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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5월 4일(월) 제8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시 부문> 당선 수상자를 만나봅니다(변희수 작가)

■ 방송 : 제주MBC 라디오 <라디오제주시대>
제주시 FM 97.9 서귀포시 FM 97.1 서부지역 FM 106.5 (18:05~19:00)
■ 진행 : 윤상범 아나운서
■ 일시 : 2020년 5월 4일(월)
■ 대담 : 변희수 작가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윤상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올해 제주 4.3 평화문학상은 소설 부문은 당선작이 나오지 못했구요. 시와 논픽션 부문에서 당선작이 나왔습니다. 자, 먼저 시 부문에 당선된 변희수 작가를 연결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죠. 안녕하십니까?

○변희수> 예. 반갑습니다.

●윤> 예. 당선 축하드립니다. 어떻게 당선될 거라고 예상은 하셨었나요?

○변> 예상 못했습니다.

●윤> 예. 소감이 좀 어떠신지요?

○변> 여러 종류의 상이 있지만 특히 의미있는 상을 받게 되어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영광입니다. 대부분의 시인들이 그렇듯이 저 역시 개인의 문제에 천착하는 그런 시들을 그동안 많이 써왔습니다. 그런데 4.3 문학상을 준비하면서 개인이 아니라 어떤 공적인 영역에 관심을 두고 창작을 했다는 점이 저에게도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윤> 예. 당선작 제목이 <맑고 흰죽>입니다. 시간 관계상 저희가 다 읽어드릴 수는 없는데 심사위원들께서 이런 평가를 하셨더라구요. 음식을 통해 쓰디쓴 역사의 맛을 되새기는 절실함이 가슴을 울리게 한다. 이렇게 평가를 하시던데 사실 본인 작품 소개하시기가 좀 쑥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만은 소개를 부탁드릴까요?

○변> 네. 수상 소식을 듣고 저도 심사평을 인터넷을 통해서 보았습니다. 이 시를 쓸 때는 정말 저도 예상치 못한 어떤 절실한 목소리가 제 안에서 마치 들리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진아영 할머니는 4.3사건으로 인해서 턱이 없는 분이죠. 그래서 잘 드시지도 못하고 평생 영양실조와 더불어서 위장병을 앓았던 분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시를 쓰는 동안은 제가 할머니 대신 아프고 또 할머니 대신 죽을 끓이고 그 죽을 먹고 있는 사람 같았어요. 그래서 아픈 사람이 흰죽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하게 음식을 섭취하는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죽을 먹는 것이 구병(오래된 병)을 소원(염원)하는 행위에 더 가깝다고 늘 생각을 하는데요. 그래서 지금도 그런 장면이 떠올라요. 병원에서 아주 바싹 마른 몸으로 링거를 맞고 있는 할머니 사진을 제가 본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할머니에게 죽은 어쩌면 그 상처이면서도 그것을 회복해보고자 하는 그런 단순한 죽이 아니라 어떤 염원의 죽일 것이다 하면서 이 작품을 쓴 것이죠.

●윤> 그 말씀을 듣다 보니까 시 한 구절이 눈에 보이는데 “어제도 오늘도 삼키죠. 백번도 더 생각하죠. 죽이고 죽이다 보면은 또 다시 죽.” 이런 구절이 좀 눈에 들어옵니다. 근데 작가님은 제가 알기로 제주 출신이 아니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무명천 할머니, 진아영 할머니의 사연은 어떻게 아셨고 어떻게 이 시를 구성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하네요.

○변> 저는 대구 사람이죠. 처음에는 제가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서 호기심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 사건들이 단순하게 호기심으로만 바라볼 수 있는 사건들이 아니라는 걸 이제 점차 제가 알게 되었죠. 그래서 사실 이제 그동안 투고도 여러 번 했었거든요. 그런데 해를 거듭하면서 조사한 자료가 점차 이제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저도 많은 사건들을 알게 되었고 또 진아영 할머니 사건도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사연 중의 하나죠. 그런데 특히 이 <맑고 흰죽>의 진아영 할머니는 어떤 정치적인 이념이라든가 그런 것과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죠. 그래서 마치 저희 할머니 같은 분이죠. 그래서 이제 굉장히 공감이 갔습니다. 그래서 시를 보시면 대충 느끼시겠지만 감정들이 억지로 제가 꾸미지 않고 저절로 저의 목소리를 통해서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거 같습니다. 아마 열편의 시중에서 제가 가장 고생을 좀 덜하고 쓸 수 있었던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윤> 예. 사실 말씀하셨듯이 진아영 할머니에게 무슨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고 누구나 당할 수 있는 그런 일이였었기 때문에 이것이 아직도 좀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거든요. 여기에 대해서 역사적인 정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고, 그만큼 어떻게 보면 우리 제주 사람들에게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슬픔인데 그것을 또 이렇게 시로, 다른 지역에서 사실 이 사건 자체도 잘 몰랐던 분들이 많은데 이야기를 풀어내신 점이 참 대단하신 거 같습니다. 과거에 신춘문예로 등단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업 작가이신가요? 아니면 다른 일도 하고 계신가요?

○변>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는 제가 글쓰기 강의를 나갑니다. 나가고 나머지 요일들은 이제 대충 전업 작가로 살고 있죠.

●윤> 예. 전업 작가로 산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어서, 지금 생활하시는 거에 대해서는, 글을 쓰시면서 사는 거에 대해서는 만족을 하고 계십니까?

○변> 저는 생활만 된다면 사실 일주일에 두 번의 시간도 작가들은 아까워하거든요. 그래서 완전히 전업 작가이면 더 좋겠죠. 그런 어떤 단점과 장점이 같이 있는데 또 밖에서 직접 현장에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거는 또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윤> 예. 사실 ‘글밥’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거나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작가분들께 많이 들어서 좀 여쭤봤습니다.

○변> 예. 맞습니다.

●윤> 4.3 평화문학상에 당선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누가 좋아하시던가요?

○변> 동료들도 그렇고 지인들이 연락도 많이 해오고 또 축하 문자도 많이 보내줬습니다. 그런데 이제 상을 받았다고 제가 먼저 대놓고 자랑할 곳은 사실 또 없죠. 그래서 아무래도 제가 가장 이렇게 작업을 하는 것을 옆에서 틈틈이 본 사람들이 가족이니까 아마 가족이 그래도 가장 기뻐하지 않았을까,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윤> 이번에 제주와 관련된 시를 쓰시고 또 당선이 되셨습니다만은 혹시 작가님은 제주에 대한 의미라든가 이미지 같은 게 갖고 있는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변> 글쎄요. 뭍에서 바라보는 제주는 늘 훌쩍 떠나고 싶은 아주 낭만적이 곳이죠. 그래서 피안의 땅 같기도 하면서 근데 한편으로 잘 들여다보면 할머니 상처 같은 것들이 보이는 곳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특히 이 4.3 문학상을 준비하면서 제주가 가진 또 다른 얼굴에 대해서 이제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그런 것들이 있고 문학에서는 또 비극적인 것과 아름다운 것은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되기도 하는데요. 어쩌면 아픈 이야기들이 있어서 저는 제주가 저한테는 좀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곳, 그런 곳인 거 같습니다.

●윤> 예. 외부인들의 시선 속에서 너무 환상만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또 우리 제주 사람들의 그런 공통된 인식이기도 하거든요. 그 아픔을 들여다 봐 주시는 모습이 참 좋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이야기, 어떤 시를 쓰고 싶으신지 계획을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변> 예. 앞으로는 시의 이야기가 있고 또 세상이 담겨 있어서 서로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시를 썼으면 합니다. 요즘 흔히 시가 많이 어렵다고들 하거든요. 난해하고 어려워서 어떤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 무의미한 고통으로 가득찬 시가 아니라 고통을 조금 나눌 수 있는 시, 그리고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 조금 따뜻한 목소리를 내보는 그런 시를 조금 더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윤> 예. 말씀 들어보니까 제주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중에 더 나올 거 같기도 하네요.

○변> 그렇습니다.

●윤> 예. 작가님 말씀하신대로 나누면서 같이 또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런 글들로 앞으로도 많이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 드리구요. 저희는 또 다음 기회에 뵙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변> 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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