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3년2월20일(월) <로스쿨> 해고인가 자발적 사직인가의 다툼 (김혜선 노무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김혜선 노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네. 안녕하세요. 김혜선 노무사입니다.
윤 : 오늘 무슨 얘기를 나눠볼까요?
김 : 사용자와 노동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고용관계를 유지하다가 (고용관계가) 종료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노동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고용관계가 종료되는 것을 해고라고 합니다. 얼마 전 고용관계 종료 사유가 해고인지 자발적 사직인지 다툼이 있었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두57695 판결)이 나와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윤 : 근로기준법 상 해고를 하려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 않습니까? 해고 사유도 밝히고 서면으로 통보도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김 : 그렇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이미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를 해고할 때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노동자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하지 않았다면 이는 해고 절차 위반으로 부당해고가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정당한 이유가 있어도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위해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산전후휴가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단, 평균임금 1340일분(일시보상) 지급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 예외)
윤 : 해고 30일 전에 통보해야 하는 내용도 있지 않나요?
김 : 맞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해고 30일 전에 노동자에게 통보해야한다고 정하고 있고 만약 30일 전에 해고통보를 하지 않았다면 노동자에게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단,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나 천재․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노동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로 시행규칙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즉시해고가 가능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해고의 절차, 정당한 이유의 존부 등은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산재 휴업기간, 산전후휴가기간 해고 금지는 1인 이상 적용/ 5년 이하 징역, 5천만원 이하 벌금)되는 내용이지만, 해고 30일 전 통보 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 지급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내용으로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윤 : 법은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이러한 절차도 준수하고 정당한 이유도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법적인 준수사항을 모두 지키지 않고도 해고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구두해고 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고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내가 해고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죠?
김 : 말씀하신 내용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바로 해고라는 사실이 있었는지에 대한 입증책임의 문제입니다. 부당해고를 다투려면 우선 해고라는 사용자의 행위가 있었는지부터 확인되어야 하는데, 서면통보가 아닌 구두해고의 경우 노동자가 관련 내용을 녹음하거나 추후 해고를 했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는 한 사용자가 해고를 했다는 것을 밝히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윤 : 부당해고를 다투려면 ‘해고’가 있었다는 것부터 밝혀야 하는데 해고통지서가 없다면 고용관계의 종료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밝혀야 한다는 것이군요.
김 : 그렇습니다. 문제는 이런 해고의 존부에 대한 입증책임이 과연 사용자와 노동자 누구에게 있는가입니다. 만약 사용자에게 해고의 존부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면 사용자가 고용종료의 사유가 해고였는지 해고가 아닌 다른 종료사유였는지를 밝혀야 하고 노동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면 노동자가 해고의 존재에 대해 녹음, 이메일, 대화, 문자 기타 해고라 볼 만한 사정들이 있었다는 것을 밝혀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해고의 존부에 대한 입증책임에 대해 법원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어느 쪽에 그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으며 사안에 따라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입증책임의 주체가 누구인지까지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려는 ‘묵시적 의사표시’를 보인 것도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윤 : 그러니까 근로기준법 상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하지 않았다 해도 노동자가 사용자의 의사표시를 해고로 인식할 수 있었다면 해고라고 본다는 것인가요??
김 : 그렇습니다. 사안을 구체적으로 봐야하겠지만, 대법원은 사용자의 묵시적 의사표시에 따르는 해고 인정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설시했는데, 사용자의 노무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수령 거부에 대해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윤 : 그럼, 이번에 대법원에서 판결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김 : 이 사건은 전세버스 운송업체 소속 운전기사 A씨가 운송업체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인데 지노위, 중노위, 1, 2심 모두 회사 측 손을 들어주었던 사건입니다.
A씨는 운송업체에 입사해서 통근버스 운행을 담당했는데 두차례 정도 무단결근을 하면서 회사와 마찰이 있었습니다. 이후 회사 관리팀장이 무단결근을 이유로 A씨에게 버스 키를 반납할 것을 요구했지만 A씨가 이를 거부하자 관리상무와 관리팀장이 직접 열쇠를 회수했고 A씨를 직접 불로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사표를 쓰라”고 수차례 이야기를 했고 A씨가 “해고하는 것이냐”고 되묻자 “응”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사표 쓰고 가라”는 말을 반복했던 사건입니다.
이 사건 직후 A씨는 출근하지 않았고 회사는 3개월간 결근을 문제 삼지 않다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자 갑자기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했습니다.
해고한 사실이 없으니 복귀하면 즉시 근무할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A씨는 회사가 부당해고를 인정, 사과하고 부당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선지급하면 복직하겠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고 회사는 다시 “해고한 적 없다”는 내용으로 복직 독촉을 했던 사건입니다.
윤 : 회사는 A씨를 해고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계속 무단결근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면서 빨리 정상출근을 하라고 통보했다는 것이군요.
김 : 네, 노동위원회는 이런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회사가 일방적 의사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 A씨의 구제신청을 기각했습니다. 행정소송 1, 2심도 “사표를 쓰라“고 이야기 한 것은 A씨의 무례한 언행에 화를 내는 과정에서 이뤄진 우발적 표현으로 사직서 제출을 종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면서 A씨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분명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적도 없고 사표를 쓰라는 발언만으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윤 : 그럼 대법원에서 이런 노동위원회와 1, 2심의 판결이 뒤집어진 것이군요. 해고가 있었다고 본 것이네요.
김 : 대법원은 관리팀장의 언행은 일방적으로 A씨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로 보았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구체적인 기준에 따라 ”관리팀장이 관리상무를 대동한 상태에서 A씨에게 버스 키 반납을 요구하고 회수한 것은 근로자의 노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하면서 ”사표를 쓰고 나가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등 언행을 한 것은 A씨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윤 : 그러니까 ”사표 써라“라고 하는 말이 당시 대화 과정과 행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단순히 우발적 표현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군요.
김 : 그렇습니다. 나아가 재판부는 회사 대표가 이런 과정에서 묵시적으로 A씨에 대한 해고를 승인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봤는데, 소규모 회사의 특성 상 노동자의 노무수령을 거부할 경우 인력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도 ”사표를 쓰라“고 발언한 것은 회사 차원의 결단으로 봐야한다고 하면서 원심이 관리팀장의 발언 경위, 관리상무의 관여 정도, 대표의 묵시적 승인 여부 등을 면밀히 심리한 후 해고의 존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윤 : 노동위원회부터 행정소송 1, 2심 모두 해고라고 판단하지 않았던 사안을 대법원에서 해고로 판단했네요.
김 : 네,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해고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당시 상황과 사용자의 언행 및 태도 등을 보았을 때 이것은 확정적으로 근로관계 종료의 의사가 있다고 보여지는 정도라면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윤 : 그럼 이번 경우 외에 사용자가 구두해고 그러니까 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근로관계를 종료한 경우 해고로 인정된 경우가 또 있나요?
김 : 네. 해고 존부에 대한 입증책임이 정확히 노동자 또는 사용자에 있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근로관계 종료의 원인에 대해 노사간 다툼이 있는 경우 노동자가 명시적으로 사직의 의사를 표시했다거나 근로관계 종료에 동의했다는 것에 대해 사용자가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 노동자 의사에 반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것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노동위원회 결정이 있습니다. 또 해고가 구두로 이뤄진 경우 노동자는 해고 사실을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반면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거나 노동자가 이를 거부하고 무단으로 결근하는 경우 이를 징계사유로 삼아 해고할 수 있는 점 등 근로계약에 있어 양 당사자 지위와 입증의 부담을 고려하면 노동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해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는 사용자가 그와 같은 근로계약 종료 사유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본 판례도 있습니다.
윤 : 하지만 법에서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해고를 당해 절차 위반으로 부당해고를 다툴 때 노동자에게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군요.
김 : 그렇습니다. 따라서 해고 통보를 받지 못하고 구두 해고를 당한 경우 문자 등을 통해 해고를 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거나 구두 해고 이후 다시 사업장에 출근해서 근로의사를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노무수령을 거부한 사정 등을 증거로 남겨놓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자 역시 노동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할 때 정확하게 해고를 한다면 해고 사유와 시기를 문서로 30일 전에 통보하고 그 외 근로관계 종료의 경우에도 분쟁 예방차원에서 그 사유를 명확하게 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 : 만약 내가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생각되는 노동자는 어떤 법적 구제절차를 거칠 수 있나요?
김 : 내가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생각되신다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라는 것을 제기하시거나 민사소송으로 해고무효확인소송 등을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단, 근로기준법 상 해고의 정당성을 다툴 수 있는 사업장은 상시 5인 이상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한합니다. 물론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에도 개별적으로 해고가 금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산업재해 요양기간 및 산전후휴가기간과 그 후 30일 중의 해고를 비롯해서 연령, 장애를 이유로 한 해고, 남녀 차별 및 여성 노동자의 혼인, 임신, 출산, 육아휴직 등을 이유로 한 해고, 노동조합 가입, 정당한 단체활동 등을 이유로한 해고 등은 4인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됩니다.
그리고 정당한 해고라 하여도 30일 전 해고예고 통보를 하지 않거나 해고예고수당(30일 치 통상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고용노동부에 관련 진정을 하실 수 있습니다.
윤 :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김혜선 노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