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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4월 1일(수) [오늘의시선] 각국의 해외 재난대응 사례에 대한 대처방안(제주다크투어 백가윤 대표)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으로 찾아옵니다. 오늘은 제주다크투어 백가윤 대표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백 : 안녕하세요. 백가윤입니다. 오랜만에 얼굴 뵙고 인사드리니 좋네요.

윤 : 오늘의 주제는 뭔가요?

백 : 사실 요즘 코로나 19 영향으로 전 세계가 패닉상태죠. 전쟁 등 직접적인 물리력을 동원한 재난과는 약간 다를 수는 있지만 전 세계가 감염병에 의한 사실상의 재난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각국에서 있었던 해외 재난 사례 대처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예전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될 때도 해외의 재난 대응 사례가 많이 이야기 됐었죠. 특히 오늘은 미국의 911,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그리고 호주의 빅토리아 산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윤 : 네. 코로나 19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면서 오늘 주제 해외의 재난 사례 대처법 하나씩 소개를 해 주시죠.

백 : 네. 먼저 미국 911 관련한 사례입니다. 2001년이니 벌써 19년 전인데요. 당시 전세계인 모두를 충격에 빠지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저도 당시 텔레비전으로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봤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약 3,000여명이 사망하고 미국은 최소 100억 달러에 해당하는 금전적인 손실을 입게 됩니다. 미국 뉴욕에는 건물이 무너진 자리에 9.11 기념관을 세워놓았습니다. 4.3으로 치면 4.3평화기념관 같은 곳이죠. 9.11 기념관은 당시 재난 상황과 대처과정을 세밀하게 기록, 전시해 놓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피해자 한 명 한 명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했습니다.

윤 : 아 그렇군요. 어떻게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있던가요?

모든 피해자들의 사진이 벽면에 걸려있고 전화기 모양의 장치를 들어 옆에 있는 컴퓨터에서 피해자의 이름을 찾으면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음성이나 가족이나 지인들이 피해자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육성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념관 전체가 911 피해자들을 함께 기억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지요. 개별의 기억을 모아 집단의 기억으로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라고 할까요. 그런 기념 방식을 통해 피해자들이 여전히 살아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생전의 모습을 보고 싶은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지요.

윤 : 그렇군요. 911 사건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것으로 저도 기억하는데요. 당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백: 911의 경우 4.3처럼 특별법에 의해 정부와 국회로부터 독립적인 국가위원회가 설립되어 약 20개월 동안 활동했는데요. 이러한 국가위원회가 설립되는 데는 유가족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특히 남편을 잃은 4명의 여성들로 구성된 저지걸스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펼쳤는데요.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청문회 장에서 선서하지 않고 증언하겠다고 하자 저항의 의미로 청문회장을 나갔고 결국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증언 전에 선서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윤 : 실제 911 유가족 당사자를 만나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일전에 911 유가족들 중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 및 평화 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단체인 ‘평화로운 내일을 위한 911 유가족회’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유가족들과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실제 911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되었을 때 죽은 남편과의 결혼반지를 위원장에게 전달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던 아내의 이야기, 뉴욕 주 경찰이었지만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뉴욕 경찰의 911 기념비에 희생된 아들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아 계속해서 싸우고 있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이 어머니의 경우, 지역 주민들이 아들을 함께 기억하며 아들의 이름을 딴 길을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진실을 밝히려는 가족들의 노력은 계속된다는 것과 이를 위한 지역 공동체의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지요.

윤: 미국 911 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지도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요. 진상규명을 위해 열심히 활동했던 유가족들은 위원회 보고서에 만족했나요?

백: 아니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유가족들이 제기한 많은 의혹들이 다뤄지지 않았다는 비판과 정부 내 내부고발자들의 증언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참사 이후 즉각적인 진상조사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와의 전쟁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 구성을 거부했고 결국 위원회는 1년 2개월이 지난 후에야 만들어지게 됩니다. 여당이 추천한 5명, 야당이 추천한 5명으로 구성된 위원들의 독립성에 대한 문제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죠. 그렇지만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있습니다. 911 테러가 일어난 지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뉴욕 지하철 광고판에서는 9.11 당시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들의 신고를 받는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9.11을 경험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근처에 살다가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 자원활동가, 유가족 등 911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은 모든 사람들의 신고를 받고 지원할 수 있는 창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제주 4.3과 트라우마 치료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 911 관련된 이야기 잘 들어봤습니다. 이어서 다른 재난상황에 대한 대처방법에 대해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또 매해 봄이면 세월호의 아픔과 함께 후쿠시마 원전의 참사가 떠오르기고 하는데요, 어떻습니까?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한 후에 일본 정부는 어떻게 대처했나요?

백: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일어난 지도 벌써 올해로 9년이 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관련해서는 특이하게도 정부 차원의 국가진상조사위원회만 꾸려진 것이 아니라 국회, 민간, 도쿄전력 심지어 원자력학회에서도 각각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했습니다. 5개나 진상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이지요. 이 중에서도 일본의 정부위원회와 국회위원회는 피해자 대표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데요. 우리로 치면 세월호 유가족 대표가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셈입니다. 그렇지만 각기 다른 5개의 진상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지는 바람에 관계자들에 대한 의견 청취가 중복으로 이뤄져 모든 위원회에 충분히 협조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국회위원회의 경우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17만건 이상의 글을 시민들과 주고받았지만 정부위원회의 경우에는 충분히 청취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한계를 드러냈고요.

윤: 해외의 재난 이후 국가나 의회, 또는 피해주민들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조치 중 소개할 사례가 있을까요?

백: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가 모범적으로 보고 있는 사례는 호주인데요. 2009년 빅토리아 주에 산불이 난 후 호주 정부의 대응이 주목할 만합니다. 당시 건조한 날씨로 인해 수백 건의 산불이 발생했는데요. 빅토리아 주에서는 약 17개월 동안 활동하는 독립적인 주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재난들보다는 작은 규모의 피해라고 할 수 있지만 총 1,260여 명의 주민들과 26차례 지역 간담회를 개최하고 1,300개의 서면 의견서를 접수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자료들은 웹사이트에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습니다. 온오프라인으로 신고를 접수받고 사건 발생 2주 내에 위원회를 신속하게 구성함으로써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죠. 만약 접수된 의견을 위원회가 받아들이지 못한 경우, 그 이유에 대해서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어났던 호주 산불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졌다고 들었는데 이 또한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입니다. 만약 제주 4.3도 상시로 온오프라인 신고를 받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다면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더 효과적으로 피해자 신고를 접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 4월이면 4,3과 함께 세월호 참사가 다시 떠오릅니다, 올해가 벌써 6주기인데요. 세월호 관련해서 백 대표께서는 당시 국제연대 활동 등에 참여하고 계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잠깐 소개를 해주시죠. 

백: 세월호 참사는 당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큰 충격을 가져온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 계시는 많은 교민 분들도 연대의 마음을 보내주셨는데요. 아주 최근까지도 세월호 6주기를 맞아 해외에 계신 분들이 팽목항에 연대의 현수막을 보내 주시고 있고 심지어 오늘까지 2,100여 일 동안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정말 대단하죠. 해외 주요 도시 거점에서 일인 시위를 이어가기도 하시고 현지에서 세월호 참사를 알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습니다. 이러한 교민들의 네트워크는 특히 해외의 재난 진상규명 자료를 찾거나 해외 단체들과의 연대 활동을 할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윤: 세월호 진상규명 관련 국제적인 활동의 성과나 아쉬움을 돌아보신다면?

백: 아무래도 국제활동 관련 가장 큰 성과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방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2014년 교종 프란치스코 방한 당시 광화문 광장에 있던 세월호 천막을 지나며 차에서 내려 단식 중인 유가족을 만나서 위로하셨죠. 프란치스코 교종 방한 장면이 전 세계에 헬기로 중계될 것을 예상하고 천막 위에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라고 쓴 큰 현수막을 뽑아서 붙여놓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의 재난 피해자들과도 연대의 목소리를 이어갔는데요. 영국 리버풀에서 일어난 힐스버러 참사 유가족들을 비롯해 스웨덴 에스토니아호 참사 유족들과도 만나 함께 재난을 막고 연대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세월호를 넘어서 전 세계의 재난을 막기 위한 고민을 해나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주 4.3도 현재 일어나고 있는 다른 이름의 수많은 4.3들과 연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세월호 국제연대를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윤: 오늘도 코로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코로나 관련해서 WHO, 세계보건기구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서도 이번 코로나19 관련해서 언급이 있다고 하는데. 우선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어떤 기구인가요, 간단하게 소개해 주신다면?

백 :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기구입니다.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유엔에서 인권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지요. 코로나 19와 관련해서 인권의 원칙에 반하는 혐오와 차별, 배제가 계속되고 있음에 따라 유엔에서 활동하는 여러 인권 전문가들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한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에서의 인권 문제>보고서를 최근에 발표했습니다.

윤 : 그러면 구체적으로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코로나19관련해서 세계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발표했습니까?

백 : 특이한 것은 현재 유엔인권최고대표인 미첼 바첼렛(Michelle Bachelet)씨가 마침 의사 출신이라는 것인데요. 코로나 19 사태에 대응함에 있어서 의학적으로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강조 했습니다.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자가격리나 재택근무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사는 사람들, 장애가 있는 사람들 등에게는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는 것이지요. 투명한 정보 공개도 시각, 청각 장애인, 아동,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앞서 말씀드린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에도 나와 있습니다. 국제인권법에 따르면 심각한 공중보건 위협과 국가의 운명을 위협하는 위급상황에서는 일부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고 하고 있고 현재 코로나 19의 심각성은 국제인권법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공중보건 위협 수준이라는 것인데요.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해도 반드시 한정된 기간으로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보고서는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서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유엔과 국제사회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혐오와 차별은 단호히 배제하고 연대의 힘으로 이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윤 : 네. 오늘 백가윤 대표님 모시고 전 세계 재난, 참사와 관련된 이야기 잘 들어 봤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도민들과 국민들의 지혜로 종식되기를 바라면서, 다음 시간엔 더 알찬 이야기로 만나 뵙겠습니다.

백: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