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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영의 즐거운 오후2시

임서영의 즐거운 오후2시

14시 05분

사연 · 신청곡

어머니와 세탁기

친정집에 있는

30여년이 훨씬 지난 세탁기를

많이 망설이다

오늘 드디어 개비했답니다.

주로 손빨래를 하셨고 

부피있는 빨래감은

내가 직접 처리했었기에

세탁조와 탈수기가 구분되어있는

천연기념물인 낡은 세탁기도

그냥저냥 유지할 수 있었고

이제 구순이신데 뭐 굳이 필요할까 싶어서 

미루고 미루었었는데

진작 해드릴껄 후회막급입니다.

깔끔한 세탁기 하나의 효과가

욕실만 밝게 해주는게 아니라

어머니께 청춘을 돌려드린 느낌이었네요.

그 주변만 맴돌면서

너무너무 좋아라 하시는 겁니다.

'아니다~아니다~'라는 어르신 용어는

절대로 액면 그대로 받아드리면

안된다는걸 다시금 절감했답니다.

과연 얼마나 사용하실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물품을 구입했다는

그 사실 하나에서 생겨난 엔돌핀의 가격은

정말이지

세탁기 가격을 충분히 상회하고도

남음이 있다는걸 이제 알았답니다.

"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다시는 옷도 그만 사오렴~

  화장품도 필요 없고

  암것도 필요없다~"

늘상 하시는 말씀을 무시하고

얼마 안남은 4월5일 구순 생신 때는 

고운 옷 한벌 사드려야겠어요.

칠십대에는 하루에 절반은 아프고 

팔십대엔 하루종일 아프고

구십대엔 종일 아프다가

자식얼굴 볼때만

잠깐 덜 아픈게 정상이라는데..

제발 조금만 덜 아프시고

백세까지 오래오래 곁에 계셔줬으면 

축복일듯 합니다.

오늘 세탁기를 보면서 좋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해서

정말정말 뿌듯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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