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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6월22일(수) <오늘의 시선> 동물권은 곧 인권이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은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김은애입니다.

윤: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보죠.

김 : 오늘의 주제는 “동물권은 곧 인권이다”. 최근 제주도의회에서 ‘혐오표현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조례안’에 대한 의결을 보류하는 등 ‘인권’이라는 단어가 이슈가 되고 있죠. 이런 시점에서 인권보다 좀더 폭넓은 개념인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인권과 동물권 모두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볼까 합니다.

윤 : 오늘의 주제 ‘동물권은 곧 인권이다’. 사람을 포함해 이 지구상의 모든 동물은 생명권을 갖고 학대당하지 않을 보편타당한 권리를 가진다는 의미일 텐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부터 나눠볼까요.

김 : 포털 사이트에 ‘동물권’ 검색을 하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기사나 글들은 대부분 유기견, 유기묘, 개 식용과 같은 강아지와 고양이에 국한한 경우가 많은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경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가장 빛나는 청춘 시절을 인간을 위해 달리기만 하다가, 부상을 입거나 나이가 들면 인간에 의해 도축되는 슬픈 경주마의 생을 다뤄볼게요.

윤 : 꽤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요. 제주에서도 그동안 동물권 보장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었죠?

김 : 특히 2021년에 제주도가 퇴역 경주마를 도축해서 반려동물 사료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던 것이 알려졌었죠. 관련 개발용역을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주 사회에 상당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때부터 퇴역 경주마 동물권 보장에 대한 목소리 또한 더욱 커졌고요.

윤 : 기억납니다. 퇴역 경주마를 도축하는 것을 넘어, 반려동물 사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행정이 세우고 있었다는 사실은 도민 사회에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김 : 맞아요. “경마장에서의 이용가치가 떨어진 경주마는 더는 보호해야 할 생명이 아니다” 이런 시각으로, 그것도 행정이, 바라보고 있었던 겁니다.

자, 그러면 이쯤에서 제가 질문 하나 드려볼게요. 경주마와 그냥 들판에서 뛰노는 일반 말.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윤 : ‘말’과의 포유류라는 점에서는 동일하겠지만... 아무래도 경주마는 좀더 단거리 경주에 적합하도록 개량된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떻죠?

김 : 맞아요. 경주마로 사용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개량된 종이 있다는 점에서는 농경마, 승용마 등과 품종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는데요. 하지만 경주마, 농경마, 승용마들 모두 품종과 관계없이 기억력이 뛰어나고, 감정이 풍부한 말의 습성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결국 경주마인가, 아닌가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구분된 것일 뿐. 모두 들판에서 뛰놀기 좋아하고, 인간과 감정의 교류를 할 수 있는 동물이라는 거죠.

윤 : 인간에 의해 사용처가 정해진 순간, 그 숙명을 따라야 하는 경주마의 삶을 언급해주신 것 같은데요. 태어나면서부터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해’ 라고 운명이 정해진다는 것. 꽤 서글픈 삶일 것 같습니다.

김 : 그렇죠. 그런데 문제는요. 더 빠른 말을 만들기 위한 개량이 수 백년 동안 이어지면서, 경마에는 특화되었을지 몰라도 몸은 약한, 그런 기형적인 말들이 탄생하게 됐다는 거예요. 단거리 경주에 특화된 서러브레드(thoroughbred)가 바로 그런 경우인데요. 세계적으로 경마에 가장 많이 투입되어왔고, 현재 우리나라에선 과천과 부산 경마장 등에서 주로 뛰는 품종인데. 서러브레드는 덩치에 비해 다리가 얇고 길어서 선천적으로 질병이나 부상에 취약해요. 짐을 싣고 장거리를 달리는 것도 어렵고요. 결국 인간에 의해 기형적이고 인위적인 생명이 지금도 계속 탄생하고, 혹사당하고 있습니다.

윤 : 무분별한 번식으로 유전병을 갖게 된 고양이나 개의 사례는 많이 알려져 있는데. 경주마 또한 개량으로 인해 질병이나 부상에 취약한 문제로 고통 받고 있었군요.

김 : 맞아요. 일반적으로 말의 평균수명은 30세 전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경주마는 2세에서 3세 사이 본격적으로 경주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4세를 전성기로 봅니다. 5세 이후부터는 운동능력이 조금씩 떨어지게 되는데, 6~7세 이후부터는 다른 어린 경주마와 경쟁이 힘들어서 8세 전후로 해서 퇴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윤 : 8세 경주마의 나이를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대략 몇 살이 될까요?

김 : 8살 경주마는 사람 나이로 치면 30대 후반에서 40세 정도라고 해요. 제 또래라고 할 수 있는데. 한창 사회생활을 하고 살아갈 창창한 나이에 퇴역을 하게 되는 겁니다.

윤 : 김은애 기자의 나이라고 예시를 들어주니 더 체감이 되네요. 생의 3분의 1도 살지 않은 나이에 벌써 은퇴를 논해야 하는 것이 경주마의 생이라는 거네요. 그러면 은퇴한 경주마들은 어디로 가게 되나요?

김 : 그동안 언론을 통해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서러브레드 품종을 기준으로 한 해에 1400여 마리가 퇴역하고 있다 합니다. 한해 1400여 마리 경주마가 부상을 입거나 나이가 들어 은퇴하고 있다는 거예요.

윤 : 한 해 은퇴하는 경주마 수가 1400여 마리라면. 그만큼의 경주마가 경주를 위해 또다시 채워진다는 건데. 경마산업에 투입되는 경주마 규모가 상당하네요.

김 : 더 놀랍고도 슬픈 사실은요. 2016년부터 2020년 기준 5년 동안 퇴역 경주마의 용도를 확인한 결과, 50% 이상이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도축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합니다. 경주마는 동물권 관점에서 기본적인 복지 보장이 전혀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길러지고, 죽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윤 : 퇴역 경주마에 대한 복지가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점이 문제라는 거군요.

김 : 맞아요. 심지어 앞서 소개한 이 수치 또한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인데요. 퇴역 경주마의 절반은 도축되고 있고, 나머지 40%는 승용, 번식용으로 활용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김란영 제주동물권연구소장에 따르면 막상 실제 경주마를 승용으로 전환하는 수는 통계처럼 많지 않다고 말합니다. 승용, 번식용으로 이용되더라도 곧 쓸모없어지면 결국 도축되는 것이 경주마 생의 끝이라는 거죠.

윤 : 통계와 현실 간의 괴리 또한 문제로 지적해주셨는데요. 업계에서는 은퇴한 경주마를 흔히 ‘폐마’라고 부른다고 하던데. 이 용어선택 또한 생각해볼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 : 맞아요. 은퇴한 경주마를 흔히 ‘폐마’라고 부르는데요. ‘폐마’는 늙거나 부상을 당해 쓸모없어진 말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걸 사람에 빗대어 비교해보면 이 ‘폐마’라는 용어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반 동물권적인지 알 수가 있어요. 우리가 사람한테 나이 들었다고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하지 않잖아요. 심지어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이 아무리 나이가 들고, 모습이 초라해지더라도 폐견, 폐묘 절대 이렇게 부르지 안하요. 그런데 왜 유독 경주마는 ‘폐마’라고 부르는 걸까, 이는 경주마라는 한 생명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얼마나 권위적이고 폭력적인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윤 : 그런데 쉽게 생각하면 퇴역 경주마를 승용으로 전환하면 마주 입장에서도 좋을 것 같은데요. 도축되는 경주마 비율이 이토록 높은 이유가 따로 있나요?

김 : 경주마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경주훈련을 하기 때문에 질주 본능이 각인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은퇴 후에 승용마로 이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요. 위험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평생을 권투만 하던 선수에게 어느날 갑자기 농구를 하라고 한다면? 쉽기 않겠죠. 그래서 경주마를 승용마로 전환하려면 오랜 기간 별도 훈련을 거쳐야 합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이 훈련비용도 다 돈이라서. 은퇴 경주마를 훈련시켜 승용마로 이용하는 것보다 애초에 승용마로 훈련된 말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 관점에선 이득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많은 경주마들이 경마장에서 살다가 도축장에서 생을 마감하는, 그런 슬픈 삶을 살고 있습니다.

윤 : 경주마 학대 문제가 국제동물보호단체를 통해 보고되면서, 한창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페타였나요?

김 : 맞아요. 국제동물권단체 ‘페타(PETA)’가 축협 육가공공장에 위장 취업해 10개월 동안 촬영한 영상을 2019년경 공개하면서 퇴역 경주마의 동물권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는데요. 몇 가지 슬픈 사례를 소개해드리자면. 5살 경주마 케이프 매직은 경마 도중 부상을 당했고, 경기가 끝나고 72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리에 붕대를 감은 그대로 도축됩니다. 또 6살 경주마 승자예찬은 다섯 번째 경주에서 부상을 당하고, 450g당 2만원에 고기로 팔려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요.

윤 : 당시 페타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국내 경주마는 평균 3~4세에 도축되고 있다 하는데. 나이가 들어 자연스레 은퇴한 경주마보다, 부상이나 건강의 문제 등으로 도축되는 사례가 상당한가 보군요.

김 : 맞아요. 또 말의 지능은 서너 살 어린아이의 지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당히 고지능을 가진 동물에 속합니다. 그런데 페타에 다르면, 도축장에 도착한 경주마들은 사람들에게 폭행당하면서, 다른 말들이 죽는 장면도 지켜봐야 했다고 해요. 인간의 잔혹함이 어디까지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죠.

윤 : 그렇군요. 경마의 룰 중에서도 ‘중량부담’ 문제가 경주마를 혹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시민단체 통해 제기된 바 있어요.

김 : 중요한 문젠데요. 경마에는 ‘중량부담’이라는 룰이 있습니다. 특정 경주마가 연승을 하더라도, 늘 특정 말이 이기면 도박이 재미가 없어지잖아요. 그래서 한국마사회에서는 연승한 말에게 좀더 무거운 안장을 달게 함으로써 중량부담을 줍니다. 말의 나이나 암,수컷 종에 따라 최대 부담 가능한 중량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사람의 스포츠를 빗대어 생각해보면 중량부담이라는 룰이 얼마나 기형적이고 이상한 룰인지 알 수 있어요. 올림픽 수영 종목에서 한 선수가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더라도 페널티를 주는 경우는 없잖아요. 그런데 경마에서는 잘 뛰는 말일수록 오히려 페널티를 받게 돼요. 인간에게 좀 더 박진감 있는 도박을 제공하기 위해서요.

윤 : 과도한 중량부담으로 결국 사망한 경주마 사례도 있지 않나요?

김 : 네, 경마의 룰에 의해 발이 다 으스러져 결국 안락사 당한 ‘미스터파크’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이외에도 ‘프라이빗 보우’라는 경주마는 수차례 경주에서 승리하면서 수억 원을 마주에게 벌어다 줬지만, 은퇴 후에 도축되었습니다.

윤 : 쓸모없어지면 도축되는 경주마의 동물권. 보장을 위한 법적 장치가 꼭 마련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김 : 맞아요. 그리고 이런 경주마의 생을 보고 우리가 단순히 ‘말이 불쌍하네’ 라는 생각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동물에게 가해지는 인간의 잔혹성은 결국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빈곤층,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에 대한 태도로 발현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 같아요. 동물권은 인권의 연장선이고, 인권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거든요. 현재 국회에서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계류 중인데 동물권 보호를 위한 법 개정도 어서 이뤄졌으면 합니다.

윤 :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