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3년3월22일(수) <오늘의 시선> 펫숍과 강아지 공장, 우리나라의 현실 (제주동물권연구소 김란영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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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매주 수요일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은 제주동물권연구소 김란영 소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 안녕하세요. 김란영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김: 내일이 23일인데요. 3월 23일은 ‘세계 강아지의 날’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강아지의 현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윤: 청취자들에는 다소 생소한 기념일인데요. ‘세계 강아지의 날’은 어떻게 제정되었나요?
김: 2006년 미국에서 지정이 된 기념일인데요. ‘강아지의 날’ 외에도 세계 개의 날, 검은 개의 날, 믹스 견의 날 등 다양한데요. 그 중에서 ‘세계 강아지의 날’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챙기는 날입니다. 그 이유는 성견이 아닌 강아지를 위한 기념일이지만, 반려견은 나이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기견 입양 문화를 알리고 보호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강아지의 사랑을 기념하고 특히 ‘강아지 공장’이라는 번식장에 대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제정되었습니다.
윤: 의미가 있는 날이네요. 여전히 강아지 공장에서 무분별하게 교배와 출산을 반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지난 5일에 경기도 양평군 한 고물상에서 수백 마리 개 사체가 발견된 사건이 있었지요?
김: 예, 참혹했던 현장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어 많은 시민들에 충격을 주었는데요. 무려 1,200여 마리 개가 '아사'(餓死)한 사건입니다. 70대 고물 상인이 번식장과 경매장 등에서 번식력이 떨어지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개들을 데리고 와서, 개들을 고의로 굶겨 죽인 국내 최악의 동물학대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윤: 1,200여 마리 개가 굶어서 죽은 사건, 현장이 정말 끔찍했을 거 같은데요. 소위 말하는 개농장도 아니고 일반 가정집에서 개 사체 1000여 구가 발견되었다니, 어떻게 발견이 되었나요?
김: 한 시민이 지인의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 도중 수상한 집을 발견해서 집 안을 살펴보니 강아지 사체가 사방에 널려 있는 걸 봤다는 내용을 동물단체에 제보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70대 남성 A씨는 처음에는 생계를 위해 한 마리당 만 원을 받고서 개인 가정집에서 사정상 기르지 못하는 개를 한두 마리씩 받았다고 했는데요. A씨를 지속적으로 추궁한 결과 전문번식장으로부터 개를 받아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번식장의 개는 번식을 위해 지속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열 살 정도 되면 급격히 번식 능력이 떨어져서 번식장 입장에서는 쓸모가 없어지게 됩니다. 번식장 업주에게는 상품성이 떨어지고, 사료만 축내는 노령견으로 전락되는 거죠. A씨는 번식장으로부터 이런 식으로 지난 2, 3년 동안 노령견을 지속적으로 마리 당 만 원을 받아왔습니다.
윤: 발견 당시 현장 상황은 어땠나요?
김: 번식장에서 데리고 온 노견으로 대부분 푸들, 말티즈 등 작은 품종견인데요. 케이지에 가져온 그대로 넣어뒀다가 굶어 죽으면, 성인 키 허리 정도 오는 물탱크에 쌓아두었습니다. 현장 내부 마당과 방에 있는 케이지에도 죽은 사체들이 있었고, 오래된 사체들은 땅바닥에 들러붙어 카펫 같은 형태로 변해 있었습니다. 몇몇의 사체는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갈비뼈의 형체만 보였다고 합니다. 겹겹이 쌓인 사체를 본 현장의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목 놓아 통곡했다고 합니다.
윤: 말씀만 들어도 개들이 느꼈을 고통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개를 데리고 온 A씨는 앞으로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됩니까?
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A씨는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사가 끝나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동물보호법 8조 1항에 따라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해당되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1000여 마리의 생명체를 굶겨 죽인 범죄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의 벌금만으로 처벌하는 것이 충분한지 또 국내에서는 이마저도 제대로 적용되고 있지 않지요. 각종 동물학대 사건의 범죄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 구속된 A씨에게 만 원을 주고 강아지를 팔았던 번식 업체에도 처벌은 주어지나요?
김: A씨가 번식 업체와 유·폐기 목적으로 불법 거래를 자행한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개를 주고받은 모두가 동물보호법 등에 의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요. ‘보호 의무'가 있는 사람이 '보호 필요성'이 있는 동물을 그렇게 버려둘 때 처벌받는 게 바로 유기죄인데요. 개를 건넨 측의 경우 유기죄 등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윤: 정부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요?
김: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이달부터 전국 반려동물 영업장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반려동물 번식 업체 등이 '노화·질병이 있는 동물을 유·폐기할 목적으로 거래하는 행위'에 대해 집중 조사를 진행하고 처벌 강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내달부터 시행되는데요. 영업장에서 유·폐기 목적의 불법 동물 거래가 적발될 경우, 최장 90일 영업 정지 처분에 더해 과태료 300만 원 부과까지 할 수 있습니다.
윤: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에서는 민생특별사법경찰단 일명 특사경이라고 하지요. 동물학대 등 동물관련 불법 행위 긴급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 예, '동물 학대 우려 지역'을 대상으로 민생특별사법경찰단 13개 수사팀 25개 반 110명을 투입해 31일까지 긴급 수사를 진행하는데요. 경매장, 번식장, 도살 의심 시설, 외곽 사각지대, 동물 학대 민원 제보 등 '동물 학대 우려 지역'을 대상으로 ▲동물을 잔인한 방법이나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 또는 상해를 입히는 행위 ▲목줄 등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하는 행위 ▲동물을 유기하거나, 유기·유실 동물을 포획해 판매하거나 죽이는 행위 등을 단속하게 됩니다. 또한 반려동물 관련 동물생산업, 동물 장묘업, 동물 판매업 등 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하지 않고 불법으로 영업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단속하게 됩니다.
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제도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요?
김: 현행 반려동물 등록제가 얼마나 부실한지 보여줍니다. 현행 반려동물 등록제는 2개월 이상 강아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소유한지 30일 이내로 의무적으로 등록을 하는데요. 반려동물 등록제 전면 개편이 이루어져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는 가정 내 동물을 양육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등록제가 진행되었는데요. 번식업에 종사하는 업주들을 대상으로도 강한 규제를 시급히 적용해야 하고요. 반려동물 등록제가 단순히 동물의 존재를 등록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의 출생지·부모견 등에 대한 추가 정보까지 포함을 해야하고요. 단순히 등록 뿐만 아니라 일정한 주기에 따라 갱신제도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윤: 반려동물 등록제 강화와 더불어 시급하게 도입되어야할 제도가 있을까요?
김: ’사육포기 동물인수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육포기 동물인수제도는 반려인 혹은 소유인이 더 이상 키우기 힘들어진 동물의 사육을 포기할 때 지자체가 동물을 인수받는 제도인데요.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인수제 도입 및 추진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연구'에 따르면, 이미 미국, 일본, 대만 등 많은 나라에서 시행 중인 제도이긴 하지만 사육동물을 합법적으로 유기할 수 있는 제도라는 오해로 인해 아직까지 국내에는 도입이 안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서 반려동물을 정말 키우기 어렵게 됐을 경우 지자체에서 보호하고 재입양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보완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제도가 무리 없이 정착되려면 반려동물 등록제 등 기본적인 시스템이 함께 운영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물인수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번식업자에 세금을 중과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윤: 일반적으로 반려동물 매매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김: 펫숍 진열 판매를 위해 번식장에서 강제 출산이 이뤄지며 2개월 미만의 강아지들은 젖도 떼지 못한 상태에서 어미에게서 강제로 박탈돼 펫숍에서 물건처럼 매매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한 '2021년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반려동물 양육자의 약 20% 정도가 펫숍에서 구입하고, 약 50% 정도는 지인에게 무료로 분양을 받았다고 응답했습니다. 5명 중 1명은 펫숍에서 함께 살 반려동물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예쁜 동물, 상품화된 동물을 찾는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난 것과도 같습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반려동물 거래는 반려동물의 생산과 판매과정을 더욱 더 불투명하게 만듭니다. 클릭 몇 번으로 동물을 실제로 보지 않고 구매할 수 있어 인터넷 거래의 원천 금지가 시급합니다.
윤: 강아지 공장 등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것도 시급해 보이는데요.
김: 예 맞습니다. 강아지 공장 즉 번식장은 새끼를 낳고 팔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렇게 태어난 강아지들은 펫숍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현재 허가되어 영업권을 가진 번식장과 판매업소만 무려 6,000곳에 이릅니다. 소비가 곧 학대인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품종견에 대한 편견은 보호소 동물들의 입양을 가로막고 있는데요. 한국의 번식장과 폣숍은 철폐되어야 한다고 보고요. 이를 대체하는 제도로 ‘허가된 브리더’와 판매 마릿수 제한 등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 국가들에서도 브리더를 법률로 정의하고 허용 행위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여 규제하고 이를 법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윤: ‘허가된 브리더’와 펫샵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김: 펫샵은 강아지를 먼저 생산한 다음에 지갑을 여는 사람 누구에게라도 보낸다면 허가된 브리더는 먼저 입양 지원서를 받고 이 사람이 진짜 반려견을 잘 키울 것인지 말 것인지 확인하고 다짐을 받은 다음 강아지를 번식할지 말지를 계획하는 것이 브리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어쩌면 강아지를 입양하는데 1년, 2년도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동물매매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불매운동만으로는 현실적으로 현재의 구조를 개선하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중간 단계인 ‘허가된 브리더’ 도입을 신중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윤: 중장기적으로 ‘허가된 브리더’ 도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 시급하게 변화해야할 부분이 있다면요?
김: 동물에게 적절한 환경 개선, 자연적인 임신과 제한된 출산 육아 등 모견과 종견의 복지를 보장하는 경우만 분양을 허용하고 모견과 종견은 물론 태어난 모든 새끼들을 등록하고 종모견 보유 마릿수는 물론 연간 판매 마릿수를 제한하는 등 법의 테두리에서 규제와 관리를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독일의 경우 동물을 분양하려면 2-3년의 교육 과정 이수 및 재교육을 조건으로 하며 동물의 자연 교배만 허용됩니다. 암컷은 최소 출산가능 월령은 15개월 이상이며 8살 이상 암컷은 교배할 수 없습니다. 위반시 10,000유로 벌금이 부과됩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윤: 그래도 가장 중요하게는 불법 번식장, 불법 거래 등을 먼저 엄격하게 규제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김: 맞습니다. 경기도 양평의 개아사(餓死) 사건 뿐만 아니라 매년 각 지방자치단체의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이 안 되어 안락사 되는 개들이 약 5만 마리가 넘습니다. 그 배후에 '강아지 공장'과 '강아지 경매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불법적 강아지 공장, 경매장, 펫샵에서의 강아지 판매와 인터넷에서의 강아지 판매 등에서 이루어지는 불법적 행위를 단속하고 규제하여 무책임한 번식과 충동 구매 그리고 유기견 발생 증가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펫숍 매매를 금지하고 연이어 번식장 철폐와 보호소 입양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참혹하게 죽어간 1200의 무고한 생명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윤: 오늘은 열여덟 돌을 맞는 ‘세계 강아지 날’을 맞아하여 인간의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강아지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어두운 현실을 살펴보았습니다. 향후 시민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게 될 상황에는 이 강아지가 어디에서 왔는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제주동물권연구소 김란영 소장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