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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수) [오늘의시선] 제주시인들은 제주도에 대한 시를 어떻게 형상화하고 있나?(현택훈 시인)

2020년 02월 20일 13시 45분 56초 4년 전 | 수정시각 : 2020년 02월 20일 13시 49분 40초 | 조회수 : 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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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수요일 이 시간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으로 찾아옵니다. 오늘은 현택훈 시인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현 : 안녕하세요. 시 쓰는 현택훈입니다.

윤 : 며칠 동안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문득 궁금해지는데요. 시인은 어느 계절에 시 쓰기가 좋은가요? 계절, 날씨 영향을 많이 받나요?

현 : 생각해 보면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바람소리, 햇빛, 계절의 변화 등이 시에 큰 영향을 줍니다. 시가 감각을 언어로 보여주는 것이니 감각을 느끼게 하는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편입니다.

윤 : 그렇군요. 누구나 학창시절에는 문학소년, 문학소녀가 되어 시, 소설 등의 이 문학을 꿈꿨던 것 같은데요. 아, 오늘의 주제를 확인해야죠. 지난 달에는 제주도의 작은 서점들이었는데, 아무래도 시인님의 관심이 많이 가는 분야일 것 같아요.

현 : 역시 감이 좋으시네요. 네. 저의 오늘 시선은 시입니다. 시 중에서도 제주 시인들이 제주도에 대한 시를 어떻게 형상화하고 있는가, 에 대한 시선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사실 최근에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주상한 영화 ‘기생충’에 대해 살펴볼 생각도 들었는데요. 그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 중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인용하면서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래서 다시 시로 돌아와서 제주의 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가장 제주적인 시가 곧 가장 창의적인 예술의 바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 : 제주도에도 많은 시인들이 계시죠.

현 : 네. 사실 시가 많이 소외 받는 장르인데요. 그렇지만 ‘시적’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모든 예술과 생활에 ‘시적인 순간’이 있어서 시적인 사유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제주는 섬이라는 특수성이 역사, 문화, 삶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요. 제주의 시인들은 제주의 정체성과 특수성을 바탕에 두고 시를 어떻게 쓸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저는 이 제주의 시를 현재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 보겠는데요. 첫 번째는 4.3시를 써온 시인들, 김수열, 김경훈, 강덕환, 허영선 시인 등이고, 제주의 설화나 자연에서 감흥을 노래하는 김세홍, 김효선, 안은주, 오광석, 저도 이 부분에 들어갑니다. ^^ 그리고 세 번째가 제가 오늘 주목하려는 시인들인데요. 관광 제주의 이면을 보려고 하는 시인들입니다. 주로 젊은 시인들인데요. 제주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근원적 문제와 같은 내적 문제를 외부로 끌고 와 시를 쓰는 강동완, 김신숙, 문경수 시인 등입니다.

윤 : 그렇군요. 그 시인들이 어떤 시를 쓰는지 궁금해지네요.

현 : 먼저 강동완 시인은 1995년 <제주문학> 신인상을 거쳐 2017년 <시와세계>로 데뷔했는데요. 시를 보면, 가난한 유년시절을 바탕으로 처절하게 삶을 살아야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줍니다. 그의 시 중에서 ‘외로움은 광부의 삽처럼 번들거리네’라는 시가 있는데요. 삶을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것에 비유를 한 시입니다. 이 시의 일부분을 읽어보겠습니다.


“어두운 추억들은 검은 석탄들처럼 힘없이 부서져 내리네

광부의 심장 속에서 뿜어져 나온 따뜻한 피가 단단한 암석 틈에서 흘러 나오네

땅속에 숨어 있던 죽은 바람들이 광부의 뜨거운 목을 서늘하게 했네

석탄 가루가 날리면 광부들은 코를 손으로 막고 킁킁거리고

자꾸 눈을 깜박거리고 가볍게 날리는 것은 모두 아픈 것이었네“


네. 시인은 마치 광부가 된 것처럼 삶의 갱도 속으로 들어가 하루하루를 캐내고 있습니다. 강동완 시인은 주로 이렇게 집요함을 보이는데요. 부드럽고, 낭만적으로 살기에 순탄하지 않은 삶 속에서 다소 거칠지만 그럴수록 새로운 방식의 리얼리즘의 시를 쓰고 있습니다.

윤 : ‘외로움은 광부의 삽처럼 번들거리네’ 정말 눈 앞에 그런 외로움의 삽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소개해주실 시인은요?

현 : 네. 김신숙 시인입니다. 2015년 문예지 <발견> 신인상을 받으면 등단한 김신숙 시인은 2017년 시집 <우리는 한쪽 밤에서 잠을 자고>를 발간했습니다. 김신숙 시인은 서귀포가 고향인데요. 서귀포는 그야말로 제주 중의 제주라 할 수 있고, 아름다운 풍경이 많은 곳인데요. 그 풍경의 이면에 감추어진 사람들의 비극을 주로 그려왔습니다. 마치 서귀포의 뒷골목의 시들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 시는 목소리 좋으신 윤상범 아나운서 님께서 읽어주시겠습니까. 시 ‘오래전 나무가 나에게’ 중에서입니다.

윤 :

“ 당신은 어느 대륙의 펄프인가요

슬픔을 견디지 못하는 시베리아 침엽수림이던 시절이 있지요

그러나 그 시절은 억만 겹의 해류 저곳에 닿아 있어요

모든 끝은 혼자만 견디는 슬픈 간지러움,

가장 높은 곳의 잎사귀는 가장 끝에서 혼자만의 별을 바라봅니다

나를 스치는 당신의 둘둘 말리는 손끝이 좋아요

슬픈 별을 꼭꼭 씹어 먹으며 울컥이면

고독하고 차가운 바람

목청 안에서 그렇게 휘돌았지요“


현 : 네. 오래전 나무가 나에게. 종이를 통해 나무를 생각하고, 이 슬픔의 근원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입니다. 김신숙 시인의 시 중에는 몇 해 전에 실습을 나갔다가 목숨을 잃은, 서귀포산업과학고 학생 고 이민호군에 대해 시를 쓰기도 했는데요. 시인의 친구들 중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로 쓰더라구요. 슬픔이 많은 시인입니다.

윤 : 시인은 많이 슬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제주는 지나친 개발로 인해 슬퍼할 일들이 많이 생기는, 이 시를 읽으니 그런 생각도 드네요. 이제 한 명 남았죠.

현 : 네. 셋 중에 가장 젊은 시인입니다. 작년에 <내일은 여는 작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문경수 시인입니다. 문경수 시인이 등단 소감에서 인상적인 말을 했는데요. 처음에는 시가 괜히 멋있어 보여서 좋았는데, 쓰다 보니 점점 삶의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등단작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윤 : 젊은 시인이라면, 청년들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도 민감하게 생각할 것 같아요. 문경수 시인도 그런가요?

현 : 네. 그런 면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더 젊다보니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영화 ‘기생충’에도 다루고 있는 계층 문제, 가난, 슬픔의 반복 등을 주로 다룹니다. 그의 시 중에서 ‘미장’ 일부분을 읽어보겠습니다.


“아버지가 아무도 나갈 수 없는

미로를 만들어내는 동안

가도 가도 끝없는 복도를 헤매면서

나는 망치를 들고 앞을 부쉈다.

하루에도 몇 군데를 돌면서

깨진 벽에 시멘트를 바르는 아버지

얼마나 많은 실금을 문질러야 미로가 완성될까.

미로를 만들다 미로에 갇힌 둘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서로를 탓하고 부수고 세우고를 반복했다.“


저는 이 시를 읽고 마치 가난의 구조가 미로처럼 펼쳐져 있고, 우리는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계속 이 시스템에 머물러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세 시인의 공통점에서 제주에서 시를 쓰는 의미를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제주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시 쓰는 저 역시 큰 고민입니다. 저는 설화의 현대화라고 말하면 좀 이상하지만, 이야기의 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을 시로 형상화하는 작품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예술의 발전은 전대의 예술의 영향을 받아 후대로 전달하는 것이 곧 발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제주도에서 젊은 시인들이 많이 등장하면 좋겠습니다.

윤 : 그렇다면 시인들이 바라보는 제주에 대한 시선이군요. 시인들은 제주의 현안 문제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겠지만, 비유, 상징을 통해서 시로 표현하겠죠.

현 : 강정 해군기지, 제2공항, 얼마 전 예멘 난민 문제 등에 대해서 시인들의 시선이 시로 나타난 작품들도 있습니다. 아나운서님의 말처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고, 돌려 말하기로 표현한 시들이 많습니다. 영화 ‘기생충’, 또 그 전에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 이런 작품들에도 비유와 상징이 있습니다. 비유와 상징을 찾아보면 영화를 분석하는 재미가 있듯이 시를 읽으면서 그 시에 나타나는 은유를 유추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윤 : 네. 오늘 세 명의 젊은 시인, 그리고 제주 문학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네요. 처음에 현 시인 님이 말한 것처럼 우리 삶에서 시적인 순간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달 3월에 뵙겠습니다. ^^

현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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