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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3년4월26일(수) <오늘의 시선> 기후위기의 최전선 제주도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윤상훈 준비위원장)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부터 새롭게 식구가 된 분입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윤상훈 준비위원장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훈 : 안녕하세요. 윤상훈입니다.

윤 : <오늘의 시선>에 새롭게 합류하셨습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준비위원장이라고 소개드렸는데요, ‘파란’이 어떤 곳인지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훈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올 6월 제주 서귀포에 기후위기 대응, 생물다양성 보호, 해양보호구역 확대와 관리, 시민과학자에 의한 산호 기록 등을 내용으로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제주 바다에 관심 있는 시민과학자들의 기록은 제주 바다를 보전하고 법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자료로 쓰일 겁니다.

윤 : 현재 준비하고 있으신 <파란>의 활동에도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부분이 있을 텐데요, ‘기후위기’라는 말이 이제는 일상 속에서 자주 듣고 사용하는 말이 됐는데, 사실상 기후위기가 뭔지, 어떻게 문제가 있다는 건지 느끼기엔 다소 거리감도 있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훈: ‘기후위기’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9년 영국 언론 가디언의 논설인데요. 가디언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나 ‘기후위기(cirsis)’, ‘기후붕괴(breakdown)’ 등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는데요. ‘기후변화’라는 표현이 조금 수동적이고 공손하다는 이유입니다. 다시 말하면, 과학자들은 이게 인류에게 재앙이 될 거라고 말하고 있는데도 무감각하다는 비판입니다. 같은 이유로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라는 표현은 ‘지구가열(global heating)’으로, ‘기후변화 회의론자(climate sceptic)’는 ‘기후변화 부정자(climate denier)’라고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후위기’는 한국 정부도 UN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윤 : 네, 앞으로 이 시간을 통해 제주의 해양 등을 중심으로 한 기후위기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오늘 첫 시간인데요,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 건가요?

훈 : 한반도 기후위기의 징후는 한라산과 제주 바다에 가장 먼저 찾아온다고 합니다. 한라산 성판악이나 영실 코스를 따라 1,100m 고지 이상으로 오르면 한라산의 대표적 고산 침엽수인 구상나무 군락지를 만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곳의 구상나무는 껍질이 벗겨져 속살이 드러나고 큰 가지는 뚝뚝 부러져 있고 아예 뿌리째 뽑힌 나무도 있습니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불러온 한반도 기온상승과 이상기후 때문인데요. 기후위기의 징후는 한라산만이 아닙니다. 오늘은 제주 바다에서 확인되는 기후변화의 징후들을 살펴볼까 합니다.

윤 : 기후변화로 다양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제주지방기상청이 기상, 기후 전문가가 합의한 제주도의 기후변화 사례를 발표했다는데, 어떤 내용이죠?

훈 : 개론적인 내용이긴 한데요. 몇 가지 사례를 ‘기후변화 때문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첫째, 해수면 상승인데 최근 100년간 전 지구적으로는 10~25cm 상승한 데 비해 제주의 해수면은 5.7mm/년으로 상당히 빠릅니다. 이 상태로 100년이면 57cm의 해수면이 상승하게 됩니다. 둘째, 구상나무 고사와 같은 한라산 생태 변화이구요. 셋째, 해양생태계 변화인데, 열대지방 어종 출현, 열대 독성 해파리 발생, 갯녹음 현상 발생 등은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확인하였다. 넷째, 농업 과수의 북상과 열대작물 재배인데, 감귤, 한라봉 등 과수류의 재배지는 북상하였고 패션플루트와 애플망고 등 아열대, 열대작물의 재배는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윤 : ‘겨울이 사라진 제주도’는 언론을 통해서도 자주 이야기되는데요. 제주의 기상 예보가 매번 ‘역대급’인데, 지난 4월 18일 조천읍 대흘리에서 측정된 31.2℃는 100년 기상 관측 역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4월 낮 최고기온을 기록했네요.

훈 : 네, 맞습니다. 작년 8월 10일 제주 일최고기온은 37.5℃를 기록했는데 제주 기상관측 100년 중 가장 높은 온도였지요. 작년은 평균기온, 평균 최고기온, 평균 최저기온,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역대 최고였습니다. 제주의 기상과 기후는 매년 ‘역대급’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30년 대비 최근 30년에서 여름은 23일이나 길어졌는데, 겨울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제주도는 이미 온대가 아닌 아열대 기후대로 들어섰습니다. 제주 바다의 변화도 드라마틱한데요. 물질을 갓 마친 제주 해녀를 만났는데, ‘낭떠러지 같은 변화’를 겪고 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윤 : ‘낭떠러지 같은 변화’라니, 어떤 이야기인지요?

훈 : 조금 과장해 이야기하자면, 제주 바다의 수온이 가마솥처럼 들끓고 있는데요.

작년 제주도 표층수온 일 최고값은 8월 7일 마라도와 8월 15일 서귀포에서 기록된 30.0℃였습니다. 2010년 전후, 제주도 주요 측정지점의 8월 평균수온은 대략 22~24℃ 전후였는데, 작년 8월 평균수온은 제주시 용담 28.9℃, 조천읍 김녕 28.2℃, 우도면 27.6℃, 성산읍 신산 27.5℃, 서귀포 중문 26.6℃, 대정읍 가파도 28.1℃, 대정읍 영락 27.8℃, 한림읍 협재 28.4℃로 확인되었다. 국립해양조사원 수온 통계자료를 참고해 가파도 8월 평균수온을 살펴보니, 2018년 24.9℃, 2019년 25.4℃, 2020년 26.1℃, 2021년 27.9℃, 2022년 28.1℃로 4년 동안 3℃ 이상 올랐습니다. 최근 10년 사이에 제주도 바닷속 해조류가 회복이 불가능한 ‘생태적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윤 :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성곤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의 우뭇가사리 생산량은 2011년 4830t에서 지난해 350t으로 89.8% 급감했고, 미역류는 2011년 205t에서 2022년 59t으로 65%, 모자반류는 2011년 260t에서 2022년 13t으로 95%, 톳은 2011년 1518t에서 2022년 29t으로 무려 98.1%나 줄었다고 하네요.

훈 : 맞습니다. 제주 해녀는 ‘바다 숲이 사라져 소라, 전복잡이도 내 세대가 마지막’이라고 증언하는데요. 아마도 제주도의 멸종위기 제1호는 제주 바다와 더불어 제주 해녀가 될 듯합니다. 마라도 미역을 연구한 제주대학교 해조류 연구자는 작년에 마라도에서 미역 딱 1개체만 봤다고 합니다. 미역 포자는 25℃ 이상의 고수온에 보름 이상 노출되면 죽어버리는데, 이는 기후변화의 영향입니다. 천연기념물 제421호로 지정된 서귀포 문섬은 본섬과 새끼섬으로 이뤄졌는데, 그 사이 수심 15미터 전후의 골짜기 지형에는 예전부터 모자반숲, 제줏말로 ‘ᄆᆞᆯ망’이 가득한 곳입니다. 현지 다이버가 2017년 촬영한 영상을 보면,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잘 자란 모자반은 15미터 바닥부터 수면까지 쭉쭉 뻗어 있었는데요. 그런데 제가 작년, 올해 같은 시기, 같은 곳을 가봤는데, 문섬 모자반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얼마 전 가파도 어촌계장의 말에 따르면, 가파도에 일본 오키나와 특산물인 바다포도인 ‘우미부도’가 발견되었다는데요. 톳 대신에 바다포도를 채취할 날도 머지않은 듯합니다.

윤 : 보도자료를 보니, 녹색연합이 2021년, 2022년에 각각 제주 연안 조간대 갯녹음 현상을 조사했는데요. 갯녹음 현상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지요.

훈 : 갯녹음이란 얕은 바닷가를 의미하는 ‘갯’과 해조류가 죽거나 유실되는 현상인 ‘녹음’이 더해진 순우리말 표현입니다. 미역, 감태, 모자반 등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탄산칼슘이 많은 석회조류가 암반을 뒤덮어 분홍색이나 흰색으로 보이는 현상입니다. 석회조류는 살아있을 때는 분홍색을 띠지만, 죽고 나면 흰색으로 보이므로 갯녹음을 ‘백화현상’이라고도 부르거나, 연안 해양생물의 먹이, 산란장, 은신처인 해조류 군집이 사라지면 해양생물도 살 수 없어 자취를 감추기에 ‘바다 사막화’ 현상이라는 표현도 사용합니다. 녹색연합 조사에 따르면, 제주 조간대 전체가 갯녹음 ‘심각’ 단계로 확인되었는데요. 아마도 기후변화가 초래한, 제주 바다의 최대 위기는 갯녹음 현상일 겁니다.

윤 : 한국수산자원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제주도 연안 갯녹음 발생 면적은 1998년 20.2%에서 2019년 33.3%로 확산하면서 연안 어장이 황폐해진 것으로 밝혀졌네요. 녹색연합의 조사 결과는 어떠했는지요?

훈 : 녹색연합은 작년과 재작년에 제주 연안 조간대 전체인 97개 해안마을의 200곳 조사지점에서 갯녹음을 직접 조사했는데,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전체 조사지점 200곳 중 갯녹음이 확인된 지점은 198곳이었고, 제주도 97개 해안마을 전체 조간대 암반 지대에 갯녹음이 폭넓게 확인되었습니다. 암반 조간대를 뒤덮은 석회조류는 대부분 조사지역에서 하얗게 죽은 상태였고요. 제주 해녀는 대부분 제주 바다의 조간대와 조하대 5m 이내의 얕은 바다, ‘할망바당’에서 물질을 하며 톳, 모자반, 우뭇가사리를 캐고 소라, 전복을 잡는데요. 그런데 제주도 조간대 해조류는 ‘멸종 단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의한 수온 상승과 육상오염원의 과도한 연안 유입이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제주도정의 적극적인 원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윤 : 제주 남쪽바다는 천연기념물 ‘제주연안연산호군락’으로 지정, 보호되는 곳인데요. 제주 바다에 독특한 ‘연산호’ 군락에도 이상 징후가 관찰된다고 하는데요. 어떤 내용인지요?

훈 : 제주 바다의 ‘연산호(soft coral)’는 열대지역의 석회질의 딱딱한 집이 있는 ‘경산호(hard coral)’와 다릅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서귀포와 송악산 해역은 전 세계에도 독특한 ‘연산호’ 군락으로 유명합니다. 육상의 맨드라미를 닮았다고 분홍바다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가시수지맨드라미와 같은 이름이 붙었고요. 20년 전부터 제주 산호를 연구한 한 대학교수는 기후변화와 연산호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산호 중 몇몇은 수온 상승에 아주 취약합니다. 밤수지맨드라미 유생은 1~2℃의 수온 상승에도 생존 불가능합니다. 빨강해면맨드라미는 27~28℃에서 하루 이틀 만에 죽기도 해요. 예전에는 다양한 산호가 군락을 이루었으나 지금은 특정 산호를 중심으로 개체수가 확산하는 경향이 있어요.” 네, 맞아요. 거품돌산호, 빛단풍돌산호, 그물코돌산호 같은 열대 산호가 빠르게 북상하면서 제주 바다의 공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귀포 문섬과 범섬 바닷속은 기후변화 각축장으로,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유전자는 버티고 아니면 멸종하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윤 : 제주 바다에 아열대 물고기 출현 빈도가 해마다 증가한다는 뉴스는 자주 접하는데요. 맹독성 해양생물의 출현도 잦아지고, 출현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지요?

훈 : 기후변화가 초래한 수온 상승으로 우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제주 바다를 겪고 있는데요. 해양수산부 해파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8월 제주도에는 맹독성 작은부레관해파리, 야광원양해라피가 출현하고, 6~9월까지는 작은상자해파리, 7~8월 한여름이 되면 푸른우산관해파리가 제주 도내 해수욕장에서 쉽게 발견됩니다. 맹독성 파란선문어는 2012년 제주 연안에서 처음 발견된 후 출현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맹독성 넓은띠큰바다뱀도 2017년 서귀포 연안에서 처음 포획되었고, 얼룩바다뱀, 먹대가리바다뱀 등 맹독성 바다뱀류의 출현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독성에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윤 : 최근 제주 어민들의 조업 상황을 보면, 고수온에 적응한 한치, 갈치, 참다랑어의 어획량이 늘고 있다는데요. 어민들에게 기후변화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네요.

훈 : 기회이자 위기입니다. 제주도 연근해의 참다랑어 어획량만 보면 ‘바다의 로또’이며 기회이겠지만, 기후변화는 지진, 태풍, 해일 등 재난의 주기를 빠르게 앞당기는 재앙의 형태로도 나타납니다. 해양 생물종의 극단적인 변화는 어민과 어업국에 식량 안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남태평양의 해발 고도가 낮은 소규모 섬 국가는 ‘국가 포기’ 선언도 합니다.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일부 선진국은 건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기후변화 취약 마을, 국가, 국민의 존폐는 벼랑 끝에 있습니다.

윤 : 오늘은 제주 바다에서 확인되는 기후위기의 징후들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청정’ 제주 바다는 풍전등화와 같은데요. 이 시기에 제주도정, 그리고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 지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이네요.

지금까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윤상훈 준비위원장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훈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