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 신청곡
화무는 십일홍
엊그제까지만해도 벗꽃이 팝콘처럼
툭툭 터져나오더니 오늘은 바닥으로 구른다.
그야말로 화무는 십일홍이다.
비바람이 심히 불어대든 말든
요양병원의 계절은
전혀 변함없이 고여있을 뿐
희망이라곤 도시 찿아볼수 없어서
서글프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머니의 체온이라도 느낄수 있어 고맙기 그지 없다.
그렇게나 딸 이름을 불러대시던 어머니가
내가 가고옴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 전혀 실감나질 않는다.
워낙 부친이 일찍 돌아가셨기에 아직은
딱히 상실감을 느껴보지 못했어서
어머니의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그동안 구순의 모친을 너무 애닯아 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서서히 이제는 적응이 되어간다.
엊그제 쇼프로에서 정정하게 노래하는 모습의 연예인도 쉽게 숨을 거두는 판국에
그동안 내가 너무 난리법석이었던게
간호사들한테도 괜히 민망했다.
꽃이 피고 지듯이
우리 삶의 생과 멸도 순리라는 자각으로
오늘하루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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