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10월5일(수) <오늘의 시선> 무관심에 방치되는 노인보호구역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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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윤 : 지난 방송 때 명절 앞두고 달라지는? 달라졌으면 하는 명절 문화에 대해 한참 강조를 했어요. 어때요, 많이 늦기는 했지만 추석 명절 잘 보내셨나요?
김 : 네, 잘 보냈습니다. 그때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다, 가족들끼리 친척들끼리 이 참에 기회 잘 엿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십사 하는 말씀 드렸었죠. 저도 가족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나눴습니다. 본질은 잊지 않되, 부담은 줄이고, 합리적으로 조건들을 고려해보자, 이런 이야기요.
윤 : 그때 몇 날 며칠은 이야기 할 것 같은 기세였는데, 설날 쯤에 또 이야기를 꺼내주시리라 믿고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김 : 제가 1년 전에 스쿨존을 둘러싼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대해 두어 달에 걸쳐서 침 튀기면서 말씀을 드린 적이 있죠. 지난 대선 직후에 정부 출범 준비 중에 인수위에서 안전속도3050, 그리고 스쿨존 속도 제한 탄력 운영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나서, 최근까지 각 지자체에서 부분적으로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어요. 이 사안을 다루는 언론사들의 보도 형태도 뜯어볼 게 좀 있긴 한데요. 오늘은 다른 데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윤 : 긴장이 확 되는데, 오늘은 어떤 점에 주목하나요?
김 : 어린이보호구역처럼 특정 집단을 보호하려는 여러 제도가 있잖아요. 장애인보호구역, 노인보호구역 등이 그런데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스쿨존’을 중심으로 다루면서 어린이보호구역에 관한 인식은 최근 2년 사이에 극적으로 변화했다는 체감이 드는데, 다른 보호구역을 향한 관심은 여전히 저조하더라고요. 이따금 잊을 만하면 노인보호구역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종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음에도 관심이 이에 비례하지는 않고요. 작년에만 보행 중에 교통사고로 숨진 노인의 비율이 OECD 1위라고 해요. 2019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수가 9.7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다는 것인데요.
윤 : 아, OECD 국가 중 1위라고요. 사안이 엄중한 데 비해 관심이 저조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 : 최근 9월에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조은희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노인보호구역이 약 2900개소인데, 지역별로 편차가 크더라고요. 범위가 작긴 해도 세종시의 경우엔 6개소,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은 175개소이고요. 노인 보행자 사망률이 가장 높은 대전은 124개소가 있다고 해요. 충남 지역이 가장 많은데, 692개소이고, 반면에 전북 지역은 49개소입니다. 전체 인구 대비 노인 인구의 비중, 면적 등 아주 세세히 따져보지 않더라도 각 지자체의 현황이나 실태가 짐작이 가는 수치이죠. 저조한 관심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 이런 무관심 가운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왜 여태 관심이 별로 없었던 걸까요?
김 : 추측을 해보자면 아무래도 어린이는 보호자가 동반해서 다닌다, 어른의 보호가 없으면 이동 반경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스스로를 지키면서 이동할 수 없다는 인식으로, 보호자가 항상 같이 다니려고 하기 때문에 안전에 더 민감할 수 있는 반면에 노인들은 신체 조건이 취약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보다는 덜 위험하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거 같아요. 기존에 다니던 경로여서 정보들을 알고 있다든지, 그런 이유로 취약해진 신체적 조건을 만회할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노인들을 둘러싼 보행환경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건 마찬가지인데도 말이에요. 그러면서 대중의 관심이나 언론의 관심을 어린이보호구역에 비해 많이 받지 못했기도 하고요.
윤 : 어린이들의 이동이 능력의 문제라면, 노인들의 이동은 의지의 문제인 것처럼 여겨진다는 말씀이시죠? 그럴 수도 있겠네요.
김 : 어린이보호구역이든 노인보호구역이든 둘 다 신청을 해야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는 건 마찬가지인데, 노인보호구역은 시설 위주로 보호구역이 지정되어 있어요. 무슨 말이냐면 예를 들어 복지회관, 노인회관, 요양원 등을 중심으로 보호구역이 지정되어 있는데요. 노인들의 일상생활 반경은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거죠. 제주에서도 고령임에도 일을 하러 다니는 어르신들 자주 보시죠? 신체 능력이 허락되는 한 농작물 수확하는 일을 하거나 공공근로 다니는 어르신들 많이 계시고, 노인당에 가거나 경로당에 가기 위해서 보행보조기를 끌고서 여기저기 다니는 어르신들도 볼 수 있고요.
윤 : 그렇죠. 그 점이 어린이와 노인의 다른 점이네요.
김 : 신체 조건이 예전 같지는 않더라도 불편함을 무릅쓰고 이동하고, 교류하고, 활동하며 지내시잖아요. 어린이보호구역이든 노인보호구역이든 둘 다 신청을 해야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실제로 사고는 노인보호구역이 아닌 곳에서 훨씬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요. 그런데 이런 실정이 고려되고 있느냐? 그건 아니거든요. 스쿨존처럼 똑같이 30km 이하 운행을 해야하고, 주정차가 금지되어 있고, 표지판 등을 설치할 수는 있지만 반대로 단속카메라가 있거나 눈에 띄는 안전 시설물로 운전자들의 시선을 환기를 유도하는, 또 보행자 스스로도 주의를 좀 더 기울이게 하는 장치가 아직 미비하고요.
윤 : 노인보호구역이 노인들의 생활권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노인보호구역이 굉장히 광범위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김 : 먼저, 제가 운전문화 얘기가 나올 때마다 거듭해서 강조 드리는 말씀은, 어린이보호구역 때도 침을 튀겨가며 말씀드렸지만 보호구역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안전운전의 습관화’가 지배적인 문화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말씀을 드리고요.
윤 : 네, 오늘도 그 얘기 할 줄 알았습니다.
김 :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고려하면 지금처럼 신청에 입각해서 노인보호구역을 지정하는 제도에서 더 나아가서 사고다발지점을 중심으로 노인보호구역을 설정하거나, 적어도 제주지역 내에서는 고령인구가 다수인 거주지역에 대해서는 노인우선구역을 설정한다거나 좀 더 적극적인 조치들이 필요해 보여요. 그리고 스쿨존을 둘러싼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골자가 단속카메라와 안전시설 확보를 골자로 하는 것처럼 노인보호구역 역시도 이런 시설물의 보강이 절실히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해에 제주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 교통안전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고, 올 초부터 제주자치경찰단에서 ‘제주형 교통약자 보행환경 개선 3개년 특화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어떻게 추진되는지 관심을 기울이며 살펴봐야하겠죠?
윤 : 최근 어느 지자체든 인구의 고령화와 관련해 정책이나 제도들을 개선하는데 분주한데, 방금 언급한 것처럼 제주지역도 나름의 고민들이 적극적으로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 : 제주지역도 여러 특성을 고려할 게 많아요. 읍과 면, 동지역의 인구도 고려해야 하지만 동선도 고려해야 하거든요. 제주지역에서는 언제 가장 사고의 빈도가 높아지는 줄 아시나요?
윤 : 교통사고도 계절을 따지나요?
김 : 그럼요. 감귤 수확철에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대요. 경찰청 등 행정당국에서도 집중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노인들이 감귤 수확하는 일을 하러 승합차에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일이 잦아지는 시기이고, 또 늦은 가을부터 겨울이기 때문에 이른 새벽이 특히 더 위험한 때이기도 하죠.
윤 : 아, 그렇군요. 감귤 수확철. 운전자도 이 시기에는 더욱 주의해서 운전을 해야 하겠어요.
김 : 유동이 적은 지역에서는 신호기가 시간대에 맞춰서 운영되기도 하고, 인적이 드문 시간에는 운전 패턴도 일과와 다르게 하기도 하잖아요. 이런 때일수록 더욱 유의하셔야 하겠어요. 곧 감귤 수확철이 다가올 텐데 올해엔 유심히 도로를 살펴봐주시면 좋겠어요. 종종 어르신이 보행보조기를 밀면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어르신이 비켜줄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렸다가 지나가는 매너 좋은 운전자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경적을 크게 울리거나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거든요. 안전운전이 속도만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자동차 바깥에 누가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도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을 때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거든요.
윤 : 노인 교통사고가 골목길을 걸어가다가 생기기도 하지만 차로를 건너다가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던데요.
김 : 어르신들이 무단횡단 하는 경우도 자주 목격하시지 않나요? 무단횡단하지 말라고 세워놓은 볼라드 밑을 기어서 지나가는 어르신도 종종 보곤 하거든요. 외곽지역뿐만 아니라 도심지에서도요. 아무래도 신체 에너지가 떨어지고 있다 보니, 자신의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이동이라고 여기는 거 같아요. 횡단보도가 주는 안전보다, 최대한 적은 움직임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려고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거죠.
윤 : 그렇게 얘기하니까 무단횡단이,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무단횡단이 아닐 수도 있겠어요.
김 : 제가 이 얘기 어디 가서 자주 하는데요. 일생을 마을에서 살아온 어르신들에게는 자신이 다녔던 길의 형태가 우선이지, 차도로 구획된 도로 형태가 우선이 아닐 거거든요. 다만 신체 에너지가 따라줄 때는 거기에 맞춰서 지내왔을 뿐이죠. 이렇게 생각해보면 제가 어린이보호구역 때도 어린이의 기준에서 안전한 도로가 모두에게 안전한 도로라고 말씀 드렸던 것처럼, 도로를 이용하는 형태도 노인의 관점을 고려해야 모두에게 안전한 도로일 수 있겠다 싶어요.
윤 : 보호구역의 최종 목표는 보호구역이 없어질 정도로 모두가 안전한 곳이라고 했던 말도 기억이 나네요.
김 : 저도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께, 제발 횡단보도로 길 건너고 자동차 앞서나가려고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는데요. 어릴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그토록 자동차 조심해라, 길 건널 때 잘 살펴라 하는 말씀을 듣다가 이제는 제가 도리어 할머니, 할아버지께 이런 말을 하고 있다니 참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집니다.
윤 : 어린이보호구역이, 자신의 과거를 비춰보는 거울이었다면 노인보호구역은 자신의 미래를 내다보는 거울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관점에서 봐야 보호구역이 또 늘어나는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에게 안전한 도시공간을 생각할 수 있을 거 같고요.
김 : 네, 지당한 말씀입니다. 오늘 초반에도 말씀 드렸듯이, 국민들의 불편함을 고려해서 스쿨존의 속도 제한을 탄력적으로 운행한다는 새 정부의 방침을 다시 생각해보면 이 국민들의 불편함 안에 어떤 국민들이 있는지도 좀 더 들여다봐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안에는 운전자도 있지만, 어린이도 있고, 어르신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또 다루게 될 텐데 장애인도 있고요.
윤 : 아, 장애인 보호구역도 있죠. 다음 번에 말씀 청해 듣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