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12월19일(월) <로스쿨> 올 한해 주요 사건과 재판 결과(최호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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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지>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도 올 한해 많은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을 몇 가지 준비해 봤습니다.
어떤 사건들이 발생했고 재판 결과는 어떠했는지 간단하게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 한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니까 올 한해 있었던 사건들을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사건부터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최> 네. 처음 준비한 사건은 제주도에서 발생했던 사건입니다. 절벽으로 차를 몰고 돌진해 치매에 걸린 모친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죠.
지> 전국 뉴스에 보도됐던 사건이었죠. 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차에 태워서 절벽으로 돌진해 결국 어머니가 사망한 사건이었는데 이제 재판이 모두 끝난 것인가요.
최> 그렇습니다. 지난달 9일 항소심 판결 선고가 있었구요. 피고인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지> 그렇군요. 사건 내용에 대해서 좀 더 소개를 해주시죠.
최> A씨는 올해 3월 19일 새벽 1시쯤 방 안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 B씨를 갑자기 깨워서 형님 집으로 가자고 했는데요. 한밤중에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그것도 평소 별다른 교류 없이 지내는 배 다른 형의 집에 가자는 말이 의아했지만 치매환자인 B씨는 아들을 따라 나섰습니다.
A씨가 B씨와 함께 찾은 곳은 전날 차를 몰고 한 차례 답사를 했던 제주시 애월읍 애월해안로의 한 펜션 주차장이었는데요. 이곳에서 10여 분간 차를 세웠던A씨는 순식간에 속도를 올려 중앙선 너머 11m 높이의 해안절벽으로 돌진한 뒤 그대로 추락했습니다.
지> 높이 11m 해안절벽에서 추락했는데 아들은 살아남았던 것이죠.
최> 그렇습니다. 아들과 어머니 모두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있었는데 어머니만 현장에서 사망하고 아들은 살아남았습니다. A씨는 다친 몸을 이끌고 잠시 정차했던 펜션으로 가 문을 두드리며 구조를 요청했는데요. 펜션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생명에 지장은 없었습니다.
지> 다행히 목숨은 부지했지만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이지요.
최> 그렇습니다.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가 되었고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저지른 범행은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존속살해 범행과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지>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존속살해 범행과 다르다는 것은 어떤 주장이었나요.
최> 범행 직전 남긴 유서에 어머니에 대한 연민 등이 담겨 있는 데다 살해 방식이 어머니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방식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A씨의 아내는 증인신문에서 사업이 어려워지고 시어머니 상태가 점점 안좋아지니까 남편이 집에 있는 게 지옥 같고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는 말을 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지> 재판부에서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요.
최> 네. 검찰은 징역 10년을 선고해 달라고 구형했는데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지난 7월 21일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여러 사정이 한꺼번에 악화되자 충동적으로 자살을 결심하고 그 기회에 치매 증상이 악화된 피해자를 함께 살해해 주변을 고통을 덜어 주자는 매우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원한이나 분노, 재산적 탐욕에 의한 존속살해와 어느 정도 다르게 볼 여지가 있는 점, 피고인이 모친을 살해했다는 죄책감 속에서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아내와 친척 등 주변 여러 사람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지> 원한이나 분노, 재산적 탐욕에 의한 존속살해와 어느 정도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은 피고인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준 것이기도 하네요.
최> 그렇습니다. 기사에 달려 있는 댓글들도 보면 아들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치매 부모님 직접 모셔보지 않으면 저 마음 모른다. 등등 피고인의 입장을 두둔하는 내용의 댓글들도 많이 있는 것을 보고 저도 많이 놀랐는데요. 어쨌든 통상적인 존속살해 범죄보다는 형량에 있어서 참작이 많이 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 피고인이 항소까지 했던 것이지요.
최> 그렇습니다.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는 지난달 9일 “이 사건은 모친을 살해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 결과도 무거우며 도덕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높은 데다 특히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라며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지> 아들이 운전하는 차에 타고 아무런 힘도 써보지 못하고 죽음을 당한 어머니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어머니와 동반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힘든 상황에 있었던 아들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고.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죄책감으로 교도소에서 살아야 할텐데 참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는 이런 뉴스가 우리 사회에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 볼까요.
최> 다음 사건도 사망사건인데요. 강제로 모텔에 끌고 들어가려는 남성을 피해 달아나던 여성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 뉴스를 통해 본 것 같습니다. 스크린골프연습장 사장과 있었던 사건이었던 것 같은데요.
최> 그렇습니다. 지난해 12월 피해 여성 A씨가 평소 방문하던 울산의 한 스크린골프연습장 사장 B씨로부터 “내가 당신 때문에 돈을 좀 썼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3개월 전쯤에도 비슷한 문자를 받았던 A씨는 “저번에도 그러더니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야겠다”라고 답장한 후 해당 스크린골프장을 방문해 B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습니다.
지> 스크린골프장을 방문해서 같이 술을 마셨군요. 사건은 그 이후에 발생한 것인가요.
최> 네. 평소 술이 약했던 A씨는 금방 만취했고 B씨는 취한 A씨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함께 택시를 타고 가면서 A씨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습니다. 당시 A씨가 B씨의 손길을 거부하는 모습은 택시 내부의 블랙박스에 그대로 찍혀 있었다고 합니다.
B씨는 택시가 모텔 앞에서 서자 A씨를 모텔 쪽으로 데려갔고 A씨는 모텔로 들어가지 않으려 버티다 도로 쪽으로 도망갔지만 B씨가 따라와 A씨를 잡고 다시 모텔 안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지> 처음부터 성적인 목적을 갖고 A씨를 불러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군요.
최> 그렇죠. 모텔 안 카운터 앞에서도 A씨와 B씨의 실랑이가 이어지던 중 B씨가 모텔비를 계산하기 위해 직원에게 신용카드를 주는 틈을 타 A씨는 고개를 숙이고 뒷걸음질을 치면서 가까스로 B씨로부터 빠져나왔지만 고개를 들다 중심을 잃고 현관문 옆에 있는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지> 모텔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것이군요. 바로 응급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나요.
최> 충격적인 것은 B씨가 쓰러져 있는 A씨에게 입을 맞추고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추행한 것으로 드러난 것인데요.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뇌사 판정을 받고 투병 중 올해 1월에 사망했습니다.
검찰은 A씨를 강간치사와 감금치사,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는데요. 1심 재판에서 B씨는 성폭행 의도가 없었고, A씨의 사망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사건 당일 A씨가 반취 상태라는 것을 B씨가 잘 알고 있었고, 자신에게서 벗어나려고 계속 시도하던 중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B씨가 짐작했을 것으로 본다.”며 B씨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다만 B씨가 혐의 일부를 인정하고 벌금형 외에 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해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지> 1심 판결이 선고된 것이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닌 것인가요.
최> 그렇습니다. 검찰과 피고인 양측에서 모두 항소해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피해자 유가족들은 어떻게 사람을 죽였는데 징역 10년밖에 선고를 안할 수가 있냐고 하면서 억울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 쓰러진 피해자를 보고 강제추행을 했다는 대목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국민들의 법감정으로 징역 10년은 너무 약한 것 아니냐. 이런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 볼까요.
최> 네. 마지막 사건은 동물학대와 관련된 내용인데요. 수년간 길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동물학대범이 법정 최고형에 가까운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지> 동물학대 사건이 요즘 계속해서 뉴스에 보도되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서도 화살 맞은 강아지 사건이나 강아지 생매장 사건 등 정말 있어서는 안될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동물학대범에게 실형이 선고되었다고요.
최> 네. 동물학대범 A씨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에 걸쳐 경북 포항시 곳곳에서 길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했는데요.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8월 6일 포항시 북구에 있는 한 대학교 쓰레기 분리수거장 옆 풀숲에서 쥐덫을 놓았고 쥐덫에 앞발이 걸린 길고양이는 다리가 훼손됐습니다. 그는 이 같은 학대행위를 2019년 동안 3차례에 걸쳐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2020년 3월 9일 같은 대학교 기숙사 인근 숲에서 길고양이 사체를 묶어 나무에 매달아 놓는 등 올해까지 7차례나 길고양이를 잔인한 방법으로 학대했습니다.
지> 동물학대범에게 실형 선고가 내려진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은데요.
최> 네.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자는 최고 3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의 처벌을 받는데요. 재판부가 실형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드물기에 동물보호단체는 이번 선고에 대해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환영하고 있습니다.
지> 실형을 선고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최> 재판부는“동물학대 범행은 우발적 범행이라기보다 치밀한 계획과 뚜렷한 목적에 따라 반복 진행된 것”이라고 하면서 “A씨의 범행 방법은 잔혹하고 동물에 대한 범행을 넘어 생명 경시의 잠재적 위험성, 많은 사람에게 정신적 충격과 불안, 공포감을 조성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A씨는 고양이 급식소에 있는 식기 등을 절도한 점, 급식소에 있던 사료와 캔 등을 발로 밟은 점 등도 감안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지> 왜 이런 범행을 했는지는 알려진 것이 없나요.
최> A씨는 대부분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가정폭력과 학교 중퇴, 군대 면제 등의 일을 겪었고 정신적 질환이 있었다면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지> 동물학대범죄에 대해서 지금까지 법원에서 너무 관대하게 처벌해왔기 때문에 이런 동물학대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번 판결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동물학대범죄에 대한 처벌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 높은 형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높은 형량이 선고되었는데요. 사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실형이 선고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보면 앞으로 형량이 더 높아져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재판부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과 같이 이건 단순히 동물에 대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생명경시 풍조로 이어져서 사람을 대상으로도 얼마든지 잔혹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엄벌해서 경종을 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최호웅 변호사였습니다.
올 한해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하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새해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