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 신청곡
마흔 두 살 우리남편, 새내기 선생님 되었어요!
늦은 결혼이지만, 결혼 후 5년동안 딸 낳고 아들 낳고 남편 시험 합격시키고... 헤헤... 자화자찬!
저 대단하죠?
그토록 갈망하던 임용의 문턱을 넘어선 남편이
요즘은 학교현장에서 조금 힘들어하고 있어요.
다시금 마음을 다 잡게 해주고 싶어 편지를 썼어요. 두 분께서 대신 전달해주시면 더욱 더 힘이 날거에요!
(신청곡은 남편과 제가 즐겨 듣는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부탁드려요.)
사랑하는 우리 남편.
길다면 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장의 무게감. 시험의 부담감. 합격의 압박감을 감내해주어 너무 고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수고했다'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축하를 대신 하고 있지만,
저는 그간의 고뇌의 고통의 시간이 얼마나 깊었는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뒤에서 묵묵히 축하하고 또 축하하고 다시 한 번 축하하고 마음속으로 수백번 수천번 축하하고 있어요
당신, 드디어 해냈어요!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학교를 발령받고, 3월은 학기초라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있죠?
요즘 퇴근후 짜증을 토해내는 당신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해요.
공부하느라 많은 시간 함께하지 못했던 가족들, 주변 사람들에게, 그 미안함으로 이제는 우리가 챙기면서 즐겁게 살기로 다짐했잖아요.
당신 공부하느라, 그동안은 웃어도 웃는게 아니었고 늘 마음한구석이 무거웠잖아요.
합격해놓고도 불평으로 보내는 것은... 당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거잖아요.
비록 학교에서의 일이 생각만큼 녹록치 않고, 여러 업무로 치이는 현실이지만,
임용의 벽을 넘지 못하는 그 누군가는 당신의 힘들다는 투정마저도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요.
우리가 간절하게 투쟁했던 지난 4년 동안의 마음들을 절대 잊지 않기로 해요.
선물같은 하루하루, 더 알차게 더 행복하게 지내기로 해요.
당신 옆엔 언제나 든든한 제가 있잖아요.
힘들어도 다시 한 번 기운내요! 사랑해요! 늘!
20년이 지난 정년 퇴임시에도, 당신은 여전히 지금 이대로의 자랑스러운 남편이길 바랍니다.
PS. 그간의 뒷바라지 공을 인정하며 소원권 100장을 배풀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황홀하게 잘 쓸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