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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3월 3일(수) [오늘의시선] 소수자 인권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지금 우리 사회는?(제주주민자치연대 박건도 참여자치위원장)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으로 찾아옵니다. 오늘은 제주주민자치연대 박건도 참여자치위원장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박 : 안녕하세요, 박건도입니다.

윤 :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박 : 최근 날씨가 비바람에다 막판 추위를 몰고 오는 느낌이었는데요, 오늘 날씨는 바람기가 있긴 해도 따뜻한 바람이 불면서 화사한 날씨를 보여 봄이 오고 있는 게 느껴져 설레더라고요, 저는 지금 하고 있는 공부와 일 모두 놓치지 않고 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면서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제주에서 활발히 활동을 펼치던 트렌스젠더 인권활동가이며 청년정치인이었던 제주퀴어문화축제 김기홍 공동운영위원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하기 전에 고 김기홍님에게 애도를 표하고 싶었고요, 오늘 주제도 고 김기홍님의 유지를 받들고 이어 나가자는 의미에서 선정해 봣습니다.

윤 : 그렇군요. 고인을 애도하며 오늘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 주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박 : 오늘은 제가 라디오제주시대 오늘의 시선 코너에 출연하는 마지막 날인데요, 그래서 다른 때보다 더 주제 선정을 고심하게 되더라고요, 나름 고민을 거듭하던 중에 이제까지 다루지 못했던 주제지만 매우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했고, 꼭 다뤘어야 하는 주제라 여겨서,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해 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 김기홍님의 유지를 받들어서, 우리 사회에서 잘 대변되고 있지 못하는 소수자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 시간의 제약이 있어서 모든 부분을 다루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윤 : 소수자 인권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잘 모르고 있는 분들도 있을 테니,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 : 네, 소수자라고 하면 우리 사회에서 수적으로 소수인 사람들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젠더적으로 권력을 가진 기득권 세력, 즉 다수자라는 개념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장애인 중년 남성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구축되어 왔기 때문에 여성, 청년, 장애인, 성소수자 등의 사람들이 ‘소수’에 포함될 수 있고요, 이것은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라기보다는 한 개인이 어떤 상황과 위치, 그리고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인 개념이기도 합니다.

윤 : 그렇다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무엇이고, 이 법이 소수자인권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까요?

박 :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출신학교,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이루어지는 차별을 구체적으로 금지・ 예방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겪고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구제를 포함하는 기본법입니다. 이렇게 다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많은 기준이 나열된 것은 우리 사회가 특정 소수집단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이미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진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위치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차별들을 금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 : 그럼 국회에서 이 법이 만들어졌다는 건가요?

박 : 아닙니다. 차별금지법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고요, 사실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발의를 하면서 처음 제정이 시도됐습니다. 이후 13년 동안 6번이나 발의가 됐지만, 모두 무산됐던 법안입니다. 현재 21대 국회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필두로 10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하고 있지만 제정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는 중단된 상황입니다.

윤 : 그렇군요. 차별금지법 제정이 어려운 이유는 뭔가요?

박 : 저도,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원칙을 이야기하는 이 법이 왜 이렇게 제정되기 어려운 걸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센 반대여론에 부딪치고 있는 게 사실인데요, 이 법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주로 ‘동성애 조장법’이라는 식으로, 성소수자 혐오가 섞인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반대 여론이 있다는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선뜻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윤 : 그렇군요. 차별금지법뿐만 아니라 제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지난 번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박 : 맞습니다. 이러한 논란은 차별금지법에서만 이루어졌던 건 아닙니다. 최근 제주에서 제정된 제주학생인권조례도 당초 발의됐던 내용에서 상당히 후퇴한 안이 통과되면서 아쉬움을 많이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제주도내 학생들이 출신 국가, 용모, 가족 상황, 성적 지향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한 조문을 수정안에서 빼버린 것인데요, 반대진영의 주된 논리는 성적 지향성에 대해서 존중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고,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이런 주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은 혐오세력에 대한 정치권의 타협이었다,라고 생각하고요, 이렇게 수정한 것에 대해 학생인권조례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갔던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의 학생 당사자들은 분노에 찬 비판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윤 : 사실 정치권에서도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한 이슈들은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박 : 네 그렇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토론회에서 동성혼 합법화를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요, 이후 사회적합의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야권 주자로 나온 국민의당 안철수씨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지만, 사람들의 성소수자를 반대할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러한 정치권의 발언은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인권단체들의 뭇매를 맞았는데요, 어떻게 존재하는 사람들을 사회가 합의를 하고, 또 혐오할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윤 : 그렇다면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다른 나라의 사례가 있을까요?

박 : 현재 인권선진국이라고 불리는 프랑스,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독일에서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데요, 사실 인권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이 나라들에서도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 제정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많은 사회적 갈등과 토론 그리고 합의과정을 거쳐서 어렵게 제정이 됐다고 하는데요, 지금 우리가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논의과정이 누군가를 혐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보다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인권의식을 전제로, 그리고 민주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나라들에서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이후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선거 때 투표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거나, 여성들이 사회 여러 분야에서 남성들과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는 제도적 기반이 되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윤 : 그렇군요.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도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네요.

박 :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것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모두가 평등하다는 헌법적 가치가 법률적으로 명시되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어떤 공동체적인 잠재력이 더욱 크게 발휘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인권을 존중하고,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인권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 잘 들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시간이었는데, 어떠셨습니까.

박 : 네 작년 1월부터 함께 했는데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정말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도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20여 분 동안 함께 이야기할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찾아서 정리하면서 살짝 힘들 때도 있었지만 저에게는 너무 좋은 기회가 되었고요, 또 제가 청년의 시선을 담당했는데 한국사회 그리고 제주사회에 대해 청년의 입장에서 이야기 할 수 있게 돼 저로선 영광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다른 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를 뺏은 건 아닌가 부담이 되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나름 좀 더 열심히 준비하려고 노력했지만, 더 잘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윤 : 네, 지난 1년여 동안 청년 입장에서 다양한 시선들을 보여주셨죠, 상당히 많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요 어떤 주제들이 기억나나요?

박 : 제가 지난 일 년 간 한 달에 한 번 꼴로 출연했는데요, 꼽아봤더니 총 13개 주제가 되는 거 같습니다. 제가 청년의 시선을 맡았기 때문에 청년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청년기본법, 공간, 공정문제, 청년 마음건강, 결혼제도 등에 대한 주제를 다루기도 했고요, 또 제가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협동조합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역현안으로 원희룡 지사의 송악선언, 도민들의 이동권 문제,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문제에 대해 다루기도 했고, 청년정치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눴습니다.

윤 : 참 많은 주제를 다뤘네요, 혹시 이 중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거나 더 다뤄보면 좋을 거 같은 주제가 있을까요.

박 : 모든 주제가 중요한 문제이고 열심히 준비하다보니 저로선 모두 애정이 가는데요, 이 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청년정치’라는 주제가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정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제주지역에 좋은 정치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제도정치에 진출해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지금의 제주정치는 특정 정당, 연령, 성별에 권한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그동안 대표되지 못했던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할 것이고, 청년들이 정치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내년엔 전국적으로는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고, 지역 단위로는 지방선거가 열리는 해이기도 한데요, 그렇기 때문에 내년에는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장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윤 : 박건도 씨의 앞으로의 계획, 어떻게 됩니까?

박 : 저는 현재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는데요, 졸업을 하기 위해서 석사논문을 써야 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논문을 쓰는 것에 좀 시간을 투자해야할 것 같은데요, 논문 주제를 청년과 관련된 것으로 잡았기 때문에 그동안 오늘의 시선에서 이야기했던 주제들과도 관련이 있고, 참여했던 내용들이 제 논문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해왔던 것처럼 제주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더 좋은 제주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을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윤: 앞으로 오늘의 시선에선 못 보겠지만, 또 청년의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고요, 지금까지 제주주민자치연대 박건도 참여자치위원장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