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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영의 즐거운 오후2시

임서영의 즐거운 오후2시

14시 05분

사연 · 신청곡

작은 어린이집이 되어 버렸네요!

오창훈, 임서영씨 안녕하세요? 두 분이 진행하는 즐거운 오후 2시 열렬한 애청자이지만 요즈음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함을 덜어 주는 삶의 활력소가 되어 주고 있어서 더욱 감사드립니다.

요즈음 저희 집은 때 아닌 조그만 어린이집이 된 기분입니다. 손주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코로나19로 인하여 휴원 상태여서 일곱 살, 네 살 난 큰아들 손자 둘, 일곱 살, 두 살 난 작은 아들 손녀 둘, 모두 넷이 아침에 아들들이 출근을 하면서 맡겨 두고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면서 데리고 가는 생활이 벌써 2월 마지막 주부터 3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7살 난 손자와 손녀는 병설유치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아직 유치원 문 앞에도 못 가 보았네요. 아들들은 손주들을 아침에 맡기고 갈 때 마다 미안함을 보이지만 그래도 돌봐줄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집 보다는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3주째 넘어 가니 어려움이 만만치가 않네요.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어린이집에 긴급 돌봄을 신청해서 출근하는 부모들 마음은 얼마나 안쓰러울지 상상이 갑니다. 제가 초등학교 교원으로 정년퇴직을 해서 아이들 가르치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철없는 어린 아이들을 자신의 피붙이 처럼 보살펴 주시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평소에도 존경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요즘 제가 집에서 하루 종일 손주들과 지내다 보니 더욱 더 존경스럽네요.

밖에 함부로 데리고 나가지 못해서 하루 종일 집 안에서 함께 놀아주다가 자기네 집으로 돌아 가고 나면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걸 느끼게 되네요. 일곱 살 난 손자, 손녀는 둘이가 자기들끼리 잘 놀기도 하지만 두 살짜리, 네 살짜리 손주들은 옆에서 지켜 보아야 하고, 좀 쉬고 있노라면 중간 중간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치면서 함께 놀아 달라고 부르는 소리에 편안히 쉴틈도 없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올 때마다 장난감을 몇 가지씩 갖고 와서 놀다가 다음 날 또 올거라면서 놔두고 가니 거실이 온통 장난감으로 발디딜 공간이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이 아이들 끼니 때가 되어 먹거리를 준비해주고 중간에 간식도 챙겨주는 일이네요.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아이들 나이에 따라 돌보는 인원수가 다르겠지만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생활 하다가 퇴근해서는 집에 가서 또 자기 자녀들을 볼보고 하는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어린이집 모든 선생님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3주째 집안에서만 지내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 같아서 그제, 어제는 날씨가 좋아서 집 옆에 있는 놀이터로 데리고 나가 오랜만에 바깥에서 놀게 했더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치도 않는지 신나게 뛰어 노는 모습을 보면서 언제면 하루 빨리 이 사태가 진정이 되어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 갈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오네요. 손주들은 오랜만에 사촌끼리 함께 지내게 되어 반가운지 다음 주에도 코로나로 어린이집에 안 간다고 하니 할아버지, 할머니 힘들어 하는 건 모르고 야호! 소리가 먼저 나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집사람한테 구박 아닌 구박을 종종 받습니다. 자기 아들들 키울 때 손주들 돌보는 것 반에 반 만큼만 했어도 자기가 고생을 덜 했을거라고 하네요. 생각해 보면 집사람의 그 말이 맞기는 합니다.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들어가서 어린 아이들을 챙겨주면서 집사람을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고 바깥으로만 나돌아 다닌게 지금 와서는 후회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튼 세상 시끄러운거 모르고 매일 신나하는 손주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루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길 손꼽아 기원해봅니다. 내일, 모레 이틀 동안 평안한 주말을 기대하면서 항상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해주시는 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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