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 신청곡
어머니의 염색
어머니는 89세입니다.
건 20여년 두어달에 한번씩 염색을 했었거든요.
이젠 코로나의 장기화로
특별히 어디 나다니실 기회도 없고해서
머리가 허옇게 되신지가 오래여도
염색해 드릴 생각을 안했답니다.
몇번 염색해야 할텐데..하고
말끝을 흐리시더라구요.
그러면 제가 눈치를 살피지도 않고
매번 말렸답니다.
" 어디 갈곳도 어신디 뭐허래 염색허쿠과게ᆢ"
또 어제는 말을 꺼내시는겁니다.
" 앞집 영순이 어멍은 미장원 강 머리도 짜르고
염색도 해서라게~"
어머니도 해드리냐고 여쭤보니까
아니라고 거절하시길래 그러려니 했는데
문득 어르신들 반어법이 생각나는겁니다.
그래서 서둘러 후다닥 염색해드리고나니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오늘도 전화를 하셔서는
연신 "고맙다" 타령입니다.
이젠 묻지도 말고 머리가 하얘지면
돌아가시기 전까지 꼬박꼬박
염색해드릴 생각입니다.
다시한번 느꼈답니다.
아무리 연세가 드셨어도
어머니든, 할머니든..
여성의 속성은 변함없이 여전하시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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