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10월25일 (월) <로스쿨> 산업안전보건법 상 노동자의 권리 (김혜선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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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김혜선 노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네. 안녕하세요. 김혜선 노무사입니다.
윤 : 오늘 무슨 얘기를 나눠볼까요?
김 : 지난 10월 6일 여수 한 요트장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업무를 하던 여수해양과학고등학교 홍정운 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우선 故 홍정운 군의 명복을 빕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서 많이 이야기 들으셨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고용노동부는 이 사망사고가 발생한 업체를 대상으로 재해조사와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5일 다수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실을 적발해서 사업주와 대표를 입건했습니다.
안전한 현장에서 법을 준수하면서 일을 하는 것은 사용자의 의무이자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오늘은 현장실습생 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노동자 권리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윤 : 특히 제주도민들은 이번 사고를 바라보는 느낌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2017년에 현장실습을 간 업체에서 사망을 한 故 이민호 군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 때 이후 법도 바꾸겠다, 현장실습제도도 손을 보겠다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그런데 4년이 지난 올해 또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김 : 네. 정부나 국회에서 2017년 故 이민호 군 사망사고 이후 법과 제도를 획기저긍로 바꿀 것처럼 이야기를 했었고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도 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법과 제도에서 크게 변화한 것은 없었습니다. 근데 더 큰 문제는 민호 군 사고도 그렇고 이번 정운 군 사고도 마찬가지로 법과 제도의 문제도 있지만 이미 있는 법을 전혀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법을 좋게 바꿔도 이를 지키려는 사업주의 의지가 없고 현장실습생을 보내는 업체를 선정함에 있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슬프지만 언제든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윤 : 현재 노동안전과 관련해서 정하고 있는 법은 산업안전보건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업체도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는 것인가요?
김 : 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상 준수할 모든 것을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정운 군이 사고를 당할 당시 수행하던 작업이 요트 아래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기 위한 잠수작업이었는데요. 우선 잠수 관련 자격이나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잠수작업을 지시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은 잠수작업을 유해위험작업으로 분류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근로기준법에서는 잠압 잠수작업은 청소년에게 시키지 못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수 작업 전 사용하는 잠수기구 등에 대한 안전점검도 사업주가 반드시 해야 하지만 해당 점검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더불어 해당 작업은 2인 1조로 진행해야 하는 작업이었지만 홀로 진행을 했고 물 위에 감시인이 배치되어 있어야 했지만 감시인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윤 : 그럼 현재 있는 법만 잘 준수했어도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건데, 정말 답답하네요.
김 : 맞습니다. 다시 한 번 故 홍정운 군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노동자 모두가 죽거나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겠습니다.
윤 : 산업안전보건법에 노동자의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권리들이 있는지 말씀해주시죠.
김 : 산안법은 대부분 사업주의 의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 역시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이 법 자체가 산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과 보건에 관한 내용을 정하고 있다 보니 기본적으로 책임과 의무를 나열하고 이것을 강제적으로 지키도록 하면서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처벌을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조금만 바꿔서 생각해보면 사업주의 의무는 노동자가 그 의무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오늘은 그런 시각으로 이 법의 내용을 말씀드리려고 하는데요. 산안법에서 노동자의 권리라고 하면 크게 알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윤 :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가 노동자에게 있다. 그럼 알 권리부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이건 사업주에게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같은 것을 이야기 하는건가요?
김 : 네. 알권리는 노동자가 본인이 근무하는 노동환경에서 마땅히 알고 있어야 할 안전과 건강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고 사업주에게 요구할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안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의 요지 및 안전보건규정을 각 사업장 노동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거나 갖춰야 하고 노동자에게 널리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이 때 안전보건규정이란 사업장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관리조직, 그 직무에 관한 사항등을 정한 문서를 의미합니다.
또 사업주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장소, 시설, 물질에 대해 경고를 하고 비상 시 대처하기 위한 지시, 안내 또는 각종 사항을 그림, 기호 및 글자 등으로 알아보기 쉽게 설치하거나 부착하여야 합니다. 일례로 계단 등에 미끄럼 주의 이렇게 스티커가 붙여저 있는 것을 보실 수 있는데 이런 것들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또 사업주는 노동자가 업무 중 사용하는 물질의 제품명, 성분, 위험 및 취급주의사항과 위험상황 시 대처방안이 작성되어 있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노동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거나 갖춰두어야 합니다.
즉, 법 규정 상으로는 모두 사업주의 의무로 규정되어 있지만 사업장 내에서 이런 사항들이 잘 이행되고 있지 않다면 노동자가 법 이행을 요구하거나 추가적인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죠.
윤 : 또 다른 알권리도 있을까요?
김 : 사업의 종류별로 특정 인원 이상을 고용한 사업장의 경우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 운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위원회에는 근로자위원이 노사 동수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위원회에서는 안전보건진단 결과에 대한 사항, 안전보건개선계획의 수립, 시행에 대한 사항, 물질안전보건자료에 관한 사항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 안전, 보건에 대한 사항을 통지를 사업주에게 요구할 수 있고 사업주는 이에 성실히 따라야 합니다. 또 사업장의 안전, 보건에 대해 노동자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 정보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 교육시간 등을 정하고 있습니다. 종종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교육을 했다고 하면서 실제 교육은 하지 않고 노동자 서명만 받는 경우들이 있는데 법 위반입니다. 이런 교육은 법으로 정했으니 억지로 한다는 생각보다 나와 동료의 안전, 우리 작업현장의 안전을 위해 받는 것이라 생각하시고 교육을 준비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좀 더 내실 있게 진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윤 : 그럼 두 번째로 참여할 권리를 살펴볼까요? 아까 잠깐 말씀하신 것 같은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이런 참여할 권리에 들어갈 수 있겠네요?
김 : 네. 맞습니다. 참여할 권리는 현장의 안전보건문제에 대해 단순히 사업주가 해결해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노동자 또는 노동자대표가 의견을 제시하거나 그 결정에 관여하거나 나아가 제반 사항에 대한 감시, 감독을 수행하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보통 산안법에서는 개별 노동자보다는 근로자대표라는 노동자들의 대표가 그 권한을 행사하는 조항이 많이 있습니다.
근로자대표는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 노동조합의 대표,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다면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의미합니다.
윤 : 구체적으로 어떤 참여권이 있는지 설명해주시죠.
김 : 우선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재해 발생사실을 고용노동부에 보고해야 합니다. 이 때 근로자대표의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만약 근로자대표가 없다면 재해자 본인의 확인을 받아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이 때 근로자대표의 확인을 받는 이유는 재해발생사실을 사업주 입장 뿐 아니라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객관적으로 작성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또 근로자대표는 노사동수 인원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사업주에게 위원회에서 의결한 사항이나 관련 내용, 물질안전보건자료에 관한 사항 등 관련 내용을 근로자대표에게 알려줄 것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또 사업장 내 안전보건점검을 하거나 작업환경측정을 할 경우 근로자대표를 참석시켜야 하고 해당 내용을 노동자에게 알려야 하는데요. 만약 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근로자대표가 그 결과에 대한 설명회를 요구하면 사업주는 설명회를 개최하여야 합니다.
더불어서 노동자들이 매년 또는 2년에 한번 실시하는 건강진단 시 근로자대표가 요구하면 근로자대표를 건강진단 실시 할 경우 참석시켜야 하고 근로자대표가 요구할 경우 건강진단 결과에 대해 사업주는 직접 설명하거나 건강진단기관이 설명을 하여야 합니다. (물론 개별 노동자의 건강진단결과는 본인 동의 없이 공개불가)
또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에 문제가 있어 고용노동부장관이 역학조사를 결정한 경우 근로자대표가 요구하면 조사에 참석시킬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밖에도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각종 보고서, 회의, 조사 등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권한이 있습니다.
윤 : 굉장히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런 근로자대표는 어떻게 선출하죠?
김 : 현재 법 상으로 근로자대표를 선정하는 구체적인 절차는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근로자대표를 선출할 때 어떤 사안에 대한 근로자대표인지를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하고 근로자대표를 선출할 때 사업주 즉, 사용자의 개입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많은 사업장에서 근로자대표를 그냥 총무팀장이나 인사팀장이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근로자대표를 선출할 때는 동료 근로자들에 대해서 사용자를 위해서 행위하는 사람은 제외하고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분들이 근로자대표를 하고 있다면 법 위반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직접 모여서 자율적으로 선출하는 방식을 거쳐야 합니다.
윤 : 그럼 마지막으로 거부할 권리에 대해 알아볼까요?
김 : 산안법 제1조 목적을 보면 이 법은 산업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즉, 사업주는 이 법에 따라 노동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 나아가 안전보장 및 증진의 의무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는 사업주의 안전배려의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노동을 거부할 수 있고 위험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 상황을 회피 또는 중지할 수 있습니다.
윤 : 본인의 안전을 위해 노동을 거부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김 : 네. 맞습니다. 노동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고 이렇게 작업을 중지, 대피한 경우 지체없이 그 사실을 관리감독자 등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노동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노동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습니다.
윤 : 말씀을 들으니 얼마 전 서울의 모 백화점에서 누수사고로 천정에서 물이 떨어져서 대피했던 사건이 생각나는데요. 이런 경우 노동자가 대피한 것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는 말씀이신 거죠?
김 : 네. 맞습니다. 갑자기 근무를 하는 시간에 천정에서 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근데 이게 영상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완전 폭포수처럼 떨어지거든요. 혹자는 삼풍백화점 붕괴 전 상황과 비슷하다고까지 이야기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다면 여기서 당시 근무하던 노동자들은 원인은 모르지만 갑자기 천정에서 많은 양의 물이 흐르는 상황을 마주한 상황이니까 당연히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곧바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합리적인 이유로 대피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는 것이죠.
말씀하신 사항 때문에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산안법은 별도로 고객의 폭언 등으로 노동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의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고 만약 사업주가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노동자가 해당 조치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김 : 산안법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법에서 당연히 정하고 있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노동자는 나의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사업주에게 법에서 정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윤 :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