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3년2월1일(수) <오늘의 시선> 낙석사고 만장굴, 앞으로도 위험하다? (독립언론 ‘오롯’ 김은애 기자)
윤: 매주 수요일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은 독립언론 ‘오롯’의 김은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김: 안녕하세요. 김은애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김: “만장굴 낙석 사고, 앞으로 더 위험할 지도?”
윤: 이번에 만장굴에서 낙석 사고가 발상하면서 관람이 임시 폐쇄된 상태죠?
이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실 건가요?
김: 맞아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속하는 만장굴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우리나라의 국가지정문화재로 널리 알려진 제주의 소중한 보물이죠. 그런데 이번에 만장굴 내부에서 낙석이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낙석이 발생한 원인은 무언인지, 앞으로 안전상 문제는 없을지. 이런 것들을 우리가 알아내야 하잖아요. 오늘 관련 이야기 나눠볼게요. 어쩌면, 이번 사고는 시간문제일 뿐.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해 보려 합니다.
윤: 특정 사건에 있어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 어쩌면 언론의 역할 중 하나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다소 무모한 추측이 될 수 있어 조심해야겠습니다.
당연히 관련된 근거가 있는 거겠죠?
김: 네, 제가 혼자 머릿속으로 상상해서 던지는 그런 의혹이 아니고요. 관련 보고서와 실제 현상을 종합해서 전하는 내용이니, ‘아~ 그럴 가능성도 있겠구나~’ 이런 느낌으로 오늘 이야기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본론에 앞서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 만장굴과 제주도 용암동굴계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야 오늘 주제 이해가 쉽기 때문에.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윤: 만장굴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속하죠? 그 얘긴가요?
김: 맞아요. 만장굴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속하는 여러 동굴 중 하나인데요.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만장굴, 김녕굴,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을 지나 월정리 바닷가로 흐르는 그런 모습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이중에 만장굴을 제일 친숙하게 느끼는 건. 상시 내부 탐방이 허가된 굴은 만장굴이 유일하기 때문이에요.
즉, 동굴들이 각자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더라도 사실은 다 이어져 있는 하나의 동굴로써 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 부분을 분명히 이해하고 오늘 주제 들어가 볼게요.
윤: 자세한 이야기 들어가기 앞서, 이번에 만장굴에서 발생한 낙석 사고, 개요부터 살펴보죠. 낙석 규모가 궁금한데요.
김: 제주세계유산본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만장굴 입구에서 약 70미터 떨어진 내부 지점. 동굴 천장과 벽 사이 모서리 일부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총 두 곳에서 낙석이 발생했다는 건데, 떨어진 돌의 크기는 어른 주먹 정도고요. 지름이 약 7cm라고 하고요. 이렇게 보면 어? 생각보다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데 동굴 폐쇄까지 해야 하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만장굴은 최대 높이가 10m에 달하는 거대한 굴이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돌이 떨어지면 크게 다칠 수가 있거든요. 따라서 결코 작은 문제는 아니라고 보겠습니다.
윤: 더군다나 이번에 발생한 낙석은 만장굴 관람객이 우연히 발견했다고 하죠.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겠습니다.
김: 맞아요. 그래서 낙석의 원인이 규명되고, 안전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만장굴은 잠정 폐쇄 되는데요. 제주세계유산본부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문화재청과 관련 전문가와 원인을 분석한 후에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윤: 1962년 만장굴이 개방된 이후, 낙석이 발생한 경우는 이번을 제외하곤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만장굴이 그만큼 무너질 걱정이 없는, 튼튼한 동굴이라서 그런 건가요?
김: 아뇨, 그건 아니에요. 오히려 제주 용암동굴 내부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훼손될 우려가 큽니다.
2008년 제주도가 발간한 제주세계자연유산 보존 및 활용 종합계획 보고서를 보면요, 동굴생성물이 동굴의 바닥, 벽면, 천장에서 모두 성장하고 있고. 이중 일부 동굴생성물들은 기침을 크게 해도 부서질 정도로 매우 연약하다, 이렇게 나와 있어요. 그래서 동굴이 개방됐을 때 동굴생성물이 훼손되거나 오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경고를 전하고 있고요.
윤: 동굴 내부 생성물이 그렇게 연약하다면, 이전에 낙석이나 균열과 같은 현상이 수 차례 발생했었을 텐데요. 하지만 수십 년 만장굴 개방기간 동안 사고는 없었습니다. 이유가 뭐죠? 단지 운이 좋아서라고 하기엔, 운이 너무 좋은데요.
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데요. 개방된 약 1km 만장굴 내부 천장은 콘크리트로 고정이 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분무기로 콘크리트를 천정에 뿜어서 낙석이나 동굴 무너짐을 방지했고, 이에 그동안은 낙석 사고 없이 개방이 이뤄 질 수 있었죠.
윤: 동굴 천장을 콘크리트로 고정했다면, 아주 단단한 상태일 것 같은데요. 그래서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는 거군요.
하지만 이렇게 낙석이 발생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것도 동굴 천장 부분에서요. 앞서 김은애 기자는 ‘이런 상황이 시간문제일 뿐, 예정된 수순’이라고 평가했는데요. 어떤 이유에서죠?
김: 관련된 보고서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관리 실태를 보면 알 수가 있는데요.
앞서 제가 언급했던 ‘제주세계자연유산 보존 및 활용 종합계획안“을 먼저 들여다볼게요. 이 보고서에는 제주 세계자연유산 훼손을 방지할 대책이 세워져 있는데요. 그중에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핵심지역을 지나는 도로의 위험성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도로 때문에 동굴 훼손이 우려되니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미 2008년부터 나오고 있었다는 겁니다.
윤: 용암동굴계 핵심지역을 도로가 지나고 있고, 이 때문에 동굴 훼손이 우려된다, 이런 말인가요? 2008년 발간된 보고서에 그런 내용이 담겨 있다고요.
김: 네. 보고서에서는 지방도 1132호선가 동굴 핵심지역을 지나기 때문에 지하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밝히고 있고요. 또 동굴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향후 이 지역에 도로건설계획이 수립된다면 지하 환경 보호가 최우선 과제로 고려돼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윤: 지방도 1132호선이라면, 일주도로를 말하나요? 만장굴입구 교차로를 지나는 도로죠?
김: 맞아요. 일주도로는 왕복 4차로, 용천동굴을 관통하는 도로인데요. 앞서 제가 제주의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하나의 동굴로써 봐야 한다, 이렇게 얘기했잖아요. 따라서 용천동굴을 관통하는 도로의 존재는 만장굴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만장굴 주변에는 늘 관광객으로 인한 대형 버스와 자동차들이 드나들고 있거든요. 따라서 차량 통행으로 발생하는 진동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힘든 환경입니다.
과연 이런 환경이 만장굴 내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 그 누구도 단언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 만장굴 주변의 도로, 특히 일주도로와 같은 폭이 넓은 도로에 차량 통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그 진동의 영향을 받아 동굴 훼손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입장이시군요?
김: 맞아요. 이번엔 하나 더 보고서를 예로 들면요. 2008년 보고서 이후, 동일한 주제로 2021년 또 하나의 보고서가 발간됩니다. 보고서 이름도 같아요. “세계자연유산 보존 및 활용 종합계획 연구”라는 이름의 보고서인데.
이 2021년 보고서에도 도로 문제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현재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서는 도로의 이설 등을 통해 요인을 제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라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요. 하지만 도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죠. 사실 일주도로처럼 차량 통행량이 많은 주요도로를 이설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일이고. 행정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겠죠.
윤: 2008년 보고서와 2021년 보고서에서 모두 도로로 인한 동굴훼손의 위험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거군요.
김: 맞아요. 실제로 차량으로 인해 동굴 주변이 훼손된 경우도 있습니다. 만장굴입구사거리 교차로 옆에는 용천동굴이 처음 발견된 입구가 있는데요. 그 주변으로 이미 지반 무너짐 현상이 포착되고 있어요. 차량 진동으로 인해 동굴 무너짐까지 우려되는 상황인 거죠. 이런 지반 무너짐 현상이 발견된 것이 지금 수년 째 이어져 오고 있고. 무너지는 수준도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요. 제주도는 그 현장을 그냥 방치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운전하라’는 표지판 하나를 그 근처에 세워놓고. 단속카메라를 만들고 이 정도 움직임만 최근 들어 하고 있고요. 결국 이런 관리소홀 문제가 수십 년 쌓이면서 이번 만장굴에까지 영향이 있던 것이 아닌가. 이런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윤: 매달 제주의 세계자연유산과 관련해서는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지 않나요? 이때 낙석의 조짐이 보였다던지, 그런 내용은 없었을까요?
김: 모니터링을 한다고 해도 모든 문제를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니터링 보고서를 제가 2010년부터 2021년치까지 받아서 봤는데요. 일단 점검표 자체가 한 장으로 되어 있어서 굉장히 단촐해요. 만장굴의 경우 공개 구간은 총 8곳에 균열계를 놓았고, 비공개 구간은 2곳에 균열계를 놓고 확인하는데요. 물론 동굴의 구석구석 모든 곳을 확인할 수가 없으니까 이렇게 특정 스팟을 지정해서 이전과 달라진 점이 없는지 확인하는 건데. 동굴 크기에 비하면 균열이나 낙석을 모니터링하는 범위가 너무 작다는 거죠. 결국 동굴 내부 훼손 문제가 생기더라도 점검에서 놓치는 상황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점검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다소 허술해 보이는 면이 있다는 겁니다.
윤: 그렇군요.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이런 지적을 통해 또 아쉬운 점이 개선될 수 있는 거니까. 오늘 이야기 꺼내주신 것 같습니다.
김: 맞아요. 끝으로 제가 2008년과 2021년 보고서를 비교하면서 굉장히 놀랐던 점이 있는데요. 2008년 보고서에 나온 지방도 1132호 이야기 있잖아요. 일주도로 문제. 이 문제가 2021년 보고서에서도 똑같이 언급이 되고 있더라고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두 보고서는 말합니다. ‘지방도 1132호가 동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요.
윤: 2008년 이후 아직까지 이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건가요?
김: 그렇죠. 도로가 동굴 위를 관통하는데도 최저시속을 측정하는 단속카메라는커녕 속도를 줄이라는 표지판도 10년 넘도록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크고 작은 공사는 계속 이뤄졌고. 상하수관 공사도 최근까지 계속 진행됐고요. 이런 광경을 두고 과연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 관리를 잘 했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그런 와중에 발생한 것이 오늘날 만장굴 낙석 사고인데요. 이대로 뒀다간 언젠가 다른 동굴 훼손은 물론, 더 큰 안전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제주도가 이번에 만장굴 낙석 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만장굴 뿐만 아니라 전체 자연유산에 대한 안전문제를 좀 더 심도 있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윤: 제주세계자연유산을 잘 보전하고, 잘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을 할 텐데요. 앞으로 진행될 만장굴 낙석 발생과 관련한 조사 결과에도 관심 갖고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은애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