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8월23일 (월) <로스쿨> 중대재해처벌법 2부 (김혜선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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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김혜선 노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네. 안녕하세요. 김혜선 노무사입니다.
윤 : 지난 시간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시행령 이야기는 시작도 못하고 끝났어요.
김 : 네. 오늘까지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이고 이제 내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과 함께 시행령도 시행이 되게 됩니다. 지난 시간에는 많은 국민들의 염원으로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과 경영책임자, 행정기관 등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되었으나 처음 발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내용에 비해서는 많은 부분이 후퇴된 채 제정되었고 중요한 많은 내용을 시행령으로 위임하고 있어 정작 법률은 16조로 이뤄진 짧은 법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윤 : 오늘은 본격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우선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시죠.
김 : 우선 정의규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보호를 받는 사람들을 정하고 있는데요. 종사자라는 개념입니다. 종사자란,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와 도급, 용역, 위탁 등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해지는 경우에 각 단계의 수급인 및 수급인과 근로자 또는 그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사업의 수행을 위해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 법을 지킬 의무가 있는 사업주는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 타인의 노무를 제공 받아 사업을 하는 자를 말하고 경영책임자 등 이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나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의 장,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의 장을 의미합니다.
윤 : 그런데, 이 법이 일부 기업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요.
맞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렸었던 것처럼 이 법은 상시 5인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개인사업주에 한정합니다)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이 법 시행 당시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합니다. (2024년) 중대재해라는 것이 기업의 크기에 따라 다르게 오는 것이 아니고 사업주의 책임이 경감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 규모에 따라 안전과 관련된 법의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 :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더 강력하게 안전보건에 대한 예방의무를 부여하고 있다고요.
김 : 네. 법 제4조에서 사업주, 경영책임자는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 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에 관한 조치도 해야하고 중앙행정기관이나 지자체가 법에 따라 시정 등을 명하면 이행에 관한 조치도 당연히 해야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와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같은 것도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요. 이런 것이 사실 중요한 것이죠.
왜냐하면 아무리 재해예방을 하려면 아무래도 비용과 인력이 매우 중요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법에서 이런 부분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확보 의무로 명시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에서 이런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해논 거에요.
윤 : 오늘까지 입법예고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말이군요.
김 : 네. 그 시행령에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에 대한 내용을 잘 정해놨으면 좋았을 텐데, 엉뚱하게도 시행령에서는 ‘재해예방’을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인력’으로 축소 해석하여 규정을 했습니다.
윤 : 언뜻 이해하기가 어려운데요.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시죠.
김 :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기까지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된 많은 중대재해의 원인 중 하나가 2인 1조 작업의 문제였습니다. 이미 2인 1조로 작업하라는 업무메뉴얼이 있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의 문제 등으로 인해 적정 인력이 보장되지 않은 채 일을 하다가 재해를 당하는 것이 현실인데요. 구의역 김군, 김용균 노동자, 이선호 노동자 모두 동일한 원인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에도 서류 상으로는 신호수, 작업감독자 모두 있었습니다. 안전감독자도 있었어요. 심지어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 이후에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에는 2인 1조 작업과 근속기간 6개월 미만인 노동자가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는 작업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고 운영해야한다는 내용까지 안전관리 지침으로 규정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수많은 산재사고, 특히 사망사고는 인력부족을 이유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2인 작업에 1인을 내보내거나 적정인력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정부 시행령안은 이런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안전보건관리를 하는 전문인력과 시설, 장비를 충원하는 것에 적정한 예산을 편성하라는 취지입니다. 시행령 설명자료에서도 해당 내용에 2인 1조 작업등에 들어가는 예산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법에서 정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현장의 적정인력 충원 등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안전보건 관리를 하는 전문가, 전문인력의 문제로 협소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가장 중요한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 : 그러니까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에 대한 의무를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었는데, 현장에 적정인력이나 예산을 배치하는 방식이 아닌 현장의 안전보건관리를 하는 전문가나 전문인력의 관리비용을 책정하는 의무 정도로 축소시켜놓았다는 말씀이군요. 그 외에 이 시행령 조항에 또 다른 문제가 있나요.
김 : 말씀드린 내용에 해당되는 시행령 조항이 시행령안 4조 4호인데요. 이 안의 또 다른 문제는 과로사에 대한 내용이 누락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과로사에 대한 문제는 매우 심각한데요. 시행령에서 재해예방에 대한 인력 및 예산을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인력으로 한정하여 규정하는 것은 인력 부족에 따른 장시간 노동으로 발생하는 과로사의 즉각적인 해결 방법인 적정인력 확보에 대한 사업주,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덜어주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산재법은 만성과로의 기준을 주 60시간 이상을 초과하는 근로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매년 약 500여명의 과로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정인력보장, 과로사 방지에 대한 내용이 누락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윤 : 직업성 질병의 범위에 대해서도 입장차이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김 : 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려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이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여야 합니다. 현재 산재법에서는 업무상 질병을 13개(뇌심혈관계질병, 근골격계질병, 호흡기계질병, 신경정신계질병, 피부질병, 감염성질병, 급성중독 등 화학적 요인에 의한 질병, 직업성 암 등)로 구분하고 있는데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인정되는 직업병은 급성중독으로 한정(산재법 상 기준으로 볼 때 3개 항만 대상)이 되고 뇌심혈관계질환이나 직업성 암의 경우는 사망한 경우에는 중대 재해로 인정이 될 수 있으나 사망이 아닌 경우에는 인정이 되지 않을 우려가 매우 큰 상황입니다. 직업성 암의 경우 사망을 하면 중대재해법으로 인정이 되지만 평생 치료를 받으며 살아갈 경우 중대재해법 적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1년 이내에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3명이상 직업성 질병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윤 :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뭔가요?
법을 위반하면 처벌이 따르는 만큼 중대산업재해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의 여지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사고성 재해처럼 특정 질병 유발 요인이 업무로 인한 것이 명백해야 하는 등 인과관계가 명확할 필요가 있다고 하고 있고요, 법률에서도 ‘급성 중독 등’이라고 해서 직업성 질병으로 급성중독을 예시로 들면서 하위법령에 위임한 취지를 고려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중대시민재해는 질병의 종류를 특정하지 않고 모든 질병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면서 중대산업재해에 대해서만 질병의 종류를 시행령에 위임하여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고요. 또 이미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1년에 3명 이상 발생하는 것 직업성 질병자가 발생하여야 한다는 것 자체가 엄격한 요건임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에서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다시 급성 중독으로 제한한 것이 너무 협소하게 제한한 것 아닌가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윤 : 또 크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내용이 뭔가요?
김 :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뿐 아니라 하청, 특수고용노동자 기타 노무를 제공하는 자 등 넓은 의미의 종사자를 법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직접적인 사업주 외에도 원청의 경영책임자에게도 동일한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요. 시행령안을 보면 정부가 원청의 의무를 굉장히 협소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행령안에서 사업주의 조치를 정한 제4조를 보면 원청 경영책임자도 동일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업장의 안전, 보건 확보 및 개선에 대한 종사자의 의견 청취와 위탁 도급 시 안전보건관리 비용과 수행기간 보장에 대해서만 종사자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정부 설명자료에는 시행령안 4조의 모든 내용이 원청 경영책임자에게도 적용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종사자’라는 표현이 명시된 부분이 6항과 8항 뿐이라는 점을 보면 조금 의문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윤 : 이번 광주 건설현장 붕괴사고를 접하면서 많은 분들이 도대체 얼마나 열악한 현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으시더군요. 이런 현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건가요?
김 : 말씀하신 광주 건설현장의 붕괴사고 역시 여러 번의 하청, 재하청 과정에서 적정하게 책정되었던 철거단가가 평당 28만원에서 평당 4만원까지 내려갔습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인력과 안전, 보건시설이 갖춰질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시행령이 적용된다고 해도 이런 재해예방에 대한 인력 및 예산에 대한 조치를 ‘안전 및 보건에 관한 비용’으로 축소, 특히 전문 관리 기관, 인력에 대한 비용으로 정하고 있어 현실성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건설업의 경우는 이미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명시되어 있고 관리도 되고 있거든요. 하지만 다단계 하도급이 진행되면서 이런 사고가 계속되는데 근본적인 해결(원, 하청 공동사용자로서의 의무, 중대재해처벌법 상 인력, 예산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 및 이행, 종사자 대상 확대 등)을 하지 못하면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고 이후 불법하도급을 차단하고 사후 불법하도급 확인 시 원스트라이트 아웃제 도입 등의 처벌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기는 하였으나 앞으로 해결할 과제임)
윤 : 노동안전단체들이 시행령과 관련한 비판 성명서도 냈던데요. 그 내용을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다루는 법에 근로기준법이 포함되지 않아서 문제라는 비판이 있던 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 :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1항 4호에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안전보건관계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를 할 의무를 지고 있는데요. 이때 안전보건관계법령에 해당하는 법에 무엇이 들어가느냐에 대한 부분에 대해 시행령에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것으로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에 관계되는 법령’으로 규정하고 그 아래에서 ‘산업안전보건법’만 명시를 하고 있어 문제가 된 것인데요. 관련해서 정부 설명자료에도 안전보건관계법령의 예시로 산업안전보건법, 광산안전법, 선박안전법 등이 예시가 되었고 근로기준법이 빠진 거에요. 그래서 7월 9일 정부 브리핑 과정에서 근로기준법이 포함되느냐는 질의가 있었는데 정부의 답변이 근로기준법에 안전보건에 관한 것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다고 되어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은 안전보건관계법령으로 볼 수 없다는 답변이 나온 것이죠.
윤 : 그럼, 근로기준법이 제외되는 것이 왜 문제 인가요?
김 : 우선 앞서 말씀드린 과로사 문제가 중대재해처벌법 상의 처벌대상에서 제외되게 됩니다. 과로를 판단하는 기준은 법정근로시간과 휴게시간 부여, 탄력근로시간 적용 등이 될 텐데, 이를 정한 법은 근로기준법이기 때문이죠.
나아가서 중대산업재해의 정의에서 사망의 경우 사고성 재해, 직업성 암, 과로사, 정신질환, 자살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화학물질관리법, 폐기물 관리법 등 많은 예방조치의 내용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아닌 다른 법령에서 사업주의 의무를 정하고 있는데, 시행령 상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의무 이행 점검만으로는 노동자 뿐 아니라 종사자까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법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근로기준법 뿐 아니라 여러 다른 법령에 있는 사업주의 예방조치 내용을 확인하여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조사할 수 있는 안전보건에 관계되는 법령의 범위로 명확히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윤 : 마지막 말씀?
김 :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기 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제대로 된 시행령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와는 별개로 현재도 현장에서 동일한 원인으로, 막을 수 있는 이유들로 인해 발생하는 산업재해, 중대재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2인 1조 작업, 신호수 투입 의무화 등 핵심적인 안전조치가 추가되고 뇌심혈관계질환, 직업성 암, 근골격계질환 등이 포함되어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중대재해를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법으로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