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 신청곡
붕굴레기
이렇게 비가 그쳤다가 다시 내리곤 하니 나는 지난 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이른 초저녁에 유산소 운동을 하려고 학교 운동장으로 갔었다. 맑은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고 지나가는 소나기로만 생각했을 때,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내리는 비가 물웅덩이에 기포로 떨어져 둥둥 떠다녔다.
나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붕굴레기(기포)가 생기면 비가 더 많이 온다고 했던 생각이나 조금 불안했다. 오늘따라 핸드폰을 두고 와서 집에 있는 식구들은 내가 어느 곳으로 운동 갔는지 몰라 걱정할 게 뻔했다.
나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들이 구령대 처마 아래에서 비를 피했지만 바람과 함께 비는 더욱 세차게 내렸다. 그때 미리 운동을 하고 갔던 동네 아주머니가 학교 정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주머니는 여러 개의 우산을 들고 와서 내밀었다. 고마워하는 우리에게 우산 돌려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나는 감기 기운까지 있어 걱정했는데 우산을 들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다음 날 나는 우산을 들고서 '이 집인가' 기웃거리는데 아저씨가 문을 열고 나왔다. 나는 웃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나도 많이 반성하면서 살게요" 말하고 우산을 전했다.
요즘처럼 이렇게 비가 오락가락 할 때면 신호등에서 우산 없이 같이 건너는 일행에게 우산을 받쳐준다. 그러면 아주 작은 일이지만은 고마워한다.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