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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3년3월1일(수) <오늘의 시선> 제주외항 개발사업, 이렇게 쪼개도 되나요? (독립언론 오롯 김은애 기자)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은 독립언론 ‘오롯’의 김은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김: 안녕하세요. 김은애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김: “제주외항 개발사업, 이렇게 쪼개도 되나요”.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준비되는 가운데, 제주도가 최근 평가항목을 결정해 고시했죠.

이번 사업은 4만 제곱미터 이상의 해양이 매립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고. 이것만으로도 앞으로 크고 작은 파장이 예상되는데요. 지난 1단계 사업가 개요, 진행상황들을 제가 자세히 들여다보다보니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그 내용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윤: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준비 중인 가운데, 현재는 이를 위한 평가항목이 결정된 상황인데요. 처음부터 짚어보죠.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 어떤 사업이죠?

김: 제주도가 밝힌 이번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은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약 650억원을 들여 바다를 매립하고, 이곳에 잡화부두와 관련 시설 등을 만들겠다는 계획인데요. 매립되는 바다 면적은 4만 제곱미터에 달합니다.

윤: 제주외항 개발사업이 총 몇 단계까지 있죠? 3단계였나요?

김: 네, 제주외항 개발사업은 총 3단계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사업지는 제주시 건입동 동쪽 화북지역의 전면 해상이고요. 1995년 전국항만 기본계획에 고시된 것이 시초였습니다.

당초 사업의 목적은 제주항 확장에 있었는데요. 제주항의 항내 면적이 부족한 점, 대형여객터미널이나 보관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 사업의 주요 근거가 됐고. 제주항의 바깥쪽에 확장되는 항만이라 해서 제주외항이라는 이름이 붙어 진행되고 있다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윤: 제주항 확장공사의 일환으로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거군요. 그런데 기본계획 고시 이후 25년이 훌쩍 넘은 상황인데, 사업은 총 3단계 중 2단계에 머물러 있어요. 이유가 뭐죠?

김: 워낙 오랫동안 진행되던 사업이라 보고서마다 목표 사업기간이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만, 내내 잡음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06년에는 제주도의회가 환경영향평가 쪼개기 문제를 지적하며 사업에 제동을 걸기도 했는데요. 제주도가 당시 제주외항 2단계 공사에 따른 환영영향평가를 하겠다며 제주도에 승인을 요청했었는데, 도의회가 승인을 보류한 겁니다.

윤: 보류 사유는 무엇이었나요?

김: 도의회는 이 사업이 2단계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기 때문에. 3단계 공사를 포함해서 2~3단계 전반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주문했어요. 당시 김병립 도의원은 제주항 건설계획을 수립할 때 종합적인 환경영향평가가 시행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화북동 지역에 대한 재해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고요.

윤: 워낙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사업이고, 해양 매립이 주요 내용인 사업이다 보니 사업 진행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건데. 1단계부터 3단계까지. 각 사업 내용은 어떻게 되죠?

김: 여기서부터 수상한 지점? 이상한 지점?이 등장하는데요. 제주외항 2단계 사업을 지금 제주도가 준비 중이라고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이건 2단계가 아닙니다. 3단계입니다.

윤: 무슨 말이죠? 2단계를 건너뛰고 3단계 사업을 진행한다는 말인가요?

김: 아뇨, 제주외항 개발사업은 2011년에 이미 당초 목표였던 2단계 사업까지 마무리가 다 됐던 사업이에요. 3단계만 남겨둔 사업이죠.

원래 1~2단계 사업은 방파제와 같은 외곽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고요. 초대형 크루즈 접안이 가능한 부두와 여객, 화물부두 등을 본격 건설하는 것이 3단계 사업이었어요. 3단계사업이 제일 개발규모가 크죠. 3단계 사업은 2019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2단계 완료 후 뚜렷한 진척 없이 2011년부터 지금까지 멈춰 있었습니다.

윤: 2011년 이미 2단계 사업까지 완료가 됐다고요. 그러면 지금 제주도가 진행하겠다 말하는 2단계 사업은 뭔가요? 이미 시행된 사업을 또 하겠다는 건가요?

김: 그건 아니고요. 지금 제주도가 말하는 2단계는 원래 3단계에 포함된 사업 내용이에요. 무슨 말이냐면, 2단계 사업을 다 마무리해놓고, 3단계 사업을 쪼개서 ‘이거 이제부터 2단계라고 부르자’ 라고 한 거예요.

3단계 사업이면 그냥 3단계라고 하면 될 일인데. 왜 다 끝난 2단계 사업의 이름을 빌려서 사업을 추진하려 하는 걸까요? 이상하죠?

윤: 무슨 이유가 있나요?

김: 여기서부턴 의혹 제기인데요. 사업 시행을 보다 용이하게 하려고 쪼개기를 한 정황이 보이고. 주민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해 2단계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윤: 제주외항 개발사업에 대해 주민 비판이 있었나요?

김: 네, 2021년에 3단계 사업에 대해 화북주민센터에서 주민공청회가 열렸는데. 당시 주민 증언을 들어보니 반발이 꽤 있었다고 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3단계 사업이 시행되면 지금 화북천 끝자락과 제주외항이 연결되고. 화북 앞바다 물길 상당부분이 가로막히게 되거든요. 우리 동네 앞으로 공기가 안 좋아질 거고. 출항, 입항할 때 선박들이 소음을 낼 거라고 했을 때. 좋아할 주민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래서 사업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당연히 사업에 우려 목소리를 전했고, 당시 5가지 정도로 우려되는 내용을 추려서 행정에 답을 요청했다고 해요.

윤: 주민들은 민원내용에 대한 답변을 받았나요?

김: 아뇨, 못 받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제가 다시 주민 분과 통화해서 확인했는데. “주민 우려사항에 대해 답변도 주지 않고. 주민들의 걱정은 여전한데, 도정은 일방적으로 제주외항 2단계라는 이름으로 사업 이름까지 바꾸고. 사업도 쪼개고. 이런 편법을 써도 되느냐.” 이런 비판을 하시더라고요.

윤: 아무리 주민 반발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미 완료된 사업의 이름을 붙여서까지 실행할 필요가 있나요? 3단계를 2단계로 지칭하는 것에 어떤 실익이 있죠?

김: 가장 큰 실익은 아무래도 관련 평가 통과에 유리하다는 겁니다. 환경영향평가를 쪼개서 할 수 있으니까. 통과가 용이해요.

만약 3단계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면, 3단계사업 전체 내용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3단계사업에는 바다와 하천을 잇는 다리를 만들고,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화북천 앞바다를 상당부분 매립하고, 이런 내용들이 포함됩니다. 또 3단계 사업예정지, 특히 다리가 놓아질 부분 바로 옆에는 멸종위기종인 기수갈고둥이 살아요. 얘네들은 공사 하겠다고 어디로 이주시키기도 힘들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환경영향평가 통과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사업을 시행하려면 최대한 사업을 잘게 쪼개서. 통과가 쉬운 부분부터 야금야금 진행하는 편이 행정에 유리합니다.

윤: 사업구간 쪼개기 의혹을 얘기하다보니, 생각나는 사례가 있네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도 환경영향평가를 피하려 쪼개기 발주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데. 비슷한 사례로 볼 여지가 있겠군요.

김: 맞아요. 이거 정말 심각합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으로 쪼개기 발주에 일종의 면죄부가 주어졌고. 제주외항 사업에서 이를 답습하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앞으로 그 어떤 난개발 사업이든지 행정이 원한다면, 사업자가 원한다면 쪼개기 수법으로 시행이 가능해질 위험성도 큽니다. 애당초 불가능하게끔 조처를 시급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 이번엔 제주도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현재 사업구간 자체만 한번 살펴보죠. 현재 예정된 사업구간만 본다면, 문제가 없나요?

김: 아뇨, 이번 사업구간만 봐도 문제가 있어요.

문제는 사업예정지 인근에 4.3유적지가 있고, 멸종위기종도 서식하고 있다는 거예요. 후대에게 물려줘야 할 4.3유적지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를, 매연으로 가득한 항만으로 만들어서 되겠느냐, 이런 지적이 나옵니다.

게다가 매연 문제도 크죠. 지금도 이곳은 바람 방향에 따라 제주항 드나드는 선적 때문에 매연 민원이 제기되는 형편인데. 잡화부두가 신설돼서 오는 선적이 많아지면 그로 인한 매연 피해는 당연히 더 커질 겁니다.

윤: 매연 때문에 제주항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있었다고요.

김: 네, 매연 문제는 저도 수 차례 목격을 했는데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때때로 시꺼먼 연기를 내뿜는 선박들이 제주외항 1~2단계 완공된 지점으로 드나듭니다. 이때 퀴퀴한 냄새가 엄청나요. 저는 이게 혹시 불법으로 저급 연료를 썼다거나, 선박 장비가 노후화돼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해서, 해경 측에 문의를 했는데요. 해경 측에서는 정기적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점검을 하고 있고.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결국 주민 분들만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윤: 관련해 재해영향평가도 시행이 되어야 할 텐데요.

김: 네, 제주도가 쪼개기 사업을 시행한 이유가 여기에서도 드러납니다. 3단계 사업에 대해 평가한다면 소규모 재해영향평가로 대체할 수가 없거든요.

이번에 쪼개진 제주외항 사업예정지의 경우 매립되는 해양면적이 4만여 제곱미터잖아요. 그런데 사업면적이 5천제곱미터 이상에서 5만 제곱미터 미만이면 소규모 재해영향평가로 들어가요. 그래서 이번 경우엔 까다로운 재해영향평가 대신 소규모로 대체할 수 있게 됐죠.

윤: 재해영향평가를 피하고, 비교적 절차가 간소한 소규모로 대체하기 위해 사업구간 쪼개기 편법을 쓴 것이 아니냐, 이런 의혹을 제시해주셨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이대로 시행 가능한가요?

김: 네, 아마 이대로라면 제주도는 밀어부칠 가능성이 커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도 쪼개기 발주 문제가 명백한데 다 무시하고 그냥 진행하고 있거든요.

또 하나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이... 홍수 문제입니다.

지금 매립되는 사업예정지, 그리고 앞으로 더 매립될 바닷가 부분은 화북천 끝자락 주변은 제주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정한 도로침수 우려지역입니다. 주택이 침수되는 것은 물론, 도로가 침수되는 사고는 거의 매년 태풍 때마다 발생하는 곳이고요.

그런데 물이 빠져나가야 할 물길, 그러니까 바다를 매립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이에 대한 걱정을 주민 분들이 하고 있습니다.

윤: 이번 제주외항 2단계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항목 등의 결정내용에 대해 의견 있는 분들은 누구나 오는 3월 9일까지 의견을 접수할 수 있다고 하죠. 팩스나 이메일로 접수가 불가하고, 서면으로만 제출이 가능하니 유의해야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은애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