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 신청곡
어머니의 손맛
세월 이길 장사가 없다고
지금은 요양병원 신세를 지고 계시는
구순의 친정모친 김치솜씨는
그야말로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커피병과 김치에 얽힌
여고시절의 추억담을 생각하면
지금도 어깨가 으쓱해진다.
교통편이 좋지 않았던 그 시절엔
제주시내에서도 자취를 하면서
학교를 다녀야 했었는데
어머니는 자주 김치를 가져다 주시곤했다.
그 시절 도시락 반찬의 주 메뉴는
당연히 김치였기에 커피병에 김치를
꾹꾹눌러 담아가면 내 입에는
겨우 한잎 차지가 될까말까할 정도로
인기 짱이라서 지금도 회자가 된다.
어머니는 적어도 89세까지는
너무도 정정 하셔서 환갑지난 딸한테도
매해 이맘때 즈음이면
쪽파김치와 부추김치를 맛깔나게 담아주셨다.
아직도 입가에 맴도는 그 맛을 잊지못해
어제 면회시에는 미동도 없이 병원에 누워계신 어머니께
"빨리 일어낭 마농김치 좀 해줍서게~"
했더니 고갤 끄덕이며 빙긋이 웃으셨다.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어머니의 손맛이
너무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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