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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희망곡

정오의희망곡

12시 00분

사연 · 신청곡

슈퍼맨이 돌아왔다.

남편이 육지로 발령이 난 후 석 달 만에 다시 집으로 컴백했습니다.
타 지역으로 자주 발령을 받는 남편의 직업상 결혼 초부터 자주 떨어져 살았었어요.
그러기를 반복. 제주에 와서 횟수로 5년을 같이 살다가 올해 초 다시 남편이 육지로 가게 된 것입니다.
저는 남편이 없어도 애들을 키우며 씩씩하게 잘 살았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 무리 없이 살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이번은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지요.
남편이 육지로 올라가자마자 한파로 수도관이 얼어서 물이 나오지 않고. 멀쩡하던 전등이 나가고. 애들은 돌아가면서 아프고. 건강을 자신했던 저도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애들이 있으니 아파도 아프다고 누워있을 수가 없었어요.
일도 해야 하고 애들도 챙겨야 하고. 남편의 자리가 너무 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해서 내려와라. 못살겠다. 징징거렸어요.
그때마다 남편은 “내가 슈퍼맨이지? 내가 항생제였지? 그러니깐 나한테 잘해~”
하며 기세가 등등했습니다.
평소 같으며 “마누라 잘 만난 줄 알아야지~”하고 핀잔을 주었을 텐데, 이번에는 남편의 소중함을 제대로 깨달았기에 “그래~ 당신이 최고야. 그러니깐 빨리 내려와~” 하며 치켜 세워줬어요. 지난주에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제자신이 보호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람은 극하게 외로워 봐야 존재의 고마움을 안다는 말이 있지요.
남편과 떨어져 지낸 삼개월이 저는 삼십년보다 더 긴 시간처럼 느껴졌었고.
남편의 존재가 얼마나 고마운지를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이런 기특한 마음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시간 남편에게 마음껏 고마워하고
사랑해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