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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3년1월25일(수) <오늘의 시선> "안전한 공간과 환경...인간 뿐만이 아니라 비인간들도 함께 살아간다"(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지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지 : 설 연휴 잘 보내셨어요? 떡국은 챙겨 드셨나요?

김 : 곧 ‘만 나이’ 도입되면 두 살 어려질 거 기대하고 두 그릇 먹었습니다.

팬데믹 이후로 모처럼 북적이는 설 보냈어요. 연휴 잘 보내셨나요?

지 : 네, 연휴에 여행 떠나신 분들도 많고, 모처럼 가족과 친지 만나서 시간 보낸 분들도 많으셨을 겁니다.

김 : 명절 민심 이야기 듣는 것도 오랜만이었습니다. 요즘엔 어떤 이슈가 떠오르는지 확인할 수 있잖아요. 선거를 앞두고 있는 때가 아니어서 그런지 평소와는 다른 주제가 귀에 꽂히더라고요.

지 : 어떤 이야기던가요?

김 : 스쿨존 단속 얘기 유독 많이 들렸어요. 알면서도 아차하는 순간에 과속해서 과태료 낸 얘기, 계도장 받았는데 스쿨존인 줄 몰랐다는 얘기, 정지선 어딘지 모르겠다 이거 위반 한 거냐 아니냐 묻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30km/h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느리다, 아니다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는 30km/h도 빠르다, 학교 앞 차량 정체나 사고를 정말로 방지하려면 승하차구역부터 없애야 하는 거 아니냐 등등 별별 논쟁이 이뤄졌어요.

지 : 네, 아무래도 일상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일이다 보니 더욱 그렇겠네요.

김 : 도로교통법 개정 실시 이후 어느덧 3년 스쿨존 주변 단속 카메라가 확대되고, 관련 시설도 보강 보완이 되고 있고 또 지난 1년 사이에 제주에도 과속 단속 카메라 많이 늘어나서 더욱 자주 더욱 피부에 와닿게 체감, 체험하고 계실 텐데요. 이야기 듣다 보니 흥미롭더라구요. 현 정부에서 스쿨존 제한속도 완화를 방침으로 내세웠잖아요. 여기에 호응하는 분들도 물론 있고, 대부분은 ‘어린이 사망 사고 줄었다고 하던데 조심해야지’로 요약할 수 있는 입장이었어요. 제한속도 완화도 폐지가 아니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 가까웠고요.

지 : 반응이 많이 달라진 걸 느껴요.

김 : 제가 2021년 여름에 <오늘의시선>에서 ‘민식이법’이라고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민식이법이라고 부르지 말자는 말씀을 드렸어요. 당시가 시행 1년을 넘긴 때였는데도, 온라인상에서는 “희대의 악법”이라고 지칭될 정도로 반발이 거셌어요. 어린이에게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그러니까 학교 앞에서만이라도 시속 30km로 가자는 거였는데도 말이에요.

지 : 기억합니다. 개정 초기 때처럼 불평, 불만, 불편보다는 공감대가 커졌어요. 관련 통계도 발표되고, 익숙해지기도 했고요.

김 : 제가 2021년 여름에 <오늘의시선>에서 ‘민식이법’이라고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

도로교통법 개정 이후 해마다 보도 형태를 살펴 보면 입장 변화가 비교적 뚜렷하게 보여요. 2020년부터 2021년 사이에는 처벌 강화라는 부분이 핵심이라는 언론 보도가 자주 다뤄졌거든요. 스쿨존에서 사고가 나면 무조건 처벌받는다는 공포심으로 운전자들을 사로잡아버린 면이 있었고요. 더불어 ‘민식이법 놀이’라고 불리는 현상을 다룬 언론 보도도 꽤 많았던 걸 지적한 적도 있었는데요. 어린이라는 약자를 악마화한다는 여론이 확산이 되면서 누그러들었어요. 언론의 힘이 인식에 영향을 많이 준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는 대목이죠.

지 : 법안이 바뀌고, 언론이 나서고, 여론이 만들어지고, 인식이 변화하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입니다. 아직도 갈길이 멀었어요.

김 : 어린이보호구역처럼 특정 집단을 보호하려는 여러 제도, 특히 장애인보호구역, 노인보호구역 그리고 저는 여기에 과장 조금 보태서 동물 도로 교통사고를 추가하면서 야생동물보호구역까지 집어넣었는데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스쿨존’을 중심으로 다루면서 어린이보호구역에 관한 인식은 극적으로 변화했다는 체감이 드는데, 다른 보호구역을 향한 관심은 여전히 저조하다는 이야기 나눈 적이 있죠.

지 : 네, 제도나 정책이 꼭 관심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니까요.

김 : 공공 정책의 많은 경우가 벌을 주느냐, 상을 주느냐 이런 딜레마에 놓여있어요. 교통 정책에서는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운전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것인가, 보행자나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편하게 만들 것인가로 접근법이 다르게 시작하는 거 같아요.

지 : 대부분은 벌을 줘서 바꾸려고 하죠. 과태료나 벌금을 ‘수업료’라고 하기도 하잖아요.

김 : 뭐 제주에서는 차고지증명제를 예로 들 수 있죠. 아시다시피 차고지증명제는 차량 증가를 억제하려는 간접총량제죠. 수요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 제주는 2007년부터 시행해서 단계별로 조정하다가 전면 시행한 지도 벌써 4년째인데요. 예전에 언급한 적 있지만 취지에 비하면 효과는 미미하다, 결국에 살 사람은 다 산다는 걸 입증해주는 사례로 보입니다.

지 : 네, 이런저런 부작용 사례들도 많이 알려졌고요.

김 : 또,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지난해 10월에 국토부와 국립생태원, 환경부에서 발표한 ‘2022 로드킬 저감대책’에서 최근 5년 동물 사고 수치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예방 시설을 설치해놓은 곳은 줄어들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LED안전등이나 표지판, 철조망 등등의 시설이 있지만 변수는 다름 아니라 ‘단속 카메라’였습니다.

지 : 구간 단속 카메라, 무인 단속 카메라 설치가 늘어나면 교통사고율이 줄어들었다는 통계만 봐도 알 수 있죠.

김 : 주/정차 단속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성 불법주차로 걷기가 어려운 골목에 단속 안내 붙고 나면 다음날부터 깨끗해지잖아요. 이런 현상이 문제이기보다 ‘벌을 주는 제도’가 현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을 좀 다르게 보고 싶어요.

지 : 좀 암울해지네요. 지난 방송 때 버스 준공영제 얘기하면서 복지의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다는 얘기 하셨잖아요. 보행자나 대중교통 이용자들이 좀 더 편리해지는 정책, 제도도 더 늘어나면 좋겠어요.

김 : 횡단보도, 표지판, 보행로 개선 같은 시설물 보강도 중요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유도할 정책도 필요하죠. 앞으로 15분도시 추진하면서 이 부분 충분히 고려가 되면 좋겠습니다. 걷는 사람은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자동차가 아닌 선택지는 더 다양하게 말이에요.

지 : 제도만큼이나 우리의 인식도 많이 바뀌어야 할 테고요.

김 : 노인보호구역이나 장애인보호구역처럼 정책과 제도가 유명무실하더라도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관심의 시작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네요. 다만 이솝우화에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건 바람이 아니라 해였던 것처럼 벌이 아니라 상이, 상이라는 표현이 좀 어색하지만, 득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하겠죠. 제가 편의상 자동차 운전자, 보행자, 대중교통 이용자라고 나누었지만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자 시민이잖아요.

지 : <오늘의시선>에서 우리가 자동차 중심 사회에서 사람 중심 사회로 가야한다는 말 자주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또 그 이야기 하시려는 거죠?

김 : 예, 오늘 저에겐 오늘의 시선 마지막 시간이기도 해서 저를 잊지 않으시도록 거듭해서 강조를 하려고요. 자동차가 문명의 이기이지만 자동차로 누리게 된 편안한 생활, 안락함, 빠른 속도가 운전자가 아닌 자동차 밖의 사람들을 보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는 점도 말씀 드렸었고, 자동차가 야기하는 문제들, 자동차를 이렇게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하는 필수품으로 여기게 하는 사회구조도 문제를 삼아야 한다는 말씀도 드렸었죠.

지 : 알기도 잘 알고, 지당한 말이지만 그러기엔 너무 익숙해져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김 : 도로교통법 개정안 이후의 우리 사회 논의 중에서는 운전자 대 보행자, 보행자 대 운전자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공고했다는 의문을 갖게 하는 효과도 이어지게 했다고 봐요. 어린이보호구역 이야기하면서 자주 말씀드렸었죠. 너무 낭만적인 구호라 저도 할 때마다 민망하면서도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안전의 기준을 가장 느리게 맞추자는 것이었어요. 안전한 공간, 안전한 환경의 기준을 어린이의 눈, 노인의 속도에, 일상 반경 안에 인간뿐만이 아니라 비인간존재들도 살아간다는 것에 맞춘다면, 하는 바람을 전해봅니다.

지 : 김태연 이사와 함께 한 오늘의 시선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인사도 해 주시죠.

김: (소회 마무리)

지: 오늘의 시선에선 마지막 시간이지만 금방 또 뵙게 될 테니까요.

그동안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