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최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기 참사를 계기로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의
항공기와 조류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제2공항 예정지에서
팔순의 나이에도
혼자 힘으로 5년 동안 철새를 조사해온
강석호 할아버지를
조인호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한라산에서 내려온 용천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광활한 습지.
하늘에서는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세계적 희귀종 저어새가 힘차게
날개짓을 하고
잔잔한 물 위에는
통통한 물닭들이 여유롭게
쉬고 있습니다.
찬 바람 부는 겨울이면
강석호 할아버지는 카메라를 들고
새들의 국제공항으로 불리는
하도리 철새도래지를 찾습니다.
◀ INT ▶
강석호(80세) /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여기는 항상 담수 물이 이렇게 존재하고 갈대 , 먹이사슬이 많이 형성돼있어요. 주변환경이 그러니까 여기 새들이 많이 모이는 거지요."
남제주군청에서 퇴직한 뒤
고향에서 한라봉 농사를 짓던
강석호 할아버지가
철새 조사를 시작한 것은 2019년 겨울.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한 것을 본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강씨는
제주 동부지역의 철새도래지들을
혼자서 돌아다니며 철새 사진을 찍었고
보고서까지 만들어 환경부에 세차례나
제출했습니다.
5년 동안 모은 철새 사진과 영상자료는
1테라바이트를 훌쩍 넘었습니다.
◀ INT ▶
강석호(80세) /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철새들이 휴식하는 공간을 알아야 사진 찍지 않습니까. 그래가지고 아침 저녁 점심 하루 세차례 조류들이 휴식하는 지역을 찾아서 찍게 됐고…"
결국, 환경부는 2021년
조류 충돌 안전성 확보가 미흡하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습니다.
2년 뒤 조건부 협의로 통과될때에도
조류 충돌 방지대책을 수립하라는
조건을 붙이는 데에는
강씨의 역할이 적지 않았습니다.
◀ INT ▶
강석호(80세) /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시작을 했기 때문에 끝을 봐야 되겠다. 하다가 내버리면 안 되쟎아요. 끝을 봐야지요. 끝까지 해서 진실을 파헤쳐야죠. 이것은 그냥 지나가서는 안 돼요. 일단은 사람의 생명의 문제가 아닙니까."
무심코 지나쳤던 고향의 새들을 찾아다니면서
환경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강석호 할아버지는 새들이 사라진 곳에는
우리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 INT ▶
강석호(80세) /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자연환경을 다 파괴한다? 그러면 사람이 살 수 있어요? 사람은 자연환경에 따라서 사는 건데. 새들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도 새들도 똑같은거예요. 똑같이 공존공생하는 거예요. 새가 있는 곳에 사람도 있고 우리는 환경에 적응해서 사는 동물이기 때문에 환경을 배척해서는 안 돼요."
MBC뉴스 조인호입니다.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