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8월17일(수) <오늘의 시선> 기후위기속 제주도의 홍수정책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윤: 오늘의 주제는?
김: “자연해재 아니죠, 인재 맞습니다”
윤: 최근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인해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알려진 바 있는데..
관련된 소식일까요?
김: 네, 다만 수도권이 아니라 제주와 관련해서. 침수, 홍수 재해 문제를 고민해보는 시간 가져보려 합니다. 9월~10월 본격적인 태풍 시기가 다가오고 있잖아요. 제주는 과연 침수 재해로부터 안전할까?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던데, 앞으로 제주도의 홍수 대책은 어떻게 꾸려지고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풀어보고자 합니다.
윤: 매년 태풍 때마다 크고 작은 피해가 제주에서 발생하고 있고, 과거에는 사망사고도 있었는데요. 기후위기가 심화되며, 비 피해 규모나 사상자 규모도 커지고 있나요?
김: 제주도가 밝힌 통계자료에 따르면, 제주에서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지난 2018년 1명이 실종된 이후로 다행히 발생하지 않고 있는데요. 인명 피해가 없으니 비 피해가 덜한 것이냐,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닙니다. 재산 피해는 매년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 단위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재작년인 2020년 태풍 마이삭 때만 해도 70억원 규모 피해가 제주에서만 발생했고, 2019년에는 187억원, 2016년에는 200억원 규모의 재산피해가 있었거든요. 이게 제주도에 공식적으로 신고 된 수치니까, 신고가 되지 않은 피해들까지 종합하면 재산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줄었지만, 침수나 시설물 무너짐 등으로 인한 재산피해는 꾸준히 상당한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는 건데. 오늘의 주제는 ‘자연재해’와 ‘인재’입니다. “태풍으로 인한 침수 소식, 자연재해가 원인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인재’일지 모른다” 뭐 이런 얘길까요?
김: 네, 제주에서 발생하는 침수나 홍수피해 등 비 피해 소식들 중 표면적으로는 자연재해로 비춰지지만, 사실은 ‘인재’에 더 가까운 피해 사실들이 존재한다는 건데요. 예를 들면 화북 지역 사례가 있습니다. 화북천 하류에 거주하며 매년 홍수피해를 겪어온 주민들은 그간 꾸준히 ‘이건 인재다, 자연재해가 아니다’ 이렇게 주장해왔지만, 제주도는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방관하고, 인정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최근 주민들의 주장이 사실이었다는 용역결과가 나오면서, 문제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화북 지역의 수해 문제를 이제는 정말 ‘인재’로 봐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 겁니다.
윤: 화북천 하류 매립된 물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은데요. 좀 더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주민들은 화북천이 매립된 이후, 비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주장해왔죠?
김: 네, 원래는 두 갈래로 바다와 맞닿은 화북천이 1992년 화북중계펌프장 준설공사가 시작되며 매립됐고. 이때부터 수해 문제도 심화됩니다. 화북천의 두 갈래 물줄기 중 본류로 추정되는 물줄기 하나가 완전히 매립됐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이 주변으로 침수 재해가 발생하게 된 건데요. 제가 작년 태풍 때도 침수피해를 겪은 주민 분 집에 방문을 했었는데. 밤새 물을 퍼내고 계셨더라고요.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농가주택이었는데, 최근 리모델링을 하자마자 피해를 겪었다면서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게다가 앞으로도 이런 비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두렵다고도 하셨고요. 이밖에도 인근 단독주택에 거주하시는 주민 분은 매년 태풍 때만 되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셨어요. 비가 오면 또 집이 침수될까봐 무서워서요.
윤: 실제로 많은 양의 비가 올 때면, 침수피해를 겪는 주민 사례가 화북천 하류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건데. 비 피해를 두고 주민들은 원인을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꼽고 있죠. 그에 대한 근거가 최근 나왔다고 하셨는데, 어떤 내용이죠?
김: 지난 11일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안을 발표하는 공청회가 열렸고, 이날 공유된 계획안 자료에 그 근거가 나와 있는데요. 용역진이 밝힌 종합계획안에 따르면, 화북천은 제주의 자연재해 위험지구 105개소 중 한 곳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화북천의 위험요인에 대해 용역진은 “하구 일부를 매립함으로 인하여 재해 위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평가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화북천 주변 수해를 야기한 것은 다름 아닌 화북천 하구의 매립이었다, 라는 그간 주민들의 주장이 사실로 인정된 셈입니다.
윤: 계속해서 화북천 매립에 따른 수해 문제를 제기해 온 주민들 입장에서는 꽤나 의미 있는 용역 내용이겠군요. 그렇다면 용역진이 제시한 문제 해결책도 계획안에 나와 있나요?
김: 네, 그 부분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하천의 물줄기가 막혀서 재해가 발생하고 있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물줄기를 터내서 하천을 원상 복원하면 될 일이거든요.
그런데 용역진은 엉뚱하게도 교량 7개소를 다시 설치하고, 저류지 유입부를 확대하는 등 위험요인과는 다소 거리가 먼, 쉽게 말해 미봉책에 불과한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A가 문제라면 A를 해결하면 될 일인데. 엉뚱하게 B를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셈이죠.
윤: 미봉책에 불과한 대책 내용. 주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요. 주민들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이죠?
김: 주민들은 크게 두 가지 요구사항을 진정서에 담아 제주도정에 전했는데요. 화북천 수해 문제 해결책을 제주도정이 일방적으로 결정짓지 말고, 공청회를 개최해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 그리고 매립된 화북천의 주류를 복원할 것. 이렇게 두 가지 요구사항을 문서로 도정에 보냈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윤: 그렇군요. 화북천 하구 일대의 상습적인 자연재해. 이것이 비단 자연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하천 매립에 따른 ‘인재’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용역 결과를 통해 드러났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입장표명이 있었다는 건데요.
이밖에 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제주의 침수지역 피해사례가 있을까요?
김: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요. 도로공사가 시작된 이후인 작년과 재작년. 2년째 강정마을에 유례없던 비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고요.
2020년 9월에 강정천이 범람하면서 마을에 홍수가 났고, 2021년 9월에도 어없이 물난리가 났는데. 특히 작년의 경우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장 주변을 중심으로 물이 차면서, 인근 비닐하우스와 농가주택이 침수 피해를 겪기도 했습니다.
윤: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가 진행된 이후, 강정마을에 2년째 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요. 도로공사가 수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건가요?
김: 네, 제가 당시 현장에서 취재한 바로는 도로공사 때문에 배수로가 끊긴 점이 수해의 원인이었는데요. 공사장 안에 배수로가 끊긴 지점이 발견됐는데, 그 지점 아래로 위치한 저지대 농가들이 비 피해를 겪었어요. 공사를 하기 전에 배수로부터 먼저 정비하고, 재해 대비를 한 후에 도로공사를 했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고스란히 피해는 주민들이 겪게 된 상황입니다. 화북도 그렇고, 강정도 그렇고. 이 같은 침수 사태는 태풍 시기에 발생하긴 했지만, 원인을 따지고 보면 모두 ‘인재’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죠.
윤: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과정에서 배수로가 끊겼고, 이 때문에 저지대 위치한 농가주택, 비닐하우스 등 시설들이 피해를 겪었군요.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배수로 정비는 완료가 됐나요?
김: 네, 다만 강정마을은 주민지원 사업이라는 이유로 비닐하우스가 상당히 늘었고, 도로개설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곳이거든요. 강정천의 교량도 확대해서 재설치하는 사업이 예정되어 있고요. 이처럼 불투수층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앞으로도 늘어날 지역이라 호우로 인한 수해 발생 우려는 여전한 상황입니다.
윤: 사실 태풍 때마다 침수피해를 겪는 상습침수지역들이 화북이나 강정지역 외에도 많이 있잖아요. 다른 지역 현황은 어떤가요?
김: 주로 도로 주변을 상습침수지역이라고 해서 경찰이나 행정이 관리하고 있는 지역들이 있는데요. 현재 제주시에는 71개소, 서귀포시에 27개소가 도로침수 우려지역으로 관리되고 있고, 지역별 공통점을 살펴보면, 고지대보다는 저지대에 위치한 도로가 침수재해에 취약한 편입니다. 제주도 하류 해안가 마을 중심 도로들이 주로 상습침수지역으로 관리되고 있죠.
윤: 제주시에 71개소, 서귀포시 27개소. 총 98개소 도로주변이 침수 우려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전해주셨는데. 침수 우려지역이 유독 도로에 집중되어 선정되고 있어요. 이유가 있겠죠?
김: 네, 중요한 부분 짚어주셨는데요. 아시다시피 도로는 아스팔트를 포장해 만들어지잖아요. 그런데 이 도로가 태풍 때는 빗물이 흘러가는 일종의 ‘빗물길’이 되어버립니다. 아마 청취자 분들도 비 많이 올 때,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서 많은 양의 빗물이 세차게 흐르는 모습 목격한 적 있을 거예요.
이처럼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든 도로가, 태풍 때면 빗물길이 되어 인간을 위협하는, 그런 양상이 매년 벌어지고 있습니다.
윤: “제주도는 빗물이 지하로 침투되기 아주 좋은 지질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가 불투수층이 되어 비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이야기 전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제주의 침수피해는 주로 도로 주변, 해안가 저지대 마을에 집중되어 발생한다고 보면 되나요?
김: 네, 주로 그런 경향이 큰데요. 그린피스가 발표한 홍수피해 분석 시뮬레이션 자료를 보면, 2030년을 기준으로 제주의 저지대, 바닷가 마을 대부분이 홍수 피해를 입는다고 나옵니다.
눈여겨볼 점은 제주항 인근 해안가 마을과 성산 지역 해안지역 피해 범위가 가장 크더라고요. 우도 지역도 거의 섬 전체 하류지역이 홍수피해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오던데. 이런 상황에서 제2공항을 만들고, 제주항을 증설하는 것이 과연 옳은 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필요하니까 무조건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시각이 아니라 안전 관점에서 인프라 조성사업을 검토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거죠.
윤: 제주도 섬을 둘러싼 해안가 마을 대부분이 앞으로 홍수피해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분석결과가 나왔다는 건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나요?
김: 일단 제주도는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라고 해서 총 21개 지역을 침수나 해일, 토사유실, 붕괴 등 위험지역으로 분류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마저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지역이 많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월정리의 경우 2년 째 침수위험지역의 공사가 시행되지 않고 있고요. 탑동이나 한림천은 각각 해일위험과 침수위험으로 2009년과 1999년 위험개선지구로 선정됐는데. 개선사업이 아직도 ‘보류’ 상태입니다. 이처럼 도로사업이나 개발사업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안전을 위한 사업들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죠. 오영훈 도정에서는 도민 안전을 위한 사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기를 바랍니다.
윤: 그렇군요. 자연재해로 인해 가장 고통 받는 어쩌면 사회 소외계층일지 모릅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무엇보다 안전을 중요시하는 행정의 정책 발현이 필요한 때입니다.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죠. 지금까지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