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6월 1일(월) [로스쿨] 노동법 관련 유의미한 판례들(김혜선 노무사)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노동법 관련 유의미한 판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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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김혜선 노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네. 안녕하세요. 김혜선 노무사입니다.
윤 :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김 : 오늘은 요즘 나온 판례 중 노동법 관련 유의미한 판례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윤 : 소개해주시죠.
김 : 지난시간에 고용보험에 대해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관련된 판결이 있어서 먼저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고용보험법 상 육아휴직을 30일 이상 한 노동자에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데요,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노동자가 육아휴직을 분할해서 사용했더라도 합산하여 30일 이상이면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윤 :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육아휴직을 이어서 30일을 사용해야만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는 말씀이시네요?
김 : 네, 법에서는 30일 이상 사용이라고만 되어 있을 뿐 반드시 이어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었는데요, 실무상 처리를 할 때는 30일을 붙여서 사용하는 경우에 지급을 해왔었던 거죠.
그런데 이번 판결에서는 28일간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이후에 약 20여일 후 다시 2일을 사용한 노동자의 경우에도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라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윤 : 사실 말씀을 들으면서 당연한 판결이라 생각은 드는데요, 법원의 판단근거는 무엇인가요?
김 : 법원은 "법해석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하면서 "법률의 입법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할 수 있다"고 밝힌 후에, "고용보험법 제70조 1항은 육아휴직을 30일 이상 부여받은 피보험자에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4는 육아휴직을 1회에 한해 분할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 같은 육아휴직급여 제도는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 그 기간동안 소득을 보전해 제도사용을 촉진함으로써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점 등을 봤을 때 '30일 이상'을 요건으로 둔 것은 30일 이상 장기간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며 "법 규정 문언에서 육아휴직을 '연속하여' 30일 이상 부여받을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은 이상 법 취지에 맞게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지 않도록 합산한 기간이 30일 이상인 근로자도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윤 : 그러면 이제 30일을 분할 사용해도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게 되는 건가요?
김 : 안타깝게도 아직은 실무적으로 적용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대법원에 상소를 했거든요. 하지만 이런 판결이 하급심에서 나왔으므로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소송이 많이 제기될 것이라 보이고요, 대법원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윤 : 빨리 긍정적인 대법원 결과가 나오면 좋겠네요. 그럼, 다음 판례도 소개해주시죠.
김 : 회사가 채용과정에서 ‘헤드헌터’를 통해 약속한 노동자의 노동조건 등을 일방적으로 번복한 뒤 이를 거부하는 노동자의 채용내정을 취소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의 판결입니다.
윤 ; 요즘 회사사정 때문에 채용을 약속했다가 번복하는 경우들도 많은 것 같은데, 그런 것도 부당해고라는 거네요?
김 : 네. 단순한 채용약속이 아니라 근로조건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여 채용을 확정한 경우인데, 이를 ‘채용내정’이라고 합니다. 법원은 ‘채용내정’은 그 자체로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이유 없이 채용내정을 취소하면 부당해고라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윤 : 관련해서 판결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김 ; 회사는 2018년 2월 헤드헌팅업체에 마케팅 총괄업무를 담당할 인력채용을 의뢰했고 헤드헌팅업체의 제안으로 이 회사와 면접을 본 노동자는 헤드헌팅업체를 통해 최종 합격 통지를 받고 6월부터 출근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5월쯤, 노동자와 약정했던 기본급을 낮추고 입사일정도 변경하자는 이야기를 한 것이죠. 이에 노동자가 항의하자 6.1. 채용 불합격 통보를 한 사건입니다.
윤 : 보통 회사가 저렇게 나오는 것은 사실 채용을 번복하겠다는 것 아닌가요?
김 : 그렇죠. 이럴 경우 대부분의 노동자는 어쩔 수 없이 다른 회사를 알아보거나 아니면 변경 제시된 조건을 수락하게 되는데요. 이 노동자는 회사의 일방적인 조건 변경에 항의를 한 거죠. 그러자 회사는 채용 불합격 통보를 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거친 사건이었고요. 모두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윤 : 그런데 회사는 노동위 판정을 인정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한거네요.
김 : 네. 하지만 법원 역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재판부는 “사용자가 전형 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 및 채용을 통지하면 이는 근로계약 승낙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봐야 하고 이는 채용을 미리 결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며, 회사가 채용의사를 외부적⋅객관적으로 표명해 통지했기 때문에 근로계약이 성립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가 근로자의 채용을 내정했는데 아직 근로 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에게 해약권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일방적으로 채용을 취소하면서 해고 사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해고”라고 판결했습니다.
윤 : 다른 판례도 알아볼까요?
김 : 이번 내용은 아파트 경비노동자에 대한 판결인데요. 보통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경우 직접적 근로계약관계도 없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입주민들이 마치 경비노동자의 사용자인 것처럼 행동을 하거나 경비업무가 아닌 택배업무, 주차관리업무, 청소나 쓰레기 분리수거, 제초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러다보니 경비노동자들은 휴게시간에 자유롭게 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제54조 제2항) 상 휴게시간은 노동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만약 자유롭게 쉴 수 없다면 근로시간이니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이와 관련한 판례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윤 : 경비노동자분들이 주차관리업무, 분리수거 이런 일들도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데 원래는 다 안 되는 거군요.
김 : 네. 우선, 「공동주택관리법」(제65조 제6항)에는 아파트 관리주체나 입주자대표회의는 물론 입주자들도 경비노동자에게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경비업법」(제7조 제5항)은 허가받은 경비업무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종사하게 한 경우는 경비업 허가 취소대상이기도 합니다.
윤 : 그럼, 사건 내용을 자세히 알아볼까요?
김 : 그런데 소개드릴 내용은 앞에 설명한 법이랑은 판단이 좀 달랐어요. 부산의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소속 경비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및 퇴직금청구소송이었는데요.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경비업체에 대한 청구는 극히 일부 금액(매월 1시간의 업무교육시간에 대한 미지급임금)만 인정하는 사실상의 기각 판결을 하였습니다.
윤 : 어떻게 그런 판단이 나온 거죠?
김 : 우선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해서는 위탁관리계약상의 지위에 기한 감독권의 범위를 넘어 경비원 채용과 승진에 관여하거나 업무수행상태를 감독하고 임금, 복지비 등의 지급수준을 독자적으로 결정했더라도, 관리업자 혹은 관리소장의 인사권과 업무지휘명령권이 모두 배제되지는 않아 관리업체와 경비노동자가 체결한 근로계약이 형식적인 것일 뿐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법상 사용자는 관리업체 즉 경비업체이지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기각 판결을 했고요,
경비노동자가 청구한 것은 휴게시간에 자유롭게 휴식이나 수면을 취할 수 없었고 경비초소를 벗어날 수 없었으며 휴게시간 중 어쩔 수 없이 택배수령 업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었으므로 사실상 휴게시간이 아닌 근로시간이었다고 주장했는데요.
법원은 “원고는 휴게시간에 피고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휴식이나 수면을 취할 수 있었으며 휴게시간에 경비초소를 벗어날 수 있었고 경비초소에서 휴게시간을 보낸 경우 이는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고 경비초소 자체도 야간 휴게시간에 수면을 취하기에 부적합한 공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가 휴게시간에도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초과근무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휴게시간 중 근로에 대한 임금 청구도 모두 기각했습니다.
윤 : 현실을 잘 모르는 판결 이라는 지적도 많은데... 사실 경비노동자가 경비초소에서 수면을 하면 당연히 민원이 들어오지 않을까요? 그리고 휴게시간이 언제인지도 모르는데 경비초소에 없으면 입주민들이 찾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리고 사실 입주민대표자회의나 입주민대표가 경비노동자에게 여러 잡무를 지시하는 경우는 많이 보잖아요?
김 : 그렇죠. 저도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판결이라 생각되는데요. 만약,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로서 지휘, 명령을 하려면 용역업체와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하지 말고 직접 노동자들을 고용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이 경우 노동법 준수문제 등 여러 가지 신경 쓸 것이 많다는 이유로 위탁관리를 하면서 실제로는 사용자처럼 행동을 하는 거죠.
그럼에도 법원이 이런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판단을 한 것이죠. 특히 법원은 이 회사 소속 경비노동자들이 휴게시간 등에 대한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진정사건에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 2019.10. ‘근로자들이 휴게장소가 없어 경비초소에서 휴게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휴게시간 중 택배수령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나, 휴게를 꼭 경비초소에서 취해야 할 이유가 없고 휴게시간 중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택배수령 등의 업무 지시를 하는 등 지휘⋅감독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내사종결처리한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윤 : 주차관리 등 문제로 입주민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당했던 故최희석 경비노동자의 일이 얼마 전 일인데, 아직도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경직된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 : 대부분 고령인 경비노동자들은 대부분 단기근로계약이다 보니 조금만 입주민이나 입주민대표회의 눈 밖에 나도 계약갱신이 되지 않는 현실임에도, 시키지도 않은 택배수령업무를 자발적으로 한 것이고 휴게시간에 자유롭게 쉴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인데요. 고용노동부나 법원 모두 경비노동자의 실제 근무환경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소위 갑질 판결을 내린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판결은 1심 판결이었거든요. 경비노동자들은 항소를 했고요. 이후 좀더 전향적인 판결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윤 :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