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어촌 마을을 살리고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국책 사업이,
역설적으로 그 마을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와 역사적 자산을
지워버린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재일교포 부부의 고향 사랑이 깃들어
큰 사랑을 받았던
서귀포 사계항의 '춘지등대'가 철거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남민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하늘에서 내려다본 서귀포 앞바다.
푸른 물결 사이로 빨간 등대가 보입니다.
1995년 세워진 춘지등대.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김춘지씨가
일본에서 자수성가한 뒤
고향 사람들의 안전한 뱃길을 위해
자비를 들여 세웠습니다.
서귀포 바다를 사이에 두고
4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남편 강진황씨가 세운
진황 등대가 마주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춘지 등대가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 INT ▶ 고병조
"가족들이랑 이쪽에 참 자주자주 오는 곳인데 최근에 와서 보니까 등대가 없어졌더라고요. 평소에 예쁘게 보던 등대고 보기도 좋았는데…"
서귀포시가 100억 원짜리 국비 지원 사업으로
방파제 연장 공사를 하면서
등대를 바로 철거한 겁니다.
◀ st-up ▶
"지금은 철거된 춘지등대가 있던 곳인데요.
밀려오는 너울을 막기 위해
방파제를 40미터 연장하는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재일교포의 고향 사랑이 깃든
가치 있는 문화 자산이었지만,
국비 공사라는 이름 아래
단숨에 철거됐습니다.
◀ 전화 INT ▶ 강만익/ 제주도 문화재위원
"전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특히 자수성가한 재일교포가 마을의 어업 발전을 위해 만들었던 등대는 살아있는 해양문화유산에 해당됩니다. 등대 원형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귀포시는 등대 설계 기준이 바뀌어
기존의 춘지 등대를 사용할 수 없어
철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전화 INT ▶ 서귀포시 관계자 (음성변조)
"해양수산관리단에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등대 지금 설계 기준이 좀 바뀌었어요. 그래서 신규 제작 들어가고…"
서귀포시는 지난해에도
원도심의 상징이었던
관광극장 철거를 강행해 논란을 빚었고,
최근에는 반려견 수영장을 만든다며
생태계가 살아 있는 소하천을
콘크리트로 매워 강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MBC뉴스 남민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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