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8월26일(금) <뉴스 톺아보기> 시사팟캐스터 고재일기자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금요일에 찾아오는 ‘시사팟캐스터 고재일의 뉴스 톺아보기’,
오늘도 고재일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고> 안녕하십니까, 고재일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가져 오셨나요?
고> 지난 24일이, 정확히 우리나라와 중국이 수교한지 3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하면 어릴 적부터 ‘적성국가’의 이미지가 강했던 나라거든요. 당시에는 제주 해상에서 불법조업 하던 중국어선 한두 척만 나포가 돼도 톱뉴스로 배치될 정도로 임팩트가 강렬했던 기억입니다. 그랬던 중국이, 어느 순간부터 일본을 밀어내고 제주를 찾는 가장 많은 외국 관광객의 국가로 자리 잡았는데요, 2008년부터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지난 10년 제주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중국과 관련해, 오늘 <뉴스 톺아보기>에서는 ‘중국은 제주에게 어떤 의미’일지를 한번 고민해 보는 차원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윤> 제주엔 ‘차이나타운’은 없습니다만, 중국영사관이 운영된 지는 제법 시간이 흘렀죠?
고> 한때 중국 관광객이 몰렸던 국내 핫스팟하면 아마 서울 명동과 제주 정도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국내에 소재한 중국의 외교 공관은 명동에 있는 대사관을 비롯해서, 1993년과 2007년 각각 문을 연 부산총영사관과 광주총영사관을 제외하면 2012년 7월 개관한 제주총영사관이 유일합니다. 올해로 벌써 총영사관이 개관한지 10년이 되는 셈인데요. 그만큼 제주라는 지역이 중국의 이해와 국제적 역할에 있어 중요한 곳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영사관에서는 비자, 여권, 여행증, 공증, 인증 등 발급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지역 내 다양한 주체와 교류행사를 진행하며 우호 협력을 위한 관계를 넓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윤> 한때 영사관 비자 발급 업무가 중단되면서 여행업계들이 곤욕을 치렀던 기억도 납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무비자’로 제주를 찾다보니 ‘우리도 비자 발급받지 않고 중국 갈 수 있는 거 아니었어'라고 오해하는 분들 지금도 주변에 종종 있더라고요.
제주와 중국의 밀착도를 높인 것 하면 역시나 ‘무사증’ 얘기 빼놓을 수 없겠죠?
고> 관광이나 단순한 방문 목적일 경우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무사증 아니겠습니까? ‘사람과 상품,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데요. 제도 시행 후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한 해외 관광객의 약 60~70%가 중국인들입니다. 아무래도 중국 입장에서는 제주가 지리적으로도 가까운데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좋다보니 제주 관광이 인기를 모았던 것은 사실인데요.
사람이 몰리다보니 이들 중국인들을 겨냥한 각종 시설개발과 투자가 이어졌고 지역 사회의 논란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제주까지 무비자를 없애고 전자여행증명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와중에 관광업계의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그만큼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보는 겁니다. 다만, 오늘(26일) 정부가 다음 달부터 제주에도 전자여행허가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는데요. 제주만 사증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중국과 베트남, 몽골 등 제주 무사증 수혜 국가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고 합니다.
윤> 무사증으로 한해 2~3백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다 보니, 필연적으로 자본도 따라올 수밖에 없잖아요. 중국자본의 명암에 대한 고민도 한번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 국제자유도시 드라이브 이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중국의 물결이 이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주가 중국의 부상을 기회로 본 측면이 강한데요. 오죽하면 중국인을 위한 거리 이름을 붙이고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역에 각각 중국어 체험 학습관이라는 곳을 공공이 주도해 설치하지 않았겠습니까? 아마 중국자본에 대한 체감도는 부동산 분야가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국자본의 도내 토지 보유 상황이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한 적이 제법 많은데요. 도내 부동산의 10%를 사들였다, 마라도 면적의 몇 십 배를 소유하고 있다, 처럼 도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는데요.
중국인의 도내 토지 보유 규모는 2014년 이후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2016년 들어 증가세가 정체를 보였습니다. 올해 7월말 기준으로 중국인 보유 도내 토지는 958만 제곱미터로 전체 외국인 보유 토지 2150만 제곱미터의 약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재작년 3월에 982만 제곱미터였으니까 정점을 지나 감소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글로벌 자금 이동 확대 등의 여파로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중국 외환관리국이 외화유출 방지를 위해 자국민의 해외투자를 억제한 측면이 있는데다 금리 인상의 여파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여기에다 중국인의 제주지역 부동산 투자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외국인 범죄 증가 등 사회적 갈등이 발생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자본의 초기 투자 시기와 대비해 최근 몇 년 사이 제주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면 역시 취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윤> 지금 부동산 가격 급등 얘기를 하셨는데, 아직도 많은 국민들께서는 중국인들이 제주 부동산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여 땅값을 올렸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거든요?
고> 제주도 부동산시장을 얘기할 때 흔히 중국인들 때문에 급등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쉽게 하시는데요. 물론 중국인 거래가 급격히 증가해 제주도 부동산 가격상승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실질적으로 증명이 된 경우는 없습니다. 오히려 제주의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인 인구 유입과 주택의 공급 부족, 일부 투기세력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많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인데요. 현재의 부동산 거래 실적과, 보유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인 부동산 투자가 직접적인 영향으로 작용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 있어 보입니다.
다만 눈 여겨봐야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 자본이 소유한 제주 부동산이 대거 매물로 나올 경우 이른바 제주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친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인데요. 예전 같지 않은 한중 관계와 도내에서 추진되던 각종 개발 사업 좌초, 여기에 이어지는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자체의 자산 매력도가 떨어지는 점은 시장의 대비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윤> 중국에 대한 도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킨 것 가운데 이걸 빼놓을 수 없는데요, 바로 해마다 증가하는 중국인들의 범죄가 아닐까 싶거든요?
고> 물론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에 비례해 중국인 범죄 건수 역시 증가한 것이 사실입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중국인 관광객의 식당 주인 폭행사건이라든가 성당 살인사건 등 중국인의 형사 범죄가 사회문제로 확산되며 많은 도민들을 불안하게 한 것이 사실인데요. 제가 최신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예전 자료를 살펴봤는데요. 제주지방법원에 접수된 ‘중국인이 피고인인 형사 사건’도 2010년 24건에서 2011년 51건, 2012년 62건 등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졌습니다. 통계적으로 중국 관광객의 유입이 많아질수록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 아닌가 싶은데요. 얼마 전 인구 대비 제주의 범죄 발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뉴스 접하신 분들 많을 겁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윤> 사실 부정적인 내용들은 도민들도 관심이 있으니까 잘 아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이 제주에 미친 긍정적인 면은 전혀 없을까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고> 제주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경제를 살펴보면요. 대조를 이루는 시점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데요. 전국적으로는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반면, 제주 경제는 2011년 이후 GRDP 성장률이 전국평균을 상회하는 등 고속 성장을 지속했습니다. 2011년부터 2017년 사이 제주의 연평균 GRDP 성장률이 6.4%가 나왔거든요. 같은 기간 전국 GRDP 성장률 3.1%를 두 배 가량 뛰어 넘은 수치입니다. 이 기간 동안 가장 두드러진 산업이 바로 건설업인데요. 인구유입 급증에 따른 주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데다, 중국 등 해외자본의 제주 투자에 따른 각종 개발 사업 추진, 부동산 가격상승에 따른 기저효과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이전 5년 동안 17억 6천만 달러에 불과하던 외국인 직접투자는2013년 이후 5년 동안 55억 달러에 달했는데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제주지역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증하면서 관광 관련 개발사업이 추진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발에 따른 이익이 도민들에게 직접 돌아갔다고 체감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수치상으로는 괄목할 만한 결과를 얻은 셈입니다. 이처럼 고성장을 이어갔던 제주의 GRDP는 그러나 이후 성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되면서 지난 2018년에는 -1.7%로 1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윤> 얼마 전 한중 수교 행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기는 했습니다만, 아직은 중국과의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인데요. 정부와는 달리 제주도가 중국과의 접촉면은 계속 넓혀가는 모양새더라고요?
고>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일행이 이달 초 제주삼다수 스마트팩토리를 방문했습니다. 양국 수교 30주년 행사의 일환이었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제주삼다수 생산 현장과 지하수 보전관리 우수사례를 둘러보기 위해 중국대사관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싱하이밍 대사는 제주삼다수가 무라벨 제품 등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제품 개발에 앞장서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소감을 밝힌 데 이어 올해가 중국과 한국의 정식 수교 30주년인 만큼 중국의 생수 시장에도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는데요.
앞서 오영훈 도지사도 지난달 민선 8기 ‘도민도정’ 출범 후 주제주중국총영사와 면담을 갖고 한·중 관계 진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및 관광사업 발전을 위한 물적·인적·문화 교류 확대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총영사 역시 “농업, 관광, 환경보호 차원의 교류와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제주도와 중국의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는데요. 정부의 소극적 대중국 외교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인 제주에서의 외교적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 외교적 노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된 해외 관광시장도 서서히 재개되는 모습입니다. 다시 제주의 해외 관광시장이 재개될 경우 지속적인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가 관심 아닐까 싶은데요?
고>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가 있습니다. 제주관광공사가 지난해 10월 진행한 중화권 소비자 여행 트렌드 분석 결과 중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은 한국 여행지로 제주를 꼽았기 때문인데요. 중국의 SNS 웨이보와 설문조사 플랫폼 원줸싱을 통해 중국인 1만1천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이후 한국을 방문한다면 방문하고 싶은 도시’로 제주가 35.1%로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23.1%가 나온 부산이나 인천보다 높은 수치인데요. 응답자의 77%가 제주 여행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90.1%는 재방문 의향도 내비쳤습니다.
다만 제주의 관문이 다시 열린다고 해서 예전처럼 중국인 관광객이 언제든 다시 제주를 찾을 것이라는 확신은 금물인 것 같습니다. 한때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가 추락하고, 중국인들이 도내 면세점에서 싹쓸이 해갔던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의 인기가 떨어지는 등 한류에 대한 중국내 호감적 분위기가 감퇴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거든요. 제주를 향했던 중국인 관광객 역시 유럽이나 미주 대륙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변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중국인 관광객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제주 외래관광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개별관광객 수용을 위한 인프라 확충은 물론이고, 파괴적 개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제정,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지역의 소득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 역시 필요해 보입니다.
윤> (내용 마무리)
뉴스 톺아보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재일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