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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8월29일(월) <로스쿨>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힌 이승용변호사 피살사건 (최호웅변호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은 최근 항소심 선고가 있었던 제주도 ‘변호사 살인’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합니다.

윤> 1999년 발생했던 사건이죠? 고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이야기인데. 작년 이맘때쯤에 사건 발생 22년 만에 피의자가 구속이 됐다는 내용으로 방송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최> 네. 그렇습니다. 영구미제로 남을 뻔했던 고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이 사건 발생 22년 만에 피의자가 구속되면서 사건이 해결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었는데요. 1심에서는 살인죄에 대해서 무죄 판결이 나왔었는데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윤> 사건 자체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으니 어떤 사건이었는지 먼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최> 네. 검사 출신인 고 이승용 변호사는 1990년 퇴직 후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 50분 제주시 삼도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주택가 도로변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윤> 검사 출신 40대 젊은 변호사가 피살당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당시 제주사회에 큰 충격을 줬을 것 같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제주 출신인 고 이승용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4회에 합격해 검찰에 입문했는데요.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홍준표 국회의원 등과 사법시험 동기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변호사는 서울지검과 부산지검에서 검사생활을 하다가 1992년 고향인 제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는데요. 이 변호사의 사체를 검안하고 차량을 감식한 결과, 이 변호사는 차량 밖에서 흉기에 찔린 후 차량 안으로 옮겨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도난당한 물품이 없고, 흉기에 찔린 부위가 이 변호사의 왼팔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점을 근거로 원한 관계나 수임 사건에 대한 불만 등으로 시비가 붙어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변을 당하기 전 1년여 간 사건수임을 한 일이 없고 치정 등과 같은 문제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윤> 직접적인 사인은 무엇이었나요.

최> 부검 결과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심장 관통에 의한 과다출혈이었고, 왼쪽 팔꿈치 부분의 관통상은 방어하는 과정에서 흉기에 찔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소견이 나왔다고 합니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일반 가정이나 식당 등에서 일반인이 사용하는 종류와 달랐고 살해 수법도 급소인 가슴을 찌르고 배와 팔 등을 추가로 공격하는 등 매우 잔인했습니다.

윤> 사건 현장에 CCTV도 없었던 건가요.

최> 네. 안타깝게도 사건 현장에 CCTV가 없었고 목격자는 물론 범행에 사용된 흉기나 혈흔과 같은 범인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아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수사를 하면 할수록 용의자가 좁혀지고 특정돼야 하는데 사건 현장에서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족적 등 단서가 될 만한 어떠한 것도 발견되지 않았고 목격자, CCTV 등 아무것도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습니다. 다급해진 경찰은 1만장의 전단지를 만들어 각 파출소와 숙박업소, 슈퍼 등에 배포하고 현상금도 내걸었으나 더 지상의 진전이 없었고 1년 뒤 수사본부는 해체되었습니다. 결국 2014년 11월 4일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는 듯 했습니다.

윤> 사건발생이 1999년도였으니까요. 당시만 해도 CCTV나 차량 블랙박스나 이런 것들이 거의 없었던 시기였죠.

최>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건 발생 21년 만인 지난해 6월 피의자 김 모씨가 ‘자신이 살인을 교사했다’라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반전을 맞게 됩니다.

윤> 타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입을 열었던 것이죠.

최> 네. 그렇습니다. 제주도 폭력조직인 ‘유탁파’의 일원인 김 씨는 “두목 백 모씨로부터 이 변호사를 위협하라는 지시를 받고 친구인 손 모씨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켰는데 손 씨가 이 변호사의 저항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윤> 그러니까 본인이 직접 범행한 것이 아니라 두목의 지시를 받아서 다른 사람한테 내가 전달했다. 이런 제보를 한 것이죠.

최> 네. 당시 동갑내기 친구이자 유탁파의 행동대원이었던 손 모씨, 일명 갈매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는데요. 이 갈매기와 함께 이 변호사에게 상해를 가하기로 했는데 일이 잘못돼서 갈매기가 살인을 한 것이다. 이런 취지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윤> 방송 이후로 경찰에서 재수사를 진행했고 결국 캄보디아에 있던 김 씨의 소재를 파악해서 국내로 송환해서 구속까지 시켰는데. 1심에서는 무죄가 나왔어요.

최> 검사는 김 씨를 살인의 공동정범으로 보고 기소를 했는데요. 살인의 공동정범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핵심적인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갈매기도 이미 사망했고 범행을 지시했다는 두목 백 씨 역시 2008년에 사망한 상황이었는데요. 정확한 범행의 도이 파악도 어려웠고, 또 누가 구체적으로 이 범행을 시켰는지 죽이도록 시켰는지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정황은 굉장히 의심스러운데 김 씨가 살인의 고의를 갖고 범행의 실행을 분담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해서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윤>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어떻게 결론이 뒤바뀌게 된 건가요.

최> 항소심에서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살인의 고의라는 것은 다양한 요소를 보고 판단하게 되는데요. 행위 당시 기준으로 피고인의 마음속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습니다. 어느 부위를 공격했는지, 어떤 방법으로 공격했는지, 무기를 사용했는지, 사용했다면 어떤 무기였는지. 몇 번 공격했는지, 얼마나 세게 공격했는지, 얼마나 치명적인 공격이었는지, 공격 이후에 신고를 했는지, 피해자와의 관계는 어떠한지, 살해 동기가 무엇인지 등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는데 항소심에서는 피해자가 입은 상처에 주목을 했습니다.

윤> 상처에 주목을 했다.. 의미 있는 대목이 있었나 봅니다.

최> 그렇습니다. 상처 중에서도 목에 나 있던 작은 상처가 있었는데요. 좌측 경부 두 개 하방 3cm 부위에 0.6cm짜리 상처입니다. 이건 칼을 목에 대고 있다가 생긴 건데요. 처음에는 목에 칼을 대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항소심 재판에서 부검 감정의가 증언을 했는데요. 총 6개의 상처가 있었는데 상처의 발생 순서를 보고 재구성을 했습니다.

1번 상처는 목에 대고 있던 것이 맞다. 그런데 상처 모양을 볼 때 피해자가 이 칼을 쳐냈다. 그래서 생긴 상처이고 그 후에 몸싸움이 벌어져서 내장파열을 불러온 3, 4번의 강력한 공격이 가해졌고 그걸 막다가 팔을 관통 당했다. 그게 5, 6번 상처라고 봤습니다. 또 그 후에 흉골을 관통해서 심장을 파열하게 만든 치명적인 2번 상처를 만든 공격이 가해졌다고 봤습니다.

윤> 상처를 보고 사건을 재구성했던 것이군요. 그런데 이 내용을 보고 어떻게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었던 건가요.

최> 3, 4, 5, 6번 상처가 거의 동일한 시점에 발생했는데요. 그러니까 아주 짧은 시간에 연속된 공격이 가해진 것이고요. 복부였기 때문에 굉장이 위험한 부분으로 봤습니다. 게다가 팔을 관통해서 복부 속으로 9cm 이상이 들어갔기 때문에 매우 강한 힘이 가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88%의 만취상태로 정상적인 저항이 어려운 상태였는데 가해자가 강한 힘으로 흉골을 관통할 정도로 공격을 했기 때문에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공격 부위, 방법, 강도, 횟수, 간격 등이 중요한 입증자료가 되었고 흉기도 상당히 중요한 증거로 작용했습니다.

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상당히 특이한 흉기를 사용했다고 하더라고요.

최> 그렇습니다. 흉기와 관련해서는 김 씨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왔는데 당시에 갈매기가 이 칼을 좁게 갈았다는 것이거든요. 이렇게 해서 살상력을 굉장히 높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증언을 했던 부검의도 30년 동안 근무하면서 이런 형태의 흉기에 의한 살인은 유일했다고 증언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어느 정도 살인의 고의를 갖고 이 흉기를 만들어서 공격 행위를 했고 김 씨는 그 준비 과정을 함께 모의했기 때문에 역시 살인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판결문에 이렇게 설시하고 있습니다.

“증거를 종합하면 직접 살인을 한 손 모 씨가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해 칼을 들이댔고, 다시 복부 부위를 2회 찌르는 가해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슴을 찔러 심장을 관통하는 3차 가해가 있었다. 손 씨는 칼을 특수 제작했고,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은 성명불상자로부터 3000만원을 받고 손을 좀 봐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이 취지를 다리 한쪽이 불편할 정도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피고인은 손 씨에게 지시하거나 의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특별 제작한 칼을 범행에 이용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칼을 사용한 과정에서 살인 발생 위험을 인지하고, 손 씨가 범행 수단으로 제작한 칼을 사용할 것을 알면서 다리 등 신체 부위에 상해를 가하라는 범행을 지시했다. 이런 지시에 따라 손 씨는 피해자의 복부 등을 찔러 살해했다. 범행 공모 당시 적어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미필적 인식을 하고 용인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윤> 판결문에 실제 이 특별 제작한 칼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군요. 양형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언급은 없었나요.

최>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명불상자로부터 피해자 위해를 가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다음 공모해서 칼로 찌른 것으로 죄질이 무겁다. 유족은 오랜 기간 충격과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앞으로도 고통스러울 것이며,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던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 중 무죄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윤> 사건 발생 23년 만에 범인에게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인데요. 항소심 판결이 끝이 아니라 피고인 측에서는 대법원에 상고를 했다고 하던데요.

최> 네. 김 씨는 항소심 선고 하루 만에 대법원에 상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고장이 제출되면서 이 변호사 피살사건은 결국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도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의 유, 무죄 판단이 완전히 엇갈렸던 사건이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어떻게 판단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 유족 측에서는 판결 선고 이후에 입장이나 반응이 나온 것이 있나요.

최> 유족은 아니지만 당시 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했던 분이 언론 인터뷰를 한 기사가 있더라고요. 고 씨는 “어젯밤에 변호사님 꿈을 꿨다. 징조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이니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나마 형량이 아쉽지만 23년 세월 피해 유가족들의 가슴에 맺혔던 통한이 풀리게 돼 다행이다. 살인범을 단죄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재판부에 감사하다. 단죄 과정에 오기까지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법정에서 증언해 준 증인들, 이 사건을 세상에 다시 알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적극적인 수사를 해준 경찰 등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윤>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 계속해서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보이네요. 어쨌든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고 징역 12년이 선고되었습니다. 피고인이 상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네요. 다음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이 부분에 대해서 다시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최> 네. 대법원 판결 결과도 지켜보고 있다가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