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12월1일(수) <오늘의 시선> 관심 받지 못하는 야생동물 보호구역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윤 : 어린이보호구역, 노인보호구역, 장애인보호구역까지 교통약자의 보호구역에 대해서 연달아서 다뤄오고 있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이야 도로교통법 개정되고 나서 많은 관심이 쏠린 반면 노인보호구역이나 장애인보호구역은 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죠.
김 : 네, 그나마 올해부터 제주에서도 노인과 장애인 보행환경 개선 사업이 시작되었으니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하고 지켜봐야 하겠단 말씀도 드렸습니다. 시설 보강과 더불어서 보행약자, 교통약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운전문화도 확산이 되어야겠지만요.
윤 : 지난 방송 말미에 아직 보호구역이 남아있다고 맞혀보라고 하면서 갔어요. 오늘 드디어 공개가 되나요?
김 : 보호구역이 있긴 한데요. 이 보호구역이야말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윤 : 알려줄 듯 말 듯 한데, 그냥 정답을 알려주세요.
김 :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야생동물 보호구역인데요. 로드 킬, 그러니까 동물 찻길 사고에 대해서 오늘 이야기해보려고요. 이따금 차를 타고 다니다가 노루를 만나는 일이 있어요. 안타깝게도 차에 치인 노루도 본 적이 있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주 여행하다가 노루를 쳤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게시물이 종종 올라오기도 하죠. 대처법 같은 게 팁처럼 전수되기도 하고요.
윤 : 네, 제주에선 심각한 문제이니까요. 철이라고 하면 이상하지만 사고가 빈번해지는 시기가 다가오면 뉴스도 자주 볼 수 있고요.
김 : 잘 아시다시피 제주에서는 이 노루를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랜 시간 골머리를 앓아왔잖아요. 어떤 시기에는 보호대상이었다가, 어떤 시기에는 개체수가 너무 늘어서 유해동물이 됐으니까요. 포획 때문에 서식지가 달라지기도 하고, 2010년대 전후로 제주의 개발이 한창 이어지면서 찻길 사고 문제가 심화되기 시작됐어요. 노루의 사회적 의미가 달라지면서 생긴 예기치 않은 문제이기도 하지만, 로드킬이 노루에게만 국한된 건 아니라는 점에서도 좀 짚어봐야 하겠습니다.
윤 : 이전에도 문제였지만, 문제의 양상이 달라졌다고 봐야겠네요?
김 : 이 시기 이후로 노루의 개체수가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꼽히지만 교통량이 늘어나면서 더욱 심화됐다는 데서 변수가 달라졌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제주에 자동차수가 늘어난 것도 이 시기이고, 새로 개설된 도로도 그 사이에 늘었고요. 보통 노루가 겨울철을 앞두고 먹이를 찾으러 저지대로 내려오는 패턴을 보이고, 10월 경에 사고가 빈번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여름 휴가철에 신고되는 건수도 늘어나고 있어요.
윤 : 아, 결국엔 통행량이 증가해서 생기는 문제네요.
김 : 게다가 노루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찻길 사고 접수 건수도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요. 2019년 644건, 2020년 813건, 지난해 1110건으로 늘었어요. 2017년에 444건이었는데, 5년도 채 되지 않아서 두 배가 훌쩍 뛰어넘었어요.
윤 : 그 자체로도 큰 사고이지만, 도로에 남겨진 사체가 또 다른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서 더 위험해지죠.
김 : 특히 야간에 사고가 잦다고 해요. 캄캄한 산간 도로에서 상향등을 켜고 달리는데, 노루가 이 상향등의 불빛 때문에 방향감각을 잊어버리고 멈춰서면서 충돌이 벌어져요. 밤이다 보니 사체를 치우기 어렵고, 사체를 따라 어미나 새끼 등 다른 동물이 따라와서 생기는 사고도 있다고 하고요. 또, 몇 년 전에 도로에 노루 피하다가 경계석 들이받고 차가 전소되는 사고도 있었어요.
윤 : 법적으로 보호구역이든 아니든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구역에서 속도를 내며 달리는 자동차 앞에서 노루든 다른 동물이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김 : 네, 그래서 운전자의 주의가 가장 중요하겠죠. 자동차 통행량의 증가가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니 안타깝게도 전국적으로 로드킬 건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요. 지난 10월에 국토부와 국립생태원, 환경부에서 ‘2022 로드킬 저감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이 자료에 따르면 작년인 2021년에는 길에서 사고로 죽은 동물이 접수된 건수가 3만7261건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았다고 해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연 평균 발생 건수는 2만1536건이었는데 말이에요.
윤 : 왜 하필 2021년 한 해에 이렇게 사고 건수가 갑자기 늘었을까요?
김 : 제 추측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승용차로 국내 여행 다니는 경우가 늘어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주지역도 특히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접수된 사고 건수가 늘었단 말이죠? 초반에도 말씀드렸지만 교통량 증가가 유력한 변수로 보여요. 국립생태원이 낸 집계에는 로드킬이 잦게 나타나는 80개 구간 중 국도가 62개 구간으로 가장 많았거든요. 고속도로는 시설이 잘 되어있어서 그나마 사고가 덜한 데 반해서 국도는 갖춰지지 않은 경우들이 있고, 여기에 통행량까지 증가하면서 사고도 늘어난 거죠. 제주도도 마찬가지로 저감 시설은 미비한데 반해 통행량이 늘다 보니 사고도 더불어서 늘어나는 거 같고요.
윤 : 그럼, 저감대책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김 : 로드킬 조사와 관리에 대한 지침이 처음 2020년에 처음 발표됐었는데요. 이번에 발표된 자료에서는 LED 표지판으로 야생동물 주의를 알리는 시설물, 노면에 진입을 방지하는 울타리 시설, 야생동물을 다른 길로 유도하는 울타리 등을 설치하는 것인데, 설치된 지역들 통계로는 설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960건이 줄었다고 하네요?
윤 : 설치 지역에는 사고가 줄었지만, 전국적으로는 지난해만 해도 연 평균보다 훨씬 늘었는다면서, 결국에는 운전자의 주의가 핵심 아닌가요?
김 : 목록에서 눈에 띄게 줄어든 지역을 찾아봤더니 구간단속 카메라가 설치됐다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사고 저감의 핵심은 저속 운행이라는 뜻이 되겠죠? 이번 자료에 나온 통계에서 가장 많이 집계된 동물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윤 : 육지부는 아무래도 고라니 아닐까요?
김 : 원래는 고라니가 가장 많았는데, 지난해 통계로는 1만847건으로 2위입니다. 고양이가 가장 많더라고요. 1만7527건이라고 해요.
윤 : 고라니보다 고양이가 더 빠를 텐데, 왜 고양이가 많을까요?
김 : 기존에는 야생동물 피해를 조사하다 보니 국도나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집계를 내다가 최근에 도심지역까지 조사지역을 넓혔대요. 말씀하신대로 개체수가 많다는 이유도 원인일 수 있고, 도심지 통행량을 생각하면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도 훨씬 잦겠죠?
윤 : 아, 그렇군요. 도심지의 동물 찻길사고도 많이 늘어났을 것 같은데요?
김 : 체감하기로도 그래요. 저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도심지에서 고양이 사체를 보면서 이 동물 찻길 사고에 관심을 갖게 된 거거든요. 왜 이렇게 고양이 사고를 자주 보게되지? 싶어서 자료를 찾아보니까 우선은 서울 경기권이나 광역시처럼 대도시에선 압도적으로 고양이 사고가 많더라고요? 개체수가 많기도 하고 도심 통행량도 많기 때문이겠죠? 동물 사체가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다 보니까 미화원이나 담당 공무원들의 정신적 충격에 대한 호소도 상당하다고 해요.
윤 : 전과 달리 요즘엔 동물권이라고 하죠.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됐고, 반려동물도 많이 키우다 보니 더욱 이런 문제에 민감해진 것도 있을 테고요.
김 : 정책적으로 처음 야생동물 로드킬에 대해서 조사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2000년대 전후라고 해요. 말씀하셨다시피 20여 년 사이에 동물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진 데 반해서 교통 체계 안에서 이를 고려하는 인식은 많이 따라오진 못한 거겠죠?
윤 : 오늘 통계 수치를 들으니 확 실감이 나긴 합니다. 2020년이 되어서야 관련 지침이 만들어졌으니 앞으로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김 : 네, 오늘 살펴본 것처럼 새로운 도시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앞으로 야생동물 보호구역뿐 아니라 도심지 내에서의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다뤄져야 할 것 같아요. 경기지역에는 고양이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한 시설물을 자체적으로 설치하기도 하고, 차량에 노란색 스티커를 부착하는 캠페인도 하더라고요. 차츰 인식이 확산되겠죠?
윤 : 어린이, 노인, 장애인 그리고 동물까지 우리가 이 도시에서, 이 공간에서 과연 누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