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3월 10일(수) [오늘의시선]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협회의 서로 다른 표준계약서 시행 논란...작가들은?(현택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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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으로 찾아옵니다. 오늘은 현택훈 시인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현 : 안녕하세요, 현택훈입니다.
윤 :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어느덧 오늘의 시선에서 현택훈 시인의 시선을 만나는 게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현 : 네. 한 달에 한 번이긴 했지만, 문학, 글 쓰는 사람으로서 사회 현상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떤 때는 의무감으로, 또 어떤 때는 기대되는 발언의 기회로 삼곤 했는데요. 오늘이 마지막이라서 아쉽기도 하고, 이 코너 덕분에 저도 세상을 더 넒고 깊게 본 것 같아 고마운 마음도 들고 그렇습니다.
윤 : 그러게요.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그럼 오늘 주제는 여느 때와 비교하긴 그렇지만, 좀 더 각별하겠네요.
현 : 네. 아무래도 초심으로 돌아가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요.^^ 제가 중간에 문학계 불공정 관행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 문학판 이야기 중에서 이 얘긴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갖고와봤습니다. 바로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시행에 대한 사항입니다.
윤 : 기억나네요. 유명한 작가가 아닌 이상 보통 작가는 계약서를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얘기 듣고 깜짝 놀랐어요. 저작권료를 전혀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많이 나아지고 있죠?
현 : 네. 음악 분야는 저작권 보장이 비교적 잘 확립되었지만, 문학 분야의 저작권 보장은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흐름인데요. 그래서 계약서의 소중함이 절실해집니다. 다행이 최근의 흐름이 작가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머지않아 출판계에서 계약서를 쓰는 문화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윤 : 그러면 다행이겠네요. 아까 계약서도 그냥 계약서가 아닌 표준계약서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형태의 표준계약서인 건가요?
현 : 네. 최근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를 만들어서 발표했습니다. 계약서가 안 좋은 관행으로 맺어지거나, 구두계약에 그치고 서류가 없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국가에서 표준계약서를 정해 이 계약서를 기준으로 작가와 출판사가 작성하기를 권고한 사항입니다. 기존 관행 상 5년으로 되어 있던 계약기간을 당사자의 합의로 조정할 수 있도록 공란으로 두었고, 묵시적 갱신의 경우 출판사가 저작자에게 갱신여부를 통지하여야 하며, 2차적 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저작자에게 있음을 명시한 부분이 주요 사항입니다.
윤 : 그렇군요. 이렇게 표준계약서가 나온 건, 아무래도 그동안 작가들이 정당한 저작권료를 받지 못하는 계약이 이루어지고, 증쇄를 찍었을 때 인세 지급이 제대로 이루지지 않은 악습을 깨기 위함이겠죠?
현 : 네. 맞습니다. 그런데, 문체부에서 표준계약서를 만드니까 출판협회에서도 크게 반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출판협회에서 만든 표준계약서로 맞대응을 하는 형국인데요. 문체부의 표준계약서가 권장이 아닌 강요라고 하면서 출판계가 반발하는 상황인데요. 출판계의 입장이 일리가 있긴 합니다. 출판사는 대형, 중소형, 1인 출판사 등 다양한데, 계약서를 통일해서 정립하는 건 시장 경제에도 맞지 않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의 작은 출판사들이 이러한 표준계약서로 인해 큰 출판사와의 경쟁에서 밀려나게 될 수 있다는 인식인데요.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등이 성명서를 내면서 문체부의 표준계약서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윤 : 아, 그렇군요. 양쪽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모두의 권리가 존중 받는 계약이 이루어져야 할 텐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출판계는 아무리 문체부에서 표준계약서를 들이밀어도 자율로 하면 될 텐데, 왜 강요라고 느끼는 걸까요?
현 : 네. 저도 그 점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 있더라고요. 이 문체부의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4월 1일 이후 신규 출판계약시 문체부의 표준계약서 안을 사용하지 않으면, 문체부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제정하는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출판콘텐츠 창작자금 지원’, ‘우수콘텐츠 전자책 제작 활성화’, ‘오디오북 제작 지원’, ‘세종도서 선정구입 지원 사업’ 등에서 배제된다는 사항이 들어가 있는 겁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이번 달 3월 말에 온라인을 통해 표준계약서에 대한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윤 : 그렇군요. 그러면 출판협회에서 마련한 계약서에는 어떠한 점이 논란인가요?
현 : 네. 출판사협회에서 만든 표준계약서를 두고, 출판계가 자체적으로 의견을 모아 표준계약서를 최초로 만들었다고 자평했지만, 반면에 작가들은 "강화도 조약보다 더 불공정한 내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계약기간이 보통 5년인데, 10년으로 했고요. 2차 저작권을 출판사에 위임한다는 부분이 화를 키웠습니다. 2차 저작권은 문학 작품이 영화나 음악으로 쓰였을 때 원작료를 지급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출판사측은 작가를 발굴하고 홍보를 하는 데 들인 비용이 있기 때문에 2차 저작권의 사용이 발생했을 때 출판사에게 더 많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윤 : 아무래도 작가와 출판사는 서로 협력을 해야 좋은 책이 나올 텐데요. 갈등을 빚을 상대는 아닐 텐데요. 결국 책은 독자가 보는 것이고, 작가와 출판사가 상생을 해야 더 좋은 책이 나올 텐데요. 현 시인님도 책을 내 본 적이 있었으니, 어땠나요?
현 : 네. 제가 처음 시집을 낼 때는 계약서가 있긴 했지만, 계약 내용이 책을 다시 찍거나 할 때 어떻게 인세 지급이라는 사항이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요. 현금 대신 책으로 받게 하는 상황이어서요. 그래도 그나마 이때는 나았는데, 두 번째 시집을 낼 때의 출판사는 계약서가 아예 없었습니다. 여러 번 계약서를 요청 했지만 끝내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세 번째 시집은 계약서 내용도 좋고, 만족스러웠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시집은 그렇게 형식적이거나 계약서도 아예 없다보니 1쇄가 다 소진되니까 그냥 절판시켜 버리더라고요. 제가 시집을 낸 세 출판사가 모두 작은 출판사라서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 : 그래서 독립출판이 생긴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어차피 권리를 받을 수 없다면, 직접 책을 내서 팔겠다는 거겠죠?
현 : 맞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출판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독립출판의 붐입니다. 관행적으로 굳어 있고, 표준계약서가 나온다 해도 실효성이 의문인 상태에서 작가가 직접 출판 등록을 해서 책을 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유통의 한계가 분명히 있긴 하지만, 요즘 작은 책방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생기면서, 발품을 팔아 서점에 책을 입고해서 위탁판매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윤 : 독립출판이긴 하지만, 종종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오르는 것을 보면, 정말 중요한 것은 책 내용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에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책도 원래는 독립출판으로 나온 책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현. 네. 최근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도 처음에는 독립출판으로 출판됐는데, 베스트셀러가 된 경우인데요. 물론 이 경우에 크게 작용한 것이 크라우드 펀딩입니다. 무명이었고,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하다 소설가의 꿈을 위해 퇴사해 낸 첫 책이 성공했는데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을 소개하는 펀딩 내용에, 참여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책을 내니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윤 : 그렇군요. 한 해에 몇 권 정도는 독립출판으로 나와 출판계를 들썩이게 한 책들이 나오고 있죠?
현 : 최근 출판계의 가장 큰 키워드는 아무래도 ‘위로’, ‘소확행’인 것 같아요. 그러한 경향의 정점에 있던 책이 몇 년 전 유행한 백세희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인데,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솔직하게 풀어놓은 내용입니다. 원래 독립 출판물로 소량으로 인쇄해 주위 사람들에게만 나눠 가질 생각으로 찍어낸 책인데, 이른바 대박이 난 거죠, 그러니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이 가는 책인가, 하는 점이 큰 요소인 것 같습니다.
윤 : 책이 좋다면, 언젠가는 독자들이 알아보게 된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계약서를 잘못 써서 작가나 출판사가 피해를 보는 일도 없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계약서 문제가 세상에 크게 알려진 사건이 그림책으로 유명한 <구름빵>이 생각나네요. 그 그림책이 인기를 끌면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등 2차 제작이 이루어졌는데, 그에 대한 저작권료를 백희나 작가가 못 받았다는 일화가 있죠?
현 : 맞습니다. 그래서 그 백희나 작가는 두 번째 책을 낼 때는 직접 출판 등록을 해서 출간을 했고, 작년에 그림책 상으로 세계적으로 큰 상이라는 아스트리드 린드 그렌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윤 : 결론은 좋은 책을 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의 시선, 오늘은 출판표준계약서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동안 현 택훈 시인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내용들을 만나봤는데요,
혹시 오늘의 시선이 현택훈 시인에겐 어떤 의미였고, 어떤 시간이 됐었는지
궁금한데요, 어떠셨나요?
현 : (개인적 소회, 지난 1년 함께 한 느낌, 오늘의 시선에 대한 평가 등..)
윤 :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현 : 저는 올해 두 권의 책을 낼 계획입니다. 지난 번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한 권은 제주시 여행에 관한 책이고요. 또 한 권은 곶자왈이나 제주 생태를 바탕에 둔 동시집을 낼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책을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오늘의 시선을 통해 제가 제주나 사회에 대한 시선을 더 세심하게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돼 좋았고요. 그 과정이 올해 내는 책에 분명히 반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 : 네. 좋은 책을 내리라 믿으며, 책 나오면 찾아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현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