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시청자 여러분 을사년 한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설날을 맞아 조상을 기리며 차례를 지내신
분들 많을 텐데요.
행방불명됐던 할아버지를 75년 만에 찾아
처음으로 설날 차례를 지낸 4.3 유족들의
사연을 권혁태 기자가 전합니다.
◀ END ▶
어느 것 하나 빠진 것 없이
정성껏 차려진 차례상.
조용히 향을 피우고
두 손을 모아 절을 올립니다.
이 가족들에게
올해 설날 차례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건
4.3 때 행방불명됐던 할아버지를
옛 광주형무소 터에서 찾아 모시고 왔기
때문입니다.
1949년 밭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할아버지.
그 뒤 불과 석 달 만에 사망 통보를 받았지만
4.3과 한국 전쟁의 광풍 속에 시신을 찾을 수
없어 흘러간 세월이 자그마치 75년이었습니다.
지난해 말 봉환식을 거쳐 할아버지가
제주로 돌아오면서 그동안 맺힌 한도 조금은
풀렸습니다.
◀ INT ▶(양성홍 행방불명유족회장)
"무연분묘들만 있으니까 찾을 길이 없어서..우리 어머니가 돌아와서 항상 1년에 한두번씩 그 한스러운 얘기를..할아버지 시신을 못 찾아온게 큰 죄다 하셨습니다 "
하지만 여전히 진한 아쉬움도 남아있습니다.
할아버지와 같은 해 잡혀가 대전형무소에
수용됐던 양성홍 씨의 아버지는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INT ▶
"아버지라는 단어를 한 번도 못 해보고 자란 사람이라서 아버지라는 단어가 지금도 어려움분이시라서 그런 남편하고 살면서 이제 시아버지를 찾아서 저 양반 생전에 찾았으면"
더없는 기쁨과 아쉬움이 겹친 설날,
절멸의 위기 속에서 살아남아 이제는
손자, 손녀들까지 가득한 새해 풍경 속에서
행방불명 유족들의 새해 희망은 한결같습니다.
◀ INT ▶
"참 안타까운 것이 우리 유족들이 많이 채혈을 해가지고 지금 자기 조상들을 그거 찾는 것이 나는 큰 소원인데."
MBC뉴스 권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