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 신청곡
아버지! 당신..
87년 봄,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마지막 단발머리로 컷트를 해 주시며 내게... 아버지는
"이제랑 읍에 나강 단발허라이~, 아버지가 해주민 친구들 놀리난이~"
라고 하셨다.
볕이 제일 잘드는 마당 가운데 앉으면 아버지의 손은 바빠졌다.
그렇게 아버지는 1남5녀 모두 초등학교 졸업 때 까지 손수 머리를 다듬어 주셨고, 중학교 입학까지 미용실은 구경할 수 없었다.
두 분.. 안녕하시죠?^^
아버지는 예순아홉에 뇌경색과 뇌출혈.. 두 번의 수술을 잘 이겨내셨지만 편마비가 오고 와상환자로 요양원에서 5년째 지내고 계십니다.
혈관성치매의 진행으로 10분 전.. 일도 기억을 못하시지만 다행스럽게도 딸과 엄마는 잘 알아보시곤 하죠~
그도그럴것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어머니는 요양원으로 가셔서 아버지 케어를 맡아 하시거든요..
요양원 선생님들이 '열녀문'을 세워드려야 한다고 할 만큼.. 어머니의 정성은 정말 말 그대로 [지성]..입니다.
워낙에 남의 손을 싫어하시는 성격인지라 치매를 앓고 계셔도 요양보호사 선생님들 손길을 심하게 거부하는 날이 많답니다.
어제는 장발이 되어가시는 아버지의 하얀 머리를 컷트하고 왔습니다.
며칠 전 부터 어머니의 기도를 누가 들어주셨는지.... 아버지는 가만히 몸을 저에게 맡기셨어요~
태어나 처음으로 남의 머리를... 그것도 삭발을 시도해 봤어요.
두상에 상처가 날까 손이 떨리고, 아버지가 갑자기 뿌리치실까 두려웠지만......
해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어 보여드리니.... "곱다~" 하십니다.
어머니께선.... '자식들 많지만 유독 저의 손을 허락하시니...천만 다행이다..'라고 하루종일 노래를 부르셨어요~
오래 전, 동네 어르신들 하신 말씀 중에
'초파일에 아기들 머리 삭발해주면 큰 굿~ 한 번 해준거나 마찬가진다'
라는 얘기가 생각이 났어요~
친정 집 놀러갔다가 헤어질 때면... 대문에 서서 손 흔들며 '혼저가라' 고 눈물 흘리시던...
한 달에 몇 번을 만나도 그렇게 눈물이 많으시던 아버지~!
초파일에 머리 갂았드렸으니...
아버지!
이제는 울지맙써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