 희생자로 인정됐지만
아직도 북촌리 마을에는 미결정 희생자가
100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 INT ▶ 황요범/제주4.3희생자 가족
"희생자로 결정이 안 된 분들이 여럿 있거든요. 그런 분들도 어떤 증빙자료를 가지고 아니면 증언을 통해서 희생자로 결정되는 그런 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일년 중 가장 넉넉하다는 한가위를 맞는
4.3북촌리 사건 희생자 가족들.
억울하게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거나
침묵해야만 했던 주민들의 고통이
이제는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MBC뉴스 홍수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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