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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3년3월29일(수) 4.3평화문학상 수상자 인터뷰 (소설부문 임재희 작가)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윤상범> 예 지난 13일에 제11회 4.3 평화문학상 당선작이 발표가 됐습니다 올해는 시와 장편 소설 부문에서 당선작이 나왔고 논픽션 부문에서는 당선작이 나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장편 소설 부분에서 전역 비츠로라는 작품으로 당선된 임재희 작가를 연결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지금 전화 연결돼 있는데요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임재희> 네 안녕하세요

윤> 예 먼저 수상 축하드리고요

임> 감사합니다

윤> 저희가 수상 소감은 처음에 한 번씩 꼭 여쭤보는데 수상 소감 좀 부탁드릴까요

임> 굉장히 놀랍고 기뻤어요 처음에는 사실 이미 발표가 난 걸로 알았는데 제가 그때 하와이에 머물고 있었는데 가족들과 함께 수상 소식을 들어서 더 기뻤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냥 기쁨보다는 어떤 사상이 전해주는 무게나 평화문학상의 주제가 떠오르면서 숙연한 마음도 들고 그랬습니다

윤> 당선 소식 들으셨을 때 당연히 좋으셨겠지만 주변에서는 누가 가장 좋아하시던가요

임> 저희 어머님이 특히 기뻐하셨는데 어머님이 1935년생 ~에서 출생하셨어요

윤> 잠시만요 이 부분이 안 들렸는데 35년생이시고 어디서 출생하셨다고요

임> 제주도 표선

윤> 표선이요

임> 네 그래서 세 살 때 뭍으로 건너가셔서 현재는 하와이에 거주하고 계시죠 그래서 제 어머님 현지영 여사가 아마 가장 기뻐하지 않았나 거의 약간 눈가가 젖으시더라고요 기억에도 없는 고향이 떠오르는지

윤> 어머님께서는 세 살 때 뭍으로 나가셨다고 하셨으니 4.3에 대한 기억은 없으시겠군요

임> 네 그래서 제가 또 여쭤봤더니 그냥 나쁜 놈들이 고향 사람들 죽였대 이렇게만 기억하시는 정도였고 또 집안의 막내셨기 때문에 제주도 소식은 위에 오빠나 언니들에게 전해 들은 게 다 아시더라고요

윤> 어머니를 통해서 제주와 연관된 부분이 있으셨군요 작가님께서도

임> 네 그렇습니다

윤> 이번에 4.3평화문학상에 도전을 해봐야겠다 생각하셨던 이유가 있을까요

임> 도전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윤> 그런가요

임> 아니 제 생각에는 도전이라기보다는 장편을 쓰는 작가들은 굉장히 많은데 사실 책이 출간되고 나면 조금 있으면 거의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다 잊혀지거든요 그래서 조금 의미 있게 기억나는 방법이 뭐가 없을까라고 생각했을 때 몇 개의 장편 공모가 있지만 특히 개인적으로 사전 문학상에 대한 어떤 무게감이나 주제의 확실성 때문에 한 번 여기에 투고를 해볼까 그런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걸 목표로 이 작품을 쓴 것은 아니었고요 퇴고됐을 때 그렇게 하면 어떨까 해서 한번 했습니다

윤> 예 수상작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아직 지금 출판은 안 된 상황이죠

임> 올해 10월달 정도에 나오는 걸로

윤> 10월에

임> 알고있습니다 예

윤> 일반 독자들께서는 이제 그때 돼야 아마 그 내용들을 다 보게 되시겠지만 내용들은 조금씩 이제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려지고 있습니다마는 제목이 저녁빛으로입니다 그리고 주제가 보니까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을 소재로 쓰셨다고 하던데 아마 많이들 기억하실 겁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 한국계 미국인이 벌였던 일이기도 했었기 때문에 사실 국내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던 제가 기억이 나는데 소재로 선택하셨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임> 저는 그때 그 사건이 2007년 4월 16일에 터졌어요 그때 저는 미국에 살았을 때였고 그래서 범인이 23살 한인 청년이었다는 이유 때문에 같은 한인 이민자였던 제게는 그냥 화인처럼 새겨졌던 굉장히 큰 사건이었어요 그래서 2008년도에 이제 한국에서 정식으로 한국 문학을 공부하러 왔을 때 그때 그냥 무심코 언젠가는 내가 이걸 쓰게 될 것 같은 예감이라 그럴까 써야 되지 않을까 이런 마음이 들었다가 사실은 조금 제 마음속에서도 자주 생각나고 기억나던 그런 횟수들이 빈번함이 줄어들다가 또 공교롭게도 세월호가 터졌던 4월 16일과 날짜가 같았을 때 한국에 계신 분들은 4월 16일 때면 세월호를 떠올렸지만 저는 그와 더불어 버지니아 총격 사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희생자 가족들과 가해자 가족들은 물론이고 저처럼 그 사건을 간접 경험한 사람도 사실 크고 작은 외상을 입었거든요 그래서 소설를 쓰는 동안도 그 시간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힘들었고 그리고 이제 많은 사람이 망각한 그 사건에 대해 쓴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래 고민은 했지만 사실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가 이미 잊히고 사라진 것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그런 애도의 마음이거든요 그래서 폭력이 지나간 뒤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바치는 작은 애도의 선물이라고 할 수도 있는 그런 소설입니다

윤> 제가 좀 기억에 남는 부분이요 사실 그 사건이 났을 때 한국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었냐면은 한국인이어서 미안하다 라는 얘기들이 나왔었어요 기억나시죠

임> 네 기억납니다

윤> 그리고 당시 주미 대사가 또 미국에서 미안하다 라는 표현을 했던 게 또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임> 그렇죠 네

윤> 한쪽에서는 아니 출신만 한국인이지 미국인인데 왜 한국 사회가 이래야 되느냐라는 얘기들도 있었지만은 당시 이민사회에서는 이 부분이 정말 남일 같지 않게 다가왔던 부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어떠셨습니까

임> 네 사실 처음에는 사건이 터지던 날은 범인이 한국 사람이라는 게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그냥 아시안 영맨이라고 뭉뚱그려서 설명을 했죠 그리고 나서 또 다른 언론에서는 중국 사람이라는 말도 있었고 그렇지만 이름이 너무도 분명한 한국 사람이고 한국 사람이었고 그런데 국적으로만 따지자면 영주권자였기 때문에 미국의 시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8살 때 건너왔고 그리고 영문학을 전공했던 누구보다도 미국인이었는데 단지 한국에서 출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국 국민들이 전체가 어떤 죄의식에 시달리는 건 그건 조금 저 개인으로서는 좀 지나친 민족주의가 아닌가 이런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인들은 LA 폭동 사건도 겪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분노가 다른 한인들한테 오지 않을까라는 그런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었고

윤> 아마 그 당시가 이제 기억이 나시는 분들도 방송 듣는 분들께서도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그때 그 사건을 소재로 해서 폭력과 상실에 대한 기억을 보듬고 살아가는 세 명의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이렇게 알려져 있거든요

임> 네 그 소설 다른 분들도 다른 작가분들도 그러시지만 뉴스는 미디어에서 이미 언급하고 사회학자들이 이미 언급한 것들을 소설로 그 전체로 재생산이나 그대로 가져오지는 않고요 그 모든 사건을 통해서 그러니까 그 사건을 하나의 파편이라고 한다면 소설은 파편의 파편을 다루는 거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 저는 처음부터 그 사건을 직접 들었던 어떤 젊은 한인 연인이 있다면 그 이후에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리고 그중에 한 명은 이것보다 이렇게 크지는 않지만 이와 버금가는 어떤 커다란 고통이나 상처가 있었던 사람이라면 폭력의 기억은 다시 되살아나는 거 아닐까 그랬을 때 과연 그들은 견딜 수 있을까 그런 걸로 설정을 했고요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한 명은 입양합니다 그러니까 4.3사건의 국가적 폭력을 말할 수 있다면 저는 지극히 개인적인 폭력을 위해서 쓴 것인데 사실 폭력의 뿌리로 깊게 들어가면 그 폭력성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 그리고 한인 입양안데 만약에 한국에서 흑인 혼혈아로 태어난 아이가 미국으로 입양되었다면 그런 가정 하에 세 명의 여자가 자기 지인의 상처와 상실을 보듬고 다시 앞으로 걸어가는 그런 내용입니다

윤> 말씀 들으니까 책을 좀 빨리 읽어보고 싶은데 이게 10월이나 돼야 나오는군요

임> 네

윤> 그런데 제가 간단하게 소개한 언론의 내용을 보면서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에다가 4.3이라는 단어만 집어 넣어도 사람들이 폭력과 상실에 대한 기억을 보듬고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것은 4.3과도 좀 맥이 닿아 있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임> 네

윤> 제가 너무 갖다 맞춘 건가요

임> 사실 제 소설이 비록 4.3 사건을 다루지는 않고 제주도가 소설적 공간으로 직접 등장하지도 않지만 작가인 저로서는 폭력에 휩쓸고 간 이야기를 쓰면서 4.3 사건 희생자들과 남겨진 분들의 어떤 무참한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볼 수 있었고 어떤 폭력이라는 거 사람보다 더 집요하고 약자를 누르고 강자에게는 굴복하고 또 그늘에서 번식하는 중독성 있는 관계라는 점에서 크게 다를 수도 없다 왜냐하면 폭력이라는 폭력성이 갖고 있는 거는 사실 그래서 그런 사실도 제가 재확인했고 예

윤> 근원적 뿌리를 찾아가면 거의 비슷한 부분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심사위원 평을 제가 봤는데요 이거 제가 심사평을 좀 읽어드리겠습니다 집요하게 파고들어 드러낸 폭력과 공포의 문의가 분명하고 디아스포라의 질곡을 깊이 경험한 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생생한 언어로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고 있다 위원님들께서 일반 사람들 듣기에 좀 어렵게 써놓으셨어요

임> 사실 디아스포라라는 것은 이민자도 말할 수 있죠 한국을 떠나서 고국을 떠나서 제가 출생한 곳을 떠나서 떠도는 삶을 살고 있는 이주민이나 이민자들을 말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보통 작가 그러면 사실 여러 편의 작품을 통해서 한 편의 자서전을 쓰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이게 100% 섹션이고 소설 첫장에도 섹션이라고 밝혔지만 제가 겪지 않았거나 제가 느끼지 않았다는 거라고 말할 수 없는 제 사유를 통과한 선물이기 때문에 디아스포라이 지곡을 깊이 경험한 자라는 그 표현을 봤을 때 심사위원들이 깊이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이런 마음도 있었고요

윤> 예 2013년에 첫 장편 소설을 쓰셨던 걸로 저희가 봤습니다 그 당시에 이제 세계문학상 우수상 아마 받으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당시에도 경계인을 좀 다루셨던 것 같더라고요 내용을 보니까 아마 예

임> 그때는 하와이 이민 올해가 120주년인데 하와이 한인 이민이 한국의 정식 해외 이민이거든요 120년 전에 하와이에 도착한 분들의 삶과 그리고 그분들의 한국 독립을 위해서 굉장히 많이 애쓴 부분들도 많고 그래서 그런 것을 다른 하와이 한인 초기 이민 1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윤> 경계인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으신가 봐요

임> 그게 저니까요

윤> 사람들은 이제 사실 다 본인의 처지에서 세상을 좀 바라보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이 작품에도 많이 좀 녹아 들어가고 있는 것 같네요

임> 네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윤> 예 하와이로 이민을 가서 대학을 나오셨는데 다시 한국으로 와서 문학을 공부를 하셨네요

임> 네

윤> 예 이런 경험들이 소설을 쓰는데 지금 경계인에 대한 관심 잠깐 얘기했습니다만 이런 것들도 다 영향을 미쳤던 모양이죠

임> 그렇죠 저는 처음에는 사실이 태어나서 20여 년을 한국에서 살면서 익혔던 어떤 습관과 문화는 자연스럽게 미국화되었는데 모국어는 거의 지문처럼 새겨졌나 봐요 제가 살면서 많이 느꼈던 건 저의 생존의 언어와 사회의 언어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느끼기도 했는데 한글 소설들을 읽으면서 제가 느낀 혹은 제가 갖고 있는 한계나 결핍이 정체성의 혼돈이 오히려 양쪽을 양면을 다 볼 수 있는 보석 같은 눈이 될 수도 있다는 어떤 문학의 힘에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시로 경품 문학상을 수상했지만 시로서만 다룰 수 없는 긴 서사 쓰고 싶어서 중앙대 문창과 대학원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윤> 예 이런 부분들이 좀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 제주의 경계인이란 단어가 낯설지가 않거든요 4.3을 통해서 특히나 이제 일본으로 건너가셨던 분들도 많으시고 또 경계인의

임> 네 저희 외가도 그렇습니다

윤> 외가도 그러신가요

임> 네

윤> 제주에 관련된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써주셔야겠는데요

임> 이제 많이 더 공부하고 배워야죠 이거 그대로 매일

윤> 자 오늘 마지막 질문 드리면서 마칠까 싶은데요 앞으로 이제 작가로서의 어떤 계획이 있으실지 그 부분이 궁금합니다 마무리 말씀을 듣도록 하죠

임> 네 이번 계기로 4.3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고요 그리고 지금도 좀 보고 있고 그리고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게 프랑스가 배경인 한인 이민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지금 거의 자료 조사가 끝나서 아마 올해 9월에 프랑스에 갈 계획인데 그때 지적으로 쓸 것 같습니다

윤>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4.3 평화문학상 수상하신 거 축하드리고요 다음에도 또 좋은 작품으로 만나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임> 고맙습니다

윤> 네 4.3평화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된 임재희 작가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