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3년5월24일(수) <오늘의시선> 혹등고래가 나타난 제주바다. 그리고 해양생태계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윤상훈 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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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매주 수요일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윤상훈 준비위원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파란 : 안녕하세요. 윤상훈입니다.
윤 :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훈 : 지난 18일에 제주 서귀포시 문섬 앞바다에서 혹등고래가 발견되었습니다. 혹등고래는 해양수산부가 2007년에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혹등고래가 관찰된 것은 총 4번입니다. 제주 연안에는 국립수산과학원이 1999년 고래 관측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또한, 혹등고래가 발견된 서귀포 문섬은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로, 해양수산부는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인데요. 오늘은 제주 바다의 해양보호구역과 국제협약에서 약속한 보호구역 확대 계획, 이를 기반으로 한 해양생태계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윤 : 서귀포 문섬의 현지 스쿠버다이버가 혹등고래를 촬영했다는 언론 보도를 봤는데요. 굉장히 이례적이네요.
훈 : 혹등고래는 성체가 대략 15미터 정도 되는데, 이번에 발견된 혹등고래는 5미터 정도로 어린 개체라고 합니다. 최근 극심한 엘리뇨 현상으로 베트남은 44도, 태국은 50도의 괴물 폭염이 동남아시아를 덮치고 있는데, 그 영향으로 더 뜨거워진 쿠오시오 난류를 타고 올라왔을 것이다라는 추측도 있습니다.
윤 : 해양수산부 홈페이지에 해양보호생물 지정 현황이 있는데요. 자료를 보니 ‘6개 생물군 91종’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고 있네요. 고래류는 15종이 지정되었고요. 혹등고래도 15종 중에 하나네요. 해양보호생물은 어떤 절차로 지정되는 건지요?
훈 : 우리가 흔히 ‘법정보호종’이라고 하면 이는 법에 근거한 보호생물을 말합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천연기념물을 지정하는데 제주 바다의 ‘제주연안연산호 군락지’나 산호 중에 해송과 긴가지해송이 대표적인 천연기념물입니다. 환경부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 II급을 지정합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해양생태계법’)에 따라 해양보호생물을 지정하는데, 우리나라 고유종,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는 종, 학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은 종, 국제적으로 보호 가치가 높은 종을 지정하여 보호, 관리하고 있습니다. 행정부처마다 법정보호종을 다른 이름으로 중복 지정하는 건 좋은데, 실제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일반 시민들이 헷갈리지 않고 잘 이해하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윤 : 앞서 혹등고래가 나타난 ‘문섬 해양보호구역’에 대해 잠깐 이야기했는데요. 지금 현재, 한국의 해양보호구역 지정은 2.46%(국제적으로 지정된 해양보호구역 비율은 7.91%) 수준이네요. 제주도의 해양보호구역 지정 현황은 어떠한지요?
훈 : (앞서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 해양보호생물처럼, 해양보호구역의 명칭이나 법적 근거도 행정부처마다 다릅니다.) 넓은 의미의 해양보호구역은 제주도가 지정한 해양도립공원,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보호구역, 그리고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양보호구역 이렇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좁은 의미의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보호구역으로만 정의하기도 합니다. 2023년 현재 해양도립공원은 우도, 추자도, 서귀포, 마라도, 성산일출봉 등 5곳이고,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보호구역은 성산일출봉, 문섬과 범섬, 차귀도, 마라도 등 4곳이고,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양보호구역은 서귀포 문섬, 토끼섬, 추자도 일부 등 3곳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최근 해양보호구역의 확대를 얘기할 때는 해양수산부의 기준이 일반적인데요. 이렇게 보면 제주의 해양보호구역은 15.3제곱킬로미터로 아주 미약한 수준으로 제주 바다의 0.15%밖에 되지 않습니다.
윤 : 지난 4월 말에 해양수산부차관이 제주를 방문해 제주 해양보호구역 확대, 관리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는데요. 성산읍 오조리 갯벌을 신규 해양보호구역으로 올해 지정 추진하겠다고 밝혔네요.
훈 : 맞습니다. 오조리 갯벌은 성산일출봉 등 관광지 근처로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입니다. 현장 실사와 주민공청회를 거쳐 올해 12월 안에 지정 추진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오조리 마을회는 지속적인 습지 매립이나 연안습지에 인접한 건축행위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을 우려해 오조리 갯벌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조치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오조리 갯벌은 제주의 대표적인 연안습지이죠. 주변에 넓게 형성된 갈대밭과 해송숲이 멋들어진 곳입니다. 특히 새들의 천국으로 매, 황새, 고니, 흑기러기, 말똥가리 등 멸종위기종이 다수 관찰되는 지역이고, 전세계 5,000마리 정도 남은 저어새의 국내 최대 월동지이기도 합니다.
윤 : 남방큰돌고래나 블루카본 흡수원인 거머리말(잘피) 서식지 보전을 위해 해양보호구역을 신규, 혹은 확대 지정할 계획도 있다고요.
훈 : 해양수산부는 내년 2024년을 목표로 대정읍 일대의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신규 지정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대정의 경우, 해상풍력 사업과 어업 활동 등으로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대한 의견이 불일치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곳이 제주에서 100여마리 남은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로 보호구역 지정조건에 충족하고 현장 조사도 이미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자세한 계획은 생태수용성과 주민수용성을 좀 더 검토해봐야겠지만, 해상풍력 대상지 등을 제외한 나머지 해역의 지정을 우선 하겠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고래연구센터의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도 전 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자 검토 중입니다. 또한, 기존 지정되었던 구좌읍 하도리 토끼섬 일대를 거머리말 서식지 보전과 기후변화 관찰의 주요 거점 해역으로 확대 지정 추진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윤 :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전 지구의 육상, 해상 면적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목표를 설정했고, ‘한국 정부도 같이 하겠다’고 합의문에 서명을 했다고 하죠.
훈 : 네. 맞습니다. 유엔은 생물종의 멸종을 방지하기 위해 ‘생물다양성협약’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작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를 개최했고,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의 생물다양성 중요지역 30%를 보호하겠다고 결의했습니다. 유엔은 또한 한 국가의 배타적 경제수역 이외의 공해상에 대해서도 2030년까지 30%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합의한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도 당연히 참여했고 여당 야당할 것 없이 동의하고 있고요. 제주도는 2028년까지 제주 바다의 1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 있는데, 국제사회의 흐름과 한참 동떨어져 있습니다. 2030년까지 불과 6~7년 남았는데, 목표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상황입니다.
윤 : 그렇다면, 국제협약의 약속에 따라 한국 정부나 제주도에서도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적극 나서야 할텐데요. 위에서 언급한 곳 이외에 제주도에서 추가 지정할만한 해양보호구역 예정지는 어떤 곳이 있을까요?
훈 : 해양생태계법(해양보호구역 지정과 관리에 관한 조항)에 따르면, 해양보호생물의 보호에 필요한 구역, 해양생태계나 해양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구역, 해양경관적 가치가 탁월한 구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는 바닷속 산호(특히 산호류 21종이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음) 보호를 위해 해양보호구역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서귀포와 송악산 해역, 비양도와 차귀도 수중 암반 지역, 표선의 해저 분화구 ‘금덕이여’, 성산 일출봉 바닷속, 우도 검멀레와 수중동굴 ‘주간명월’ 일대, 조천읍 북촌리 산호 군락지, 제주 북부 관탈도와 소관탈도 등 제주 전역의 산호 관련 현황을 종합 평가해 ‘제주연안 산호류 해양보호구역’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윤 :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작년에 ‘해양보호구역 후보지 조사보고서’를 냈는데요. 제주도에서 보전가치가 높은 대표적인 해안사구 3곳을 지정해 해양보호구역으로 제안했습니다. 어떤 곳인가요?
훈 : 만약 저에게 제주도다운 해안가를 추천하라면 망설임 없이 이곳을 추천하고 싶은데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 해안사구와 중문 해안사구, 그리고, 성산읍 신양 해안사구입니다. 사계 해안사구는 제주도 14개 해안사구 중 최대 규모이고, 송악산이 만든 하모리층이 10킬로미터 넘게 펼쳐져 있습니다. 형제섬과 산방산이 어우러진 절경입니다. 중문 해안사구는 중문색달해수욕장 안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모래해변이 아름다운 곳이고 바다거북의 산란지로 제주에서 유일하게 보고되었던 지역입니다. 최근에는 사구 붕괴나 해안 침식이 일어나 체계적인 보호 관리가 필요한 곳이고요. 마지막 신양 해안사구는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 남쪽으로 길이 3킬로미터, 폭 70~180미터로 성산 터진목에서 신양 섭지코지 입구까지 발달한 대형사구입니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손색이 없는 곳입니다.
윤 : 확대 지정과 별도로 제주도의 해양보호구역은 잘 관리가 되고 있는 건가요? 최근 문섬 등 해양보호구역이 관광잠수함 운항으로 훼손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훈 : 그래서 페이퍼 파크(Paper Park), 문서에만 존재하는 보호지역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귀포 문섬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생태계법에 근거해 지정한 국내 1호, 첫 번째 해양보호구역입니다. 올해 3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문섬 관광잠수함 업체를 고발했습니다. 잠수함 운항 과정에서 바닷속 암반과 산호 군락을 훼손했고, 허가받지 않은 구간도 운항했다는 건데요. 문화재청은 민관합동조사, 해양수산부는 단독조사를 실시해 암반 등 훼손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윤 : 특히 문섬 일대는 해양수산부 안에서도 보전(해양보호구역으로서의 보전), 이용(해중경관지구로서의 레저와 관광)에 관한 계획이 상충한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실질적인 해양보호구역을 만들기 위해서 행정의 일관성도 필요하겠지요?
훈 : 잘 지적하셨는데요.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는 문섬 일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산호 21종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는 해양레져과는 문섬 일대를 해중경관지구로 지정해 서귀포 동방파제 일대를 매립해 총사업비 400억원을 들여 해양레저체험센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 항만국은 ‘제4차 전국 항만기본계획’에 따라 서귀포항 남방파제를 전부 제거하고 외항방파제를 400미터 가량 문섬 방향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해양수산부차관과 관계자들도 이 문제에 공감했고 대책을 찾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윤 :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면 어떤 효과가 있나요?
훈 : WWF(세계자연기금)의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해양보호구역을 30%까지 확대하면 2050년까지 7,910억~1조 1,450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한다고 합니다. 그린피스는 해양보호구역이 5% 확대될 때마다 미래 어획량은 20% 증가한다고 합니다. 해양생물과 해양생태계는 그 자체로 서식지 보전의 가치가 있습니다. 경제와 재난의 관점에서 보면 어족자원 회복과 지역주민의 소득 증가, 관광 자원으로 활용, 연안재해 완충구역으로 기능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가치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윤 : 오늘은 제주도의 해양보호구역 현황과 관리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제주도는 4면이 바다인 섬이고 천혜의 해양생태계를 간직한 곳입니다. 제주 도정의 첫 번째 목표는 ‘제주다운 청정 바다’를 회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윤상훈 준비위원장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훈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