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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영의 즐거운 오후2시

임서영의 즐거운 오후2시

14시 05분

사연 · 신청곡

내리사랑과 치사랑

전기밥솥에서도 쌀이 익어가는 내음은 

추억을 소환하기에 충분하네요.

밥 냄새가 솔솔 피어오르면 입안에 침이

고이며  조건반사가 생겨나지요.

어머니는 밥 한술이라도 더 먹게 하려고

김치를 쭉쭉 찢어주시곤 했었는데

이제 그 어머니는 구순이 되고 말아

김치는 커녕 그저 국물만 드시는 지경이

되었답니다.

입맛도 없으시다하고 섬망증상도 가끔

생겨나서  하루하루가 안타깝고 불안한데

이제는 달리 방법도 없고

그저 당연한 수순이라고만 여겨지네요.

늘상 아프다 타령만 해대셔서 

솔직히는 짜증날때가 한두번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방학을 이용해서 불편한 팔을

점검해보겠다고 서울 다녀오는 아들을

위해서는 따순밥 먹이려고 부랴부랴 서둘고

있는 내 스스로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되네요.

밤 늦게라도 배고프다 하면 열일 제쳐놓고 

챙기면서 어머니한테는 너무 대충대충

의무적으로 하게 되더라구요.

아이를 기다리며 밥이 익어가는 순간에

문득 생겨난 자각때문에

내리사랑과 치사랑의 한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살아계실 때 한번이라도 더 찿아뵙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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