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7월 13일(월) [로스쿨] 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 관련 유력 용의자 무죄판결과 이유 분석(최호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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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은 최근 항소심 판결이 있었던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윤>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1심에서 무죄가 나왔었는데 항소심에서도 역시 무죄가 나와서 검찰의 항소가 기각됐죠.
최> 네. 그렇습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는 지난 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씨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윤> 2009년도에 발생했던 사건으로 제주도 3대 미제사건 중 하나로 알려져 있었죠.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사건 내용을 좀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죠.
최> 네. 2009년 2월 1일. 제주도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던 이모씨의 연락이 끊기고 어린이집에 출근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했는데 안타깝게도 실종 일주일 후 농업용 배수로에서 피해자가 사체로 발견됐습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장면과 비슷하다고 해서 ‘제주판 살인의 추억 사건’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윤> 실종되기 전까지의 행적은 알려진 것이 있나요.
최>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피해자는 실종 전날 밤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서 술을 마신 후 집으로 가다가 중간에 차에서 내려서 새벽 3시경 남자친구 집에 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3분 만에 남자친구와 싸우고 나와서 집에 돌아가려고 콜택시 회사에 전화를 두 번 걸었어요. 하지만 당시 배차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구요. 두 번째 통화 후에 114에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114는 전화번호를 모를 때 물어보기 위해서 전화하는 곳이잖아요.
최> 네. 아마도 다른 콜택시 회사 전화번호를 물어보려고 전화한 것이 아닌가 추정이 되는데 전화를 하자마자 바로 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 알려진 행적은 그게 전부인거죠.
최> 그렇습니다. 실종 5일 만에 지갑, 수첩, 휴대전화가 들어 있는 핸드백이 발견이 됐구요. 실종 7일 만에 배수로에서 사체가 발견이 됐습니다.
윤> 핸드백이 발견된 지점과 사체가 발견된 지점은 가까웠나요.
최> 핸드백이 발견된 지점은 아라동 축협사거리 인근 밭이었고 사체가 발견된 지점은 애월읍 고내리였으니까 거리는 꽤 있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 사건 발생 당시에도 이번에 무죄판결을 받은 택시운전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이 되었다고 하지요.
최> 네. 사체에서 정액이 검출되었다거나 하는 등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간접적인 증거로 용의자를 특정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피해자가 실종된 그 시점에 피해자의 집 방향으로 운행했던 택시를 특정해서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윤>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은 되었지만 그 때 당시에는 재판을 받지는 않았는데 왜 용의선상에서 빠지게 된 것인가요.
최> 경찰에서는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수사를 했지만 ‘사망 추정 시각’ 때문에 박씨는 용의선상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경찰에서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씨가 운전했던 택시의 이동경로와 시간을 확인해 보니 피해자의 실종과 사망에 대한 추정과 딱 맞아떨어졌고, 박씨가 그 시간에 다른 손님을 태우고 다른 곳으로 갔다고 주장했지만 박씨가 말한 경로 CCTV에 박씨의 택시가 촬영되지 않았구요. 경찰에 출석할 때 자신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삭제하기도 했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도 박씨에게 불리하게 나왔다고 합니다.
윤> ‘사망 추정 시각’이 어떻게 나왔길래 박씨가 용의선상에서 빠지게 된 것인가요.
최> 사체가 발견된 시각은 2월 8일 13:50경이었습니다. 당시 피해자의 사체를 부검한 부검의는 사체 발견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사망했을 거라고 봤습니다. 즉, 2월 7일 13:50경부터 2월 8일 13:50경 사이에 피해자가 사망했을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사체의 직장 온도, 모발에 남아 있던 샴푸의 향, 시반의 강도나 형태, 장기의 부패가 진행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판단한 것인데요. 그런데 박씨에게는 2월 7일부터 8일까지는 알리바이가 있었던 것이죠. 그랬기 때문에 박씨는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윤> 당시 대대적인 수사를 했던 것 같은데 결국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남게 되었던 것인데요. 어떻게 다시 수사를 해서 박씨를 기소하게 된 것인가요.
최>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전국적으로 장기미제 사건 수사팀이 가동되었는데요. 제주경찰도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피해자의 사망 시점에 대해 동물을 이용한 재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윤> 돼지와 개 사체를 이용해 과학수사를 진행했다는 뉴스를 접한 것 같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사건 당시 피해자의 사체를 부검한 부검의는 당시 직장 체온이 일반적 체온보다 떨어졌으나 대기 온도보다는 3.8도 이상 높은 점을 토대로 사망 시각이 발견 당시인 그해 2월 8일 기준 24시간 이내로 추론했는데요. 이것은 사망자의 직장 체온은 숨진 지 24시간 이내에 대기 온도와 같아진다는 기존 법의학적 일반이론에 따른 결론이었습니다. 그러나 동물실험에서 일반 가설이 뒤집혔습니다. 연구진은 비글 3마리와 돼지 4마리를 이용하여 최대한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게 온도와 습도 등 기후조건을 만들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결과 사건과 동일하게 사후 7일째 되는 날 오후 8시 30분께에도 현장환경의 특수한 조건인 높은 습도와 낮은 온도, 배수로의 환경적 특성으로 인한 기화열로 사체에서 부패가 지연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착용한 두꺼운 옷과 배수로의 콘크리트 벽으로 인한 보온 효과로 직장 체온이 대기 온도보다 높은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윤> 결국 동물실험 등을 통한 과학수사를 통해 피해자의 사망추정시각을 다시 정립한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위와 같은 과학수사를 통해 피해자의 사망 추정시각이 실종 당일인 2월 1일 오전 3~4시 5분경으로 수정되었고 경찰은 다시 택시운전자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피의자로 검거하게 된 것입니다.
윤> 사망추정시각을 다시 잡은 것 외에 다른 과학수사 결과도 있었다고 하던데요.
최> 네. 국과수가 새로운 분석 기법을 사용했는데 바로 미세섬유입니다. 사건 당일 박씨가 입고 있던 옷에서 검출된 진청색 면 섬유와 유사한 미세섬유 증거를 피해자의 신체와 가방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이 증거는 당시 피해자가 박씨의 택시에 탑승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중요한 증거로 판단되었습니다.
윤> 동물실험을 통한 사망추정시각 재정립, 그리고 미세섬유 발견까지. 중요한 증거들이 나온 것 같았는데 법원에서는 구속영장을 바로 발부해 주지는 않았지요.
최> 그렇습니다. 법원은 위 증거만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봐서 구속영장을 발부해 주지 않았는데요. 경찰은 7개월에 걸쳐서 증거를 보강했고 결국 구속영장을 받아냈습니다. 경찰에서 보강한 증거는 미세섬유와 관련된 것이었는데요. 택시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피해자가 입고 있던 옷의 섬유와 유사한 섬유가 추가로 발견됐구요. 또 뒷자석과 트렁크에서는 피해자가 입고 있던 무스탕 점퍼에 달려 있던 동물 털과 비슷한 것도 발견됐습니다.
윤> 어쨌든 긴 시간 공들여서 수사를 했고 결국 박씨를 강간살인죄로 기소를 했는데.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왔습니다.
최> 네. 2019년 7월 11일 1심 선고가 있었는데요.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압수수색영장 없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 인정할 만한 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윤> 1년 전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는데 주된 이유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네요.
최> 그렇습니다. “2009년 2월 박씨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박씨가 횡령죄로 교도소에수감된 사실을 알면서도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주거지인 모텔을 수색하고, 모텔업주로부터 박씨의 청바지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것은 위법하기 때문에 청바지에 대한 증거증력이 인정될 수 없다. 청바지에서 검출한 미세섬유 증거 및 분석 결가는 위법 수집 증거인 청바지를 기초로 한 2차 증거로 증거 능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미세섬유 증거와 CCTV 영상 및 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증거 능력이 없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고,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으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윤> 미세섬유를 갖고 열심히 증거를 만들었지만 결국 위법수집증거이기 때문에 아예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군요.
최> 그렇습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아무리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라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 그 증거를 수집할 때 영장주의에 반하거나 인권에 반하는 형식(고문, 가혹행위, 불법 도청, 감청 등)으로 수집했다면 법원에서는 아예 증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열심히 노력해서 범죄를 입증하려고 했는데 힘이 빠지는 결과가 됐을 것 같습니다.
최> 그렇죠. 하지만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은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원칙이고 법원에서도 절차상 문제가 있는 증거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증거능력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부분은 수사기관에서 증거를 수집할 때 반드시 유념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위법하게 수집된 1차 증거 뿐만 아니라 그 1차 증거를 바탕으로 수집한 2차 증거도 모두 오염되었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판사가 유죄 판결을 하기 위해 밥상에 올라온 여러 가지 증거를 토대로 판결을 하는데 위법수집증거 같은 경우 오염되었다고 보고 아예 밥상에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심증적으로는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라고 할지라도 증거 획득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아예 밥상에도 올라가지 못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을 유념해야 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혹시 증거 수집 과정에서 위법한 과정은 없었는지 잘 살펴서 재판부에 이러한 부분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윤> 1심에서는 이렇게 무죄판결이 나왔었고. 검찰에서 항소를 했지만 결국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나온 것이죠. 항소심에서는 어떤 문제가 쟁점이 되었나요.
최> 2심에서는 경찰이 공들인 동물실험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오류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인데요. 네 번 실험을 했는데 그 중 하나의 결과만 제출한 것도 문제를 삼았습니다.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와 위 내용물을 보더라도 실종 당일 새벽 4시경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이후 사망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봤습니다.
윤> 피해자의 사망추정 시각이 다시 쟁점이 되었던 것인데 2심 재판부는 실종 당일 새벽에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군요.
최> 실종 당일 새벽에 사망했을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까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유죄판결을 내리려면 실종 당일 새벽에 사망했다고 거의 확신이 들 정도로 증명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지 못했다는 판단입니다.
윤> 피해자가 박씨의 택시를 탔다는 것은 인정한 것인가요.
최> 그 부분에 대해서도 그 택시에 탑승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다른 사람이 운행한 차량 또는 다른 택시에 탑승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죠.
윤> 과학수사 결과 미세섬유가 나왔는데 어떻게 다른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일까요.
최> 피해자 신체에서 진청색 면 섬유가 검출되기는 했지만 검출된 섬유는 대량으로 생산되는 섬유였기 때문에 그것이 꼭 피고인의 옷에서 나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구요. 또 그 외에 피해자의 신체에서 택시기사의 옷도 아니고 피해자의 옷에서 나온 것도 아닌 다양한 섬유가 나왔기 때문에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반대로 택시에서 피해자의 옷을 구성하는 섬유가 나오기는 했지만 택시는 여러 사람이 타는 것이기 때문에 그 섬유가 꼭 피해자의 옷에서 나온 섬유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구요.
윤> 수사기관에서는 나름 과학수사를 동원해서 재수사를 해서 택시기사를 법정에 세우기까지는 했지만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것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입증되지는 않은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피고인이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증거는 수사기관에서 찾아야 하고 재판에서 검사가 피고인의 범죄를 증명해야 하는 것인데요. 지금까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윤> 대법원의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대법원의 판단은 어떨지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 네. 그렇습니다. 이 사건 같은 경우 택시기사 박씨 외에 용의선상에 오른 다른 인물이 없기 때문에 만약 무죄판결이 확정된다면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건 발생 초기에 어떤 개인택시 기사의 제보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문제의 2월 1일 새벽 3시 경에 피해자의 남자친구집 근처에서 피해자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태워서 10분 정도 걸려서 3km쯤 이동해서 한 어린이집 앞에 그 여성을 내려줬다는 제보가 있었고 이번 항소심 법원이 이 제보에 대해서 판결문에 적었다고 합니다. 만약 박씨가 정말 무고하게 억울한 누명을 썼다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범인으로 몰려서 조사를 받고 구속되어 재판까지 받고 정말 너무 억울했을 것 같다는 생가이 들기도 합니다.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 미제사건의 범인을 찾아서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고한 시민에게 억울하게 살인자 누명을 씌워서는 안되는 것이니까요.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와 함께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